본 서평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 책은 '우스이 유카'라는 인물이 추리를 하는 3부작 중 첫번째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들을 통해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가 인정을 받아오긴 했지만 이 작품으로 200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에서 각각 2위를 수상하면서 좀 더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용의자 X의 헌신'이 각각의 수상 1위였습니다.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의 경우 후보 5작 중 한 작품만 상을 받고 순위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후보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천루의 괴인',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Golem')
이 소설은 살인자의 관점에서 살인을 할 계획과 그 과정이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결국 중요한 부분은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 트릭을 어떻게 간파하느냐,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 덧붙여진 해설을 작가 미쓰하라 유리가 쓰고 있는데 이런 형태를 '도서 미스터리'라고 한답니다.
추리 소설의 서평을 쓰면서 될 수 있으면 중요한 트릭은 밝히지 않고자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부분을 얘기하지 않으면 서평을 쓰는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내용을 알리는 서평을 쓰게 되었습니다. (완전 공개를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중요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주인공 후시미 료스케는 오늘 살인을 하고자 준비를 해옵니다. '살인' 행위 자체는 빨리 등장하지만 그 이유에 관해서는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등장인물
'서장'이 먼저 '밀실 살인'의 과정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 장소로 모인 상황을 보여줍니다. 대학 동창들로 선후배 사이도 있는 이 집단은 경음악부 내에서 술을 좋아하는 이들로 '알코올중독분과회'라는 서클에 들어있는 멤버들입니다. 장소를 제공한 안도 쇼고, 현실적인 우에다 사쓰키, 위스키를 좋아하는 니아야마, 귀여운 막내 이시마루, 부지런하고 음식 솜씨 좋은 우스이 레이코(결혼해서 오오쿠라 레이코)와 그녀의 동생 아름다운 우스이 유카, 그리고 주인공이며 여기서 리더격인 후시미가 등장 인물입니다.
안도의 형이 하는 펜션에 모이게 됐습니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는 고풍스러운 저택입니다. 다들 청소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보내게 되는데 어느 시점부터 니이야마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모두 잘꺼라고 생각하고 느긋하지만 유카만은 이상하다고 자꾸 신경을 쓰게 됩니다.
주요 흥미 요소
살인자 후시미는 확실한 계획을 세워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유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녀가 지적하는 부분들이 후시미의 피를 말리는 과정이 되며 이 소설의 주된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숨겨뒀던 '살인 목적'입니다. 어떤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지, 혹은 어떤 원한 관계가 얽혀 있는지가 추리 소설의 주된 흥미꺼리인데 이 소설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목적이 아니라 조금 생경한 소재이기 때문에 놀라웠습니다. 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수상작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로써 추리 소설 팬들의 추리도 뛰어넘을 수 있어야하는 작품들이 선정되기 마련입니다. (1위 작품도 그러했지요.) 그렇게 볼 때 확실히 이 소설의 결말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왜 2위인가
이 소설은 충분히 재밌습니다. 한번 잡고는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읽을 수 밖에 없는 몰입도를 줍니다. 그러나 왜 2위를 했을까. 그것에 관해서는 소재 자체의 파격적인 부분 때문일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수상작들의 트랜드를 보면 확실히 그로테스크한 면이 있는 작품들이 순위권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몇 독자들은 이 소설의 이런 살인 동기가 과연 가능하냐는 질문도 합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착한 척'한다는 느낌일 수도 있지만, 살인이라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릴 수 없어서 타인의 생명조차도 그 신념 앞에선 보잘 것 없다는 사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 소설의 소재는 되려 의학물에서 쓰일 법한 부분이 있긴 하지요.
결말
살해 동기 뿐 아니라 우스이 유카라는 인물의 마지막 결론 또한 조금 생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이 소설을 한 권 자체로 끝맺음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물의 예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완벽한 결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문제를 주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충분한 욕구를 가져다주기는 합니다.
추리 소설의 결말은 정의라던가 법의 심판으로 살인자를 처벌하느냐, 혹은 그것과 상관없느냐의 패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발언은 대체 어느 쪽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요. (흔히 시리즈물이 그렇긴 합니다.) 아쉽게도 이 '우스이 유카' 등장의 두 번째 소설에서 후시미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쪽을 먼저 읽어서 그를 언급하는 유카의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는 면을 발견했었는데 이런 내막이 있었다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책에서는 등장할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이야기가 될지 궁금해지네요.
끝으로
이 소설을 단적으로 설명하자면 좀 평탄하달까 소소한 진행 과정이 있는 추리 소설입니다. 하드보일드하지 않은 면이 있어서 살인의 이야기만 뺀다면 일상의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추리 소설에 거부감이 없으신 분과 추리의 과정을 즐기는 분이시라면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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