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 - 17명의 건축가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흥미진진 건축가의 세계 부키 전문직 리포트 14
이상림 외 지음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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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도서출판 부키에서 나오는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로 14번째에 해당됩니다. '건축'이라고 하면 정말 특수한 분야일 것 같고 전공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어렵기만 할 것 같아서 거리감이 드는 분야 같습니다. 흔히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미술과 건축에 조애가 깊어진다는데 저도 관심이 생겨서 전문 서적까지는 아니라도 에세이 수준의 책들을 찾아보려고 하는 중에 이 책을 알게 되었네요.

오랜 시간 전문 분야에 몸 담고 있는 프로들을 대상으로 꾸며진 책들이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어느 분이 시작한 아이디어인지 칭찬해주고 싶네요. 이 책 속에서도 등장하는 에피소드이지만 예전에 진로 고민은 정말 그 분야를 아는 사람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으면 거의 몰랐고 선택하지 않았던 시절을 살아왔지요. 그래서 전공을 바꾸거나 뒤늦게 다시 공부를 하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런 시리즈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일전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전국의 춤꾼들에게 연습실을 개방해주고 김완선에게 단 한가지의 자신의 특기를 알려주면 된다고 했던 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일화가 떠오르더라구요.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지만 각각의 추구하는 이상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누군가만이 정답은 아닌 것이 인생이기에 한 분, 한 분의 자신만의 이야기가 참 마음에 새겨지더라구요.

건축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건물을 지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을 상상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분야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워낙 대단하신 분들의 글이라 노하우, 경험담들이 멋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건축사'만을 모아둔 것이 아니라 CM(Construction Management) 전문가, 구조 엔지니어, 조경사, 도시계획기술사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건축의 분야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단한 프로필을 지닌 분들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있고 유학 경험을 풀어낸 분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17명의 이야기가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도 각각 다른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예전처럼 네모 반듯하기만한 건물이 아니라 최근에는 작은 가게를 만들어도 다양한 외관과 인테리어, 간판이 몰라보게 독특해진 시대에 도래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나 핸드폰 카메라의 사용으로 더 쉽게 홍보가 되고 독특한 건축물이 피사체가 되어 주목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전공과는 상관없어서 무심했던 분야였지만 최근에는 '건축'에 대한 팬(fan)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다양하고 획기적인 작품들이 국내에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건축업계가 더 발전되기를 바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데생부터 모형도 만들어야하고, 구조를 생각하고 주변과의 조화나 인테리어의 문제 등 건축은 단순한 작업은 아닙니다. 지휘자에 비교할 정도로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총괄해야합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건축학과 지망생이나 건축 관련 업종 종사를 희망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좋은 전문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정보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 
지은이 이상림, 나승문, 이세나, 정기용, 박유진, 조병수, 최삼영, 전시형, 김영옥, 임진우, 김용미, 전양희, 최신현, 김종수, 김종훈, 이길임, 전진삼
구술 정리 김찬수 
펴낸곳 도서출판 부키 
2011년 4월 2일 초판 1쇄 인쇄
2011년 4월 8일 초판 1쇄 펴냄  




   p. 13
   건축 관련 단체나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건축가를 "우리 시대의 환경을 담은 무언가를 아름답게 창조하되 여기에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p. 51
   건축가에게는 다양한 지식이 요구되고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건축가는 세상과, 그리고 사람들과 감응해야 한다. 감응의 건축이야말로 공공 건축의 시작이자 끝이라 하겠다.


   p. 72
   이 모든 것을 모아서 하나를 만드는 것이 건축이기 때문에 건축가는 복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분야의 제반 요소들을 한꺼번에 한 테이블에 쏟아 놓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p. 124
   건축가가 되려면 심지가 굳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꿈을 가지고 그 꿈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서 그렇다.


   p. 141
   한마디로 도시 설계가는 공공의 이익에 합치되도록 도시의 집합적 건물 형태를 결정하고 그 사이를 채우거나 비우는 역할을 하는 직업인이다.


