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시나리오픽션 1
안슬기 / 바이람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바이람북스에서 펴낸 '시나리오 픽션' 첫 번째 작품에 해당합니다. 시나리오를 소설화한 작품들을 시리즈로 펴낼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소설 속에는 한 악마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석규는 출근길에 한 교통 사고를 목격합니다. 정신없이 달려오던 차 한대에서 한 남자가 내려 자신과 눈이 마추치고는 쓰러집니다. 그의 눈에서 석규는 이상한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후 석규는 마치 그 남자의 악마가 자신에게 들어온 것처럼 악마가 되기 시작합니다.

악마가 되어 누군가의 위에서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석규의 과거를 알아가게 됩니다. 그가 얼마나 끔찍한 모멸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서글픈 인생이었는지를 알게 되고 그가 여태까지 악마가 되지 않은 것이 되려 이상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처참하고 비참한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친구라는 이름하에 행해진 이지메 행위들이라던가 군대에서 자신을 성노리개로 사용한 선임이나 실적이 없어 무시하던 직장 상사까지. 그러나 상식을 넘어선 행동들은 여태까지 그가 살아온 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처절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악마는 누구일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마치 인간을 숙주삼아 기생하면서 진정으로 잔인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악마'를 보여줍니다. 그 부분은 조금 판타지적인 면도 있습니다. 악마가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꿈을 꾸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런 판타지적인 얘기는 덮어두고라도 이 소설이 당위적이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그 모티브를 착안한 것이지만 허무맹랑하지는 않달까요. 이 소설 속의 '악마'는 무고한 인간들을 괴롭히고 그것을 즐거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악마 짓을 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이 복수가 서로에게나 혹은 누군가에게 이득이 될 것이 아니라 모두 파멸로 몰아간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요.

석규는 사진이 좋았지만 그것으로 돈을 먹고 살 수 없어서 보험 회사에 들어갑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치이고 살아온 나약한 그가 보험 회사에서 어떤 실적을 냈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변모합니다. 악마가 되어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그것을 빌미로 강하게 보험을 들게 합니다. 

그의 부인은 남편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도 모른채 합니다. 아들의 학원을 3군데 보내게 되었는데도 남편이 벌어오는 것만큼 접대비로 쓴다고 불평합니다. 그리고 집안이 넉넉해 사진 유학 다녀온 선배에게 하소연을 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결국 부인은 석규를 버리고 그 선배를 택하게 됩니다.

나약해서, 보잘 것없는 아버지라 아들에게 치즈 케이크 밖에 사다주지 못하는 석규의 마음을 아들은 모릅니다. 그저 짜증나고 괴로운 사춘기일 뿐입니다. 석규를 괴롭힌 친구의 딸과 같은 반인 석규 아들은 아버지의 악한 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고 그 악의 고리는 대물림됩니다. 

이 소설에서 특이한 점은 인물들입니다. 석규에게 악마가 기생하는 것과 달리 그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악해보입니다. 물론 간혹 아닌 인물이 몇 등장하긴 하지만 그 누구도 친절하지 않고 석규처럼 나약한 인물도 없습니다. 죄다 화에 가득 차 그것을 분출하는 것을 당위적으로 생각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행위는 정당화된 것 같고 석규만이 악마로 완전히 변하여 따돌려집니다.

이 구도가 참 독특했습니다. 권선징악의 스타일이 아니라 마치 모든 악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사는 한 나약한 사람이 '악마'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고 결국 '악마'가 되어버리지만 그들에게 낄 수 없는 아픈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들과 살아갈 수 없었을만큼 석규는 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마를 불러들인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처음엔 어떻게 선배와 불륜을 하고 후배 부인과 불륜을 한 커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런 식의 정리로 이 소설을 다시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복수는 누구에게도 좋은 결과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토록 악한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은 안되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정보


악마
글 안슬기
펴낸 곳 바이람북스
제 1판 1쇄 2011년 4월 1일
디자인 김금희
   



   p. 169
   석규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오만 인상을 쓰며, 입을 벌려 마른 울음을 운다. 이제 석규는 더 이상 악마가 아니다. 석규는 그것이 너무나 슬프다. 자기를 보위했던 기운은 사라지고, 창끝처럼 냉정했던 검은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차가운 쇳덩어리 같았던 심장은 흐물흐물해지고, 분노로 들끓던 뇌는 슬픔의 습기에 젖어버렸다.

