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제144회, 2011년 나오키상 수상작입니다(2010년 하반기). 이 소설의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앞서 본격미스터리대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오야부 하루히코상,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이고 독특한 트릭을 구사하는 특징 덕분에 상당히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내용
초등학교 4학년 신이치는 도쿄에 살다가 2년 전 가마쿠라 시에서 멀지않은 해변 마을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1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전학 온지 2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반에서는 겉돌고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는 역시 같은 전학생인 하루야 뿐입니다. 방과 후에 하루야와 해변에서 소라게를 가지고 노는 정도의 일상입니다.
신이치의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다큐멘터리에서 본 게의 모양을 한 암 덩이에 아버지가 먹혀간 것 같은 생각을 종종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을 지배하는 문제를 가짐이 아니라 엄마에게 남자가 생긴 것 같아서 더 기억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누군가 악질적인 쪽지를 매번 책상에 넣어두는 장난을 합니다.
하루야는 집이 가난하고 부모에게 폭행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간혹 밥도 못먹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간사이 지방 사투리를 쓰는 하루야는 어딘가 무서운 구석이 있는 아이입니다.
나루미는 집도 잘 살고 그걸 티를 내거나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 면 덕분에 반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신이치의 할아버지 쇼조가 몰았던 시라스 어선에서 사고가 나서 엄마를 잃었습니다. 유일하게 신이치에게 아무렇지 않게 종종 말을 거는 소녀입니다.
신이치는 엄마가 사귀는 남자를 알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나루미와의 관계, 하루야와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이 상당히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세 소년, 소녀의 심적 변화가 상당히 유려해서 그 의미를 깨닫는 것이 이 소설의 참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달이 밝을 때 게는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빛에 반사된 자신의 그림자가 너무 추악해 움추러들었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왜 나오키상인가
미치오 슈스케는 다양한 작품을 써오긴 했지만 몇 작품 속에서 비슷한 소재들을 선택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년, 할아버지, 여름, 곤충, 편부모 가정과 엄마에게 새로운 남자의 존재. 그런데 왜 이전 작품이 아닌 이 소설로 나오키상을 받았을지 책을 읽기 전에 참 궁금했습니다. 읽어보고 느낀 것은 이전 작품에서 사용했던 너무 어린 아이같은 말투나 사고가 조금 부드러워졌다는 면이 가장 두드러진 것 같습니다.
물론 좀 더 나이 있는 캐릭터에도 사용했던 문체였기 때문에 비단 소년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한 문체가 아니였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 소설에서 신이치와 하루야는 너무 어린 아이같이 쓰려고 한 느낌이 없어 되려 자연스러워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자 자신이 말했듯이 너무 트릭에만 의존하다보니 결말이 상당히 비약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특징이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를 대표하는 독특한 점이 되어주긴 했었습니다. 그러나 트릭에만 의존하다보니 너무 급박하게 감정이 흐르는 것 같은, 단숨에 소설을 마무리지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모든 작품이 그러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기승전결이 상당히 유려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마치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찍는 다큐멘터리처럼 끈질기게 잡아내어 시간의 흐름대로 감정의 흐름을 보입니다. 이는 반대로 기존 미치오 슈스케 팬들에게는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두 가지의 커다란 변화가 이 소설을 상당히 완성적인 느낌이 들게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짜임새있는 과정과 단조롭지 않은 사건들 그리고 결국엔 파괴적이지 않은 마무리까지. '역시 나오키상 수상작 답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느낀점
미치오 슈스케 소설을 읽으면서 부모와 어른이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를 다시금 느낍니다. 소설 속에서는 거의 안좋은 영향만을 미쳤지만요. 좀 더 사랑을 줄 수 있었다면 하루야도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할 아이가 되지는 않았을껍니다. 하루야의 우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야가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면 일그러진 우정을 갖지도 않았을껍니다.
그리고 신이치 또한 마음에 자꾸만 커져가는 검은 것을 키우지도 않았겠지요. 신이치는 결국 하루야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지만 그것은 자신의 감정이었음을 인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루야에게 씌워진 오명이 아쉽습니다. 나루미도 좀 더 솔직한 아이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알고 좋은 방향으로 자신을 서로에게 맞춰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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