   p. 153
   훌륭한 건축물은 건축주에서부터 시공자, 설계자, 관련 엔지니어 모두의 열정과 조화로 탄생한다. 이 중에서도 구현 가능한 모든 조형적 요소를 다양하게 충족시키면서 구조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구조 전문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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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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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현직 의사가 쓴 의학 소설로 제10회 소학관 소설상 수상, 제7회 서점대상 2위에 올라선 덕분에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하고 영화도 크랭크인을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참 많이 기대한 작품인데 읽어보니 처음 예상과는 조금 다르더라구요. 그렇다고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구요. 표지 자체가 외딴 시골 마을에서 의료라도 펼치는 내용일 것 같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배경은 나고야라는 도시구요. 물론 큰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병상 400여개 정도의 중소도시의 병원입니다. 제가 추측했던 것보다는 꽤 큰 병원이었지요. 그런데 이 소설은 단순히 현직 의사가 쓴 의료물 소설이라는 점 말고도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표지에서 보이는 저 허름한 건물인데요. (저는 병원이라고 예상했던 건물이었지만,)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가 근무하는 혼조병원을 나와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신으로 모시는 작은 후카시 신사를 지나 마쓰모토성을 지나고 나면 그의 집인 온타케소가 나옵니다. 

지은지 20년이 지난 유령 저택같은 2층짜리 목조가옥이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고 주인공 부부는 벚꽃방에 살고 있습니다. 이 온타케소의 이야기가 이 소설을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괴짜들만 모여사는 곳 같거든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은 대학생들의 기숙사 같은 느낌도 드는 곳입니다. 이곳이 주인공의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부인은 명랑하고 유능해서 언제나 구리하라에게 위안을 주는 인물입니다. 작은 몸짓과는 어울리지 않게 카메라맨이 직업이라 엄청난 장비들을 짊어지고 몽블랑 같은 곳으로 촬영을 떠나곤 합니다.

구리하라는 나쓰메 소세키를 너무 좋아해서 특히 <풀베개>는 모조리 암송할 정도이고 아직도 그 책을 읽는 탓에 말투 자체가 고풍스럽습니다. 그 탓인지 약간의 메이지풍이랄지 소세키 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부족해서 며칠을 못자고 근무하는 고된 일상이지만 따스한 마음으로 노인 환자를 대하는 구리하라의 모습이 참 빛나 보입니다. 더 나은 의학이나 더 큰 병원이라던가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맞닿아있음을 더 원하는 이야기는 어딘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시대에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그러나 시종일관 훈훈하기만한 것은 아니고 독특한 인물들이 함께해서 종종 웃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예상과 달랐던 소설이었지만 역시 그 수상작의 저력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씨의 투명하고 맑은 미소를 의지하여 힘을 내는 구리하라. 영화에서 미야자키 아오이가 하루역을 맡았다고 하니 딱 알맞은듯 기대가 됩니다. 작가의 차기작도 기다려지기 시작하네요.

  



책 정보


Kamisama no Karute by Natsukawa Sosuke (2009)
신의 카르테 
지은이 나쓰카와 소스케 
펴낸곳 도서출판 지식여행
초판 1쇄 인쇄 2011년 2월 3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2월 10일 
옮긴이 채숙향
디자인 장상호
일러스트 권신아 
 



   p. 174
   "동이 트지 않는 밤은 없어. 멈추지 않는 비도 없지. 그런 거야, 학사님."


   p. 200
   방긋 미소 짓는 아내의 얼굴에 나는 항상 위로를 받는다.


   p. 201
   "선생님 성함은 흔히 접할 수 없는 모양의 글자잖아요. 신기하다 싶어서 써 봤어요."

   ...

   "써 보고 알았어요. 이건 '바르다'라는 글자네요."

   ...

   '이치'와 '토'라는 글자를 그대로 합체하면 '정'이라는 글자가 된다.

   ...