 


   p. 223
   다 위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위선이라도 위악보다는 낫다는 것을 석규는 이제 안다. 가짜 선도 선이다. 선의 표현이 설상 가짜더라도 그것이 많아지면 그것에서 진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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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궁전 안개 3부작 3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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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저자는 스페인 작가로서는 600만부 이상 판매한 '돈키호테'이후에 가장 많이 팔린 작가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안개의 왕자', '한밤의 궁전'으로 이어지는 미스터리 모험 '안개 3부작'으로 불리웁니다. 각 이야기의 연계점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스페인 출신의 작가로 광고계에 있다가 미국에서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이력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유럽 특유의 감성과 함께 미국적인 느낌도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인도입니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1900년대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여러 독특한 이국적 감각들이 융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타지적인 부분이 가미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인도의 신화, 전설, 민화등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1916년 인도 캘커타에서 쌍둥이 남매를 누군가로부터 피해 도망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그가 피하는 사람은 권력자이면서도 마법을 쓰는 것인지 무서운 힘을 지닌 것 같아보입니다. 아이들은 무사히 구출되지만 그의 미래는 암울할 것 같습니다. 그 중 남자아이만 세인트 패트릭스 보육원에 보내지고 16년을 자라게 됩니다. 

이런 암흑의 운명은 깨닫지 못한채 아이는 밝게 자라나고 일곱명의 아이들이 만든 비밀결사조직인 '차우바 소사이어티'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모여서 재밌게 지내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각각의 다른 성격과 특기들을 가진 아이들이 벤과 여동생 쉬어와 함께 이 둘을 노리는 자와할을 대항합니다.

벤의 부모님에 얽힌 불행한 관계에 대해 알게된 아이들은 두려워하기 보다 맞서 싸우고자 하는 모험심을 보여줍니다. 자와할에 대해 조사하고 그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반전을 거듭해 알게 되는 진실은 참 서글픈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힘을 모아서 이겨내기까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몇번에 걸쳐 등장한 이언의 짧은 글들을 통해 이들의 인생 전체가 정리되면서 결국 행복하기만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재미있게 보게 되고 이들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한밤의 궁전'이란 제목이 커다란 의미를 차지할 것만 같았는데 이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아지트로만 소개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어쩌면 찬드라 차테르기가 만든 집이 앞의 의미와 함께 '한밤의 궁전'이 되기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은게 아쉽더라구요.

그리고 사와할이 대단한 마법이라도 지닌듯, 세월이 지나도 나이를 먹지 않은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아이들을 가차없이 죽이지 않은 것이 좀 당위적이지 못한 것 같고 그러면서도 쉬어의 결말은 좀 앞뒤가 안맞는 느낌이더라구요. 유럽 작가가 너무 미국적 영화 산업을 의식해서 스케일만 키운 기분이 든달까요.

그러나 이런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재밌는 문체와 여러 성격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점, 각각의 다른 위치에서 정보를 모은 다양성 같은 것들은 역시 이 작가의 명성을 알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웠던 점도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는 생각 밖에 안들만큼요. 

인도의 문화와 신화의 접목, 영국적이면서 문체 자체는 유럽스타일이고 전체적인 느낌은 미국적인 독특한 작가라 또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정보

El Palacio de la Medianoche by Carlos Ruiz Zafón (1994)
한밤의 궁전
지은이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펴낸날 초판 1쇄 2011년 2월 21일
옮긴이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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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섬을 품다 - 섬은 우리들 사랑의 약속
박상건 지음 / 이지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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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노오란 표지가 파아란 바다와 대조되듯 눈길을 끕니다. 작은 사진들은 세피아톤으로 뽑아내어 과거를 더 추억하게 합니다. 하얗고 급히 쓴듯한 멋드러지는 글씨체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섬' 그것은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시의 삶이 지치고 무거워질때면 바다 내음이 그리워지고 두둥실 떠 있는 것만 같은 섬이 떠오릅니다. 사실 그 섬에 무엇인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 섬을 걸어보고 싶어집니다.

