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이 소설은 '2010년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 3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4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 4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다섯 개의 단장을 좇아 생각하다'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듯이 다섯 개의 이야기를 찾아 추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대는 1992년, 호황이었던 거품 경제가 끝이 나고 불황이 지속됩니다. 주인공 요시미츠는 큰아버지의 집에서 신세를 지며 휴학생 신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종종 큰아버지의 고서점 '스고 서점'에서 일을 돕고 있습니다.

어느 날 키타자토 카나코라는 여자가 찾아와서 '카노 코쿠뱌쿠'라는 사람이 쓴 소설이 실린 73년 봄 호의 잡지 <호천>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네 편을 찾아주면 편당 10만엔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요시미츠는 혹시 찾을 수 있을 때는 복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큰아버지 몰래 응하게 됩니다.

요시미츠가 다섯 개의 단장을 찾는 과정과 함께 그 단장의 한편 한편이 공개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알게되어 이중적인 추리 소설의 모습을 갖춥니다. 이 다섯 개의 단장이 참으로 특이한 이야기입니다. 전부 각각의 외국의 한 나라로 설정이 되어 있고 그곳에 등장한 낯선 남자의 시각으로 상황이 묘사됩니다.  

세상 재앙을 전혀 알지 못하는 소녀를 깨우기 위한 이야기, 살인보다 시체 훼손을 더 중죄로 여기는 곳의 이야기, 처와 자신의 목숨을 저울질 해 누구를 살려줄까는 이야기, 터널 속에 아내와 딸을 보낸 남자의 이야기, 겉보기와 다른 부부 - 결국 부인이 죽어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 이렇게 다섯 가지 이야기입니다.

이는 한 사건을 대변하기 위해서 작가가 필명으로 썼던 것입니다. 요시미츠는 단장을 좇다가 결국 사건의 내막을 알게되고 추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알았지만 사건 이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소설 속에서 '단장'의 정체에 관한 추리는 그다지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자로 하여금 추리를 해보라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부분은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구조 자체도 그렇지만 진실 자체를 은폐함으로써 여러가지 추측을 독자로 하여금 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다섯 개의 단장을 자꾸 곱씹게 되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그 속에 진실의 톱니바퀴의 부속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카나코가 내린 결론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언가 더 있지 않을까 싶은, 그 속에 담겨져 있지 않은 진상을 알고 싶어지는 호기심은 뭉게뭉게 부풀어오릅니다.

게다가 이 단장들은 '리들 스토리'라고 하여 마지막 결말이 빠져있습니다. 그 결말들은 따로 보관되어 있는데 작가의 의도와 달리 어느 문장을 결말로 배치시키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되어 버립니다. (전부 다 매치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화시키려고도 하지 않은 한 남자의 솔직함이 애처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로써의 부정이냐 혹은 인간으로써의 결백함이냐를 오랜 시간 고민해왔을 그의 고통이 더 애처롭기도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결론을 내리기까지 계속 이 단장들을 곱씹어보게될 것 같습니다. 단순히 결론만을 알면 그 소설의 가치가 사라지는 책과 달리 많은 생각을 해보게하는 소설입니다.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청소년을 위한 가벼운 소설이나 미스터리, 호러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다양한 작풍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추상오단장' 또한 이전 소설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책 정보

Tsuiso Godansho (追想五断章) by Honobu Yonezawa (2009) 
추상오단장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 
발행처 (주)학산문화사 (북홀릭)
2011년 3월 15일 초판 발행 
역자 최고은
디자인 황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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