   "하나에 멈추다'를 써서 바르다正라는 의미라니, 이 나이 먹도록 몰랐습니다. 하지만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 가는 데만 급급해서 점점 소중한 것을 버리고 가는 법이지요. 진짜 바르다는 것은 맨 처음 장소에 있는지도 몰라요."


   p. 217
   아즈미 씨는 한 마디 한 마디를 골라내듯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온화한 그 목소리는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와, 이윽고 온기가 되어 가슴속에 퍼져 나갔다.


   p. 236
   "……너와 하루에게는 딱 한 가지 훌륭한 공통점이 있어. 진흙탕 속에서도 이점을 발견하는 것이지. 가공할 만한 긍정적 사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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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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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2010년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 3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 4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다섯 개의 단장을 좇아 생각하다'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듯이 다섯 개의 이야기를 찾아 추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대는 1992년, 호황이었던 거품 경제가 끝이 나고 불황이 지속됩니다. 주인공 요시미츠는 큰아버지의 집에서 신세를 지며 휴학생 신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종종 큰아버지의 고서점 '스고 서점'에서 일을 돕고 있습니다.

어느 날 키타자토 카나코라는 여자가 찾아와서 '카노 코쿠뱌쿠'라는 사람이 쓴 소설이 실린 73년 봄 호의 잡지 <호천>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편을 찾아주면 편당 10만엔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요시미츠는 혹시 찾을 수 있을 때는 복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큰아버지 몰래 응하게 됩니다.

요시미츠가 다섯 개의 단장을 찾는 과정과 함께 그 단장의 한편 한편이 공개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알게되어 이중적인 추리 소설의 모습을 갖춥니다. 이 다섯 개의 단장이 참으로 특이한 이야기입니다. 전부 각각의 외국의 한 나라로 설정이 되어 있고 그곳에 등장한 낯선 남자의 시각으로 상황이 묘사됩니다.  

세상 재앙을 전혀 알지 못하는 소녀를 깨우기 위한 이야기, 살인보다 시체 훼손을 더 중죄로 여기는 곳의 이야기, 처와 자신의 목숨을 저울질 해 누구를 살려줄까는 이야기, 터널 속에 아내와 딸을 보낸 남자의 이야기, 겉보기와 다른 부부 - 결국 부인이 죽어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 이렇게 다섯 가지 이야기입니다.

이는 한 사건을 대변하기 위해서 작가가 필명으로 썼던 것입니다. 요시미츠는 단장을 좇다가 결국 사건의 내막을 알게되고 추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알았지만 사건 이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소설 속에서 '단장'의 정체에 관한 추리는 그다지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자로 하여금 추리를 해보라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구조 자체도 그렇지만 진실 자체를 은폐함으로써 여러가지 추측을 독자로 하여금 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다섯 개의 단장을 자꾸 곱씹게 되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그 속에 진실의 톱니바퀴의 부속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카나코가 내린 결론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언가 더 있지 않을까 싶은, 그 속에 담겨져 있지 않은 진상을 알고 싶어지는 호기심은 뭉게뭉게 부풀어오릅니다.

게다가 이 단장들은 '리들 스토리'라고 하여 마지막 결말이 빠져있습니다. 그 결말들은 따로 보관되어 있는데 작가의 의도와 달리 어느 문장을 결말로 배치시키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되어 버립니다. (전부 다 매치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화시키려고도 하지 않은 한 남자의 솔직함이 애처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로써의 부정이냐 혹은 인간으로써의 결백함이냐를 오랜 시간 고민해왔을 그의 고통이 더 애처롭기도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결론을 내리기까지 계속 이 단장들을 곱씹어보게될 것 같습니다. 단순히 결론만을 알면 그 소설의 가치가 사라지는 책과 달리 많은 생각을 해보게하는 소설입니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청소년을 위한 가벼운 소설이나 미스터리, 호러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다양한 작풍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추상오단장' 또한 이전 소설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책 정보

Tsuiso Godansho (追想五断章) by Honobu Yonezawa (2009) 
추상오단장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 
발행처 (주)학산문화사 (북홀릭)
2011년 3월 15일 초판 발행 
역자 최고은
디자인 황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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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제144회, 2011년 나오키상 수상작입니다(2010년 하반기). 이 소설의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앞서 본격미스터리대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오야부 하루히코상,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이고 독특한 트릭을 구사하는 특징 덕분에 상당히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내용
초등학교 4학년 신이치는 도쿄에 살다가 2년 전 가마쿠라 시에서 멀지않은 해변 마을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1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전학 온지 2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반에서는 겉돌고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는 역시 같은 전학생인 하루야 뿐입니다. 방과 후에 하루야와 해변에서 소라게를 가지고 노는 정도의 일상입니다.

