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설은 현직 의사가 쓴 의학 소설로 제10회 소학관 소설상 수상, 제7회 서점대상 2위에 올라선 덕분에 작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하고 영화도 크랭크인을 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참 많이 기대한 작품인데 읽어보니 처음 예상과는 조금 다르더라구요. 그렇다고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구요. 표지 자체가 외딴 시골 마을에서 의료라도 펼치는 내용일 것 같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배경은 나고야라는 도시구요. 물론 큰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병상 400여개 정도의 중소도시의 병원입니다. 제가 추측했던 것보다는 꽤 큰 병원이었지요. 그런데 이 소설은 단순히 현직 의사가 쓴 의료물 소설이라는 점 말고도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표지에서 보이는 저 허름한 건물인데요. (저는 병원이라고 예상했던 건물이었지만,)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가 근무하는 혼조병원을 나와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신으로 모시는 작은 후카시 신사를 지나 마쓰모토성을 지나고 나면 그의 집인 온타케소가 나옵니다.
지은지 20년이 지난 유령 저택같은 2층짜리 목조가옥이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고 주인공 부부는 벚꽃방에 살고 있습니다. 이 온타케소의 이야기가 이 소설을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괴짜들만 모여사는 곳 같거든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은 대학생들의 기숙사 같은 느낌도 드는 곳입니다. 이곳이 주인공의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부인은 명랑하고 유능해서 언제나 구리하라에게 위안을 주는 인물입니다. 작은 몸짓과는 어울리지 않게 카메라맨이 직업이라 엄청난 장비들을 짊어지고 몽블랑 같은 곳으로 촬영을 떠나곤 합니다.
구리하라는 나쓰메 소세키를 너무 좋아해서 특히 <풀베개>는 모조리 암송할 정도이고 아직도 그 책을 읽는 탓에 말투 자체가 고풍스럽습니다. 그 탓인지 약간의 메이지풍이랄지 소세키 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부족해서 며칠을 못자고 근무하는 고된 일상이지만 따스한 마음으로 노인 환자를 대하는 구리하라의 모습이 참 빛나 보입니다. 더 나은 의학이나 더 큰 병원이라던가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맞닿아있음을 더 원하는 이야기는 어딘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시대에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그러나 시종일관 훈훈하기만한 것은 아니고 독특한 인물들이 함께해서 종종 웃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예상과 달랐던 소설이었지만 역시 그 수상작의 저력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씨의 투명하고 맑은 미소를 의지하여 힘을 내는 구리하라. 영화에서 미야자키 아오이가 하루역을 맡았다고 하니 딱 알맞은듯 기대가 됩니다. 작가의 차기작도 기다려지기 시작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