신이치의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다큐멘터리에서 본 게의 모양을 한 암 덩이에 아버지가 먹혀간 것 같은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을 지배하는 문제를 가짐이 아니라 엄마에게 남자가 생긴 것 같아서 더 기억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누군가 악질적인 쪽지를 매번 책상에 넣어두는 장난을 합니다.

하루야는 집이 가난하고 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간혹 밥도 못먹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간사이 지방 사투리를 쓰는 하루야는 어딘가 무서운 구석이 있는 아이입니다.

나루미는 집도 잘 살고 그걸 티를 내거나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 면 덕분에 반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신이치의 할아버지 쇼조가 몰았던 시라스 어선에서 사고가 나서 엄마를 잃었습니다. 유일하게 신이치에게 아무렇지 않게 종종 말을 거는 소녀입니다. 

신이치는 엄마가 사귀는 남자를 알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나루미와의 관계, 하루야와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이 상당히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세 소년, 소녀의 심적 변화가 상당히 유려해서 그 의미를 깨닫는 것이 이 소설의 참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달이 밝을 때 게는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빛에 반사된 자신의 그림자가 너무 추악해 움추러들었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왜 나오키상인가
미치오 슈스케는 다양한 작품을 써오긴 했지만 몇 작품 속에서 비슷한 소재들을 선택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년, 할아버지, 여름, 곤충, 편부모 가정과 엄마에게 새로운 남자의 존재. 그런데 왜 이전 작품이 아닌 이 소설로 나오키상을 받았을지 책을 읽기 전에 참 궁금했습니다. 읽어보고 느낀 것은 이전 작품에서 사용했던 너무 어린 아이같은 말투나 사고가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면이 가장 두드러진 것 같습니다.

물론 좀 더 나이 있는 캐릭터에도 사용했던 문체였기 때문에 비단 소년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한 문체가 아니였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 소설에서 신이치와 하루야는 너무 어린 아이같이 쓰려고 한 느낌이 없어 되려 자연스러워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자 자신이 말했듯이 너무 트릭에만 의존하다보니 결말이 상당히 비약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특징이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를 대표하는 독특한 점이 되어주긴 했었습니다. 그러나 트릭에만 의존하다보니 너무 급박하게 감정이 흐르는 것 같은, 단숨에 소설을 마무리지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러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기승전결이 상당히 유려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마치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찍는 다큐멘터리처럼 끈질기게 잡아내어 시간의 흐름대로 감정의 흐름을 보입니다. 이는 반대로 기존 미치오 슈스케 팬들에게는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두 가지의 커다란 변화가 이 소설을 상당히 완성적인 느낌이 들게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짜임새있는 과정과 단조롭지 않은 사건들 그리고 결국엔 파괴적이지 않은 마무리까지. '역시 나오키상 수상작 답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느낀점
미치오 슈스케 소설을 읽으면서 부모와 어른이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를 다시금 느낍니다. 소설 속에서는 거의 안좋은 영향만을 미쳤지만요. 좀 더 사랑을 줄 수 있었다면 하루야도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할 아이가 되지는 않았을껍니다. 하루야의 우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야가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면 일그러진 우정을 갖지도 않았을껍니다.

그리고 신이치 또한 마음에 자꾸만 커져가는 검은 것을 키우지도 않았겠지요. 신이치는 결국 하루야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지만 그것은 자신의 감정이었음을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루야에게 씌워진 오명이 아쉽습니다. 나루미도 좀 더 솔직한 아이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알고 좋은 방향으로 자신을 서로에게 맞춰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책 정보

TSUKI TO KANI (月と蟹) by Michio Shusuke (2010)
달과 게 
지은이 미치오 슈스케 
펴낸곳 (주)미래엔 (북폴리오)
초판 1쇄 인쇄 2011년 3월 15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4월 5일
옮긴이 김은모 
디자인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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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 무너지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영화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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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무뎌지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영화 심리학

이 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를 살펴보고 이런 상황 속에선 어떻게해야 하는지를 적어둔 글들을 모았습니다. 아무래도 심리학자의 입장이다보니 종종 전문가의 진료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치료적인 면을 기록했다기 보다는 결국 심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삶의 한 단편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총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 여섯, 일곱 가지 영화가 이야기 됩니다. 상처와 치유, 내면과 변화, 관계와 소통, 사랑과 욕망으로 분류해놨습니다. 단순히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심리학의 용어들로 나눠놨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련해서 찾아보기도 쉬울 것 같습니다.

봤던 영화는 내용을 알기 때문에 더 인상적이기도 하고 안본 영화도 줄거리가 간략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이해에 무리는 없습니다.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도 있기 때문에 여러 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봤는데 전혀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의 제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Chapter 1. 상처와 치유
동일시의 '굿 윌 헌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가을로', 연합의 '노블리', 망상의 '뷰티풀 마인드', 접촉 위안의 '향수', 심리치료의 '패치 아담스', 위기의 '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살아간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챕터도 사람이 홀로는 상처받지는 않습니다.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람과 만나 치유된다는 것이 중요한 모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Chapter 2. 내면과 변화 
정체성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자아개념의 '미녀는 괴로워', 인상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내재적 동기의 '어거스트 러쉬', 자기의식의 '김씨 표류기', 강박장애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귀인의 '핸섬★수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아무래도 챕터 1에서 봤던 부분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지만 챕터 2는 좀 더 '변화'에 중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근원적인 '함께함'으로 인한 치유가 챕터 1의 이야기였다면 여기에서는 본인의 변화를 통한 발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Chapter 3. 관계와 소통
편향의 '체인질링', 자기 주장성의 '작전명 발키리', 방어기제의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기질의 '예스 맨', 자아분화의 '천일의 스캔들', 이타성의 '우리 의사 선생님', 자기애의 '스위트 노벰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챕터 2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면 챕터 3은 좀 더 발전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크게 보면 챕터 1과 그리 다르지않을 수도 있지만 타인을 규정하고 자기 주장을 하는 등의 타인을 향한 행동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Chapter 4. 사랑과 욕망 
진화심리학의 '아내가 결혼했다', 완벽주의의 '사랑의 레시피', 사랑의 삼각 이론의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정서 폭력의 '여배우들', 성격의 '모짜르트와 고래', 무기력의 '박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인생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입니다.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어쩌면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재고일 수도 있을 영화와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는 상황, 선택의 이야기, 서로 다름으로부터 부딪히는 관계, 현실을 견뎌내는 상황들을 통해서 사랑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형태로 나눠어두고 전문 용어를 붙인 케이스들을 열거해두었지만 사실 그리 독특한 이야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보게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며 단지 특수한 상황들을 설정하여 만들어둔 것이 영화가 아닐까란 생각이 새삼들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결국 힘들고 괴로운 감정이나 상황도 나만의 너무 힘든 큰 일은 아니지 않을까란 결론에 다다르더라구요. 

책의 좌측 상단에 각 챕터를 분류한 부분이 있어 보기 좋았습니다. 스틸 컷이 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과 일러스트도 들어간 새심함이 색달랐습니다. 

  


책 정보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지은이 선안남 
발행처 (주)시공사 
2011년 2월 28일 초판 1쇄 인쇄 
2011년 3월 7일 초판 1쇄 발행 
디자인 이희영
일러스트 박정은  



   p. 8
   영화의 상영 시간은 기껏해야 두 시간 남짓이다. 그러나 영화가 우리 안에서 공명하며 살아가는 시간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어떤 영화 속 한 장면은 평생 우리의 마음속에서 재생되고 또 재생된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명징하면서도 모호한 메시지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p. 34
   예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다모>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짧은 대사에는 타인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그럼으로써 그 아픔을 치유해주는 끈끈한 관계의 정수가 담겨 있다. 언제 어느 순간 다양한 사고와 폭력, 그리고 상처와 고통의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는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관계의 힘으로 오늘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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