아마 작가도 섬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섬은 우리들 사랑의 약속'이라는 부제를 달고 이 책이 나왔습니다. 작가는 그저 섬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섬에 미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닐까 싶을만큼 그의 약력에는 TV 다큐에 TV 프로그램 진행도 했습니다. 섬 관련 계간지와 인터넷 신문도 발행하고 있고 여러 곳에서 섬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에게 섬에 관한 책은 당연한 것같아 보입니다.

표지나 제목을 통해서 에세이집이라고 예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정말 '섬'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해, 서해, 남해, 제주로 크게 나눠져있구요. 동해에는 섬뿐 아니라 항, 포, 곶, 등대 이야기도 있습니다. 흔히 알려진 섬들과 조금은 흔치 않은 섬들이 반씩 수록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도와 여행 설명서, 상식과 준비물에 관한 부분을 수록해둬서 섬 여행에 꼭 필요한 한권의 소개서를 만들어둔 느낌입니다. 각 장에서도 개인적인 감상보다는 자료와 정보 위주로 기술해둬서 감상적인 소개서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 딱 알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간략화된 지도도 수록되어 있고 어느 코스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도 알려주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 섬에 관련된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섬 전문가'란 호칭이 어색하지않을 것 같은 이력을 갖고 계신 저자분의 책이라 더욱 신뢰가 가구요. TV 프로그램 '1박 2일'을 통해서 섬에 대한 소개가 많아져서 최근 더욱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가 아닌가 싶은데 좋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당장 섬으로 떠나고 싶어지네요. 

 


책 정보

섬은 우리들 사랑의 약속 - 바다, 섬을 품다
지은이 박상건
펴낸곳 이지북
초판 1쇄 인쇄일 2011년 2월 23일
초판 1쇄 발행일 2011년 3월 10일
디자인 여만엽
표지 글씨 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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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시나리오픽션 2
안민정 지음 / 바이람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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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나리오 픽션 시리즈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형식은 그냥 소설과 같습니다. 강렬한 제목과 소재는 절로 관심을 갖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손기철'이라는 유능한 강력계 형사가 주인공입니다. 4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의 역할이 따라 나눠둔 것이 인상적입니다. 형사 손기철, 살인자 손기철, 용의자 손기철, 아버지 손기철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될지 짐작이 되는 분류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성북동 고리대금업자 살인사건'의 현장범을 잡은 상태인데 사표를 내고 떠났던 전형사 손기철이 갑자기 등장해서는 "내가 죽였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믿어주질 않습니다. 그리고 형사 손기철일 때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왜 그 고리대금업자를 죽이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와 손기철이 시한부인생을 선고받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싶을만큼 그는 자신의 마지막 삶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살인을 강행하게 되지만 그가 돌아온 것은 자신의 아들이 이 살인사건의 현행범으로 붙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용의자가 되어서도 - 비록 동료들은 믿어주지 않지만 -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속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됩니다. 자신과 아들 말고 또 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로써 왜 아들을 버린 채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게 되고, 사건을 바로 돌려놓습니다. 그는 유능한 형사이면서도 훌륭한 아버지였습니다. 

조금은 더 소설같은 결말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손기철은 그런 '형사 소설'스러운 진상보다는 '아버지 손기철'로써의 역할을 택합니다. 묵묵하게 일해온 손기철. 그의 모습은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실보다 자식을 위해 오해를 받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아버지의 부정이 절절히 가슴에 사무칩니다.

마치 저자가 아저씨인 것처럼 노련하게 글들을 써내려간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은 덮어두고 저자의 사진을 보고 조금은 여성스러우면서 비전문적인 형사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란 선입견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르게 정말 딱 '손기철'이란 인물이 되어 한 아저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이 소설의 노련미는 처음과 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항 출입국 직원의 묘사를 통한 손기철이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물을 제 3자가 관찰하는 시각에서 우선 윤곽을 그리게끔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픽션이라면 의례 그렇듯 조금 훈훈한 결말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물론 일부는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감한 결말은 이 소설에 더욱 노련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로 제작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책 정보

내가 죽였다
글 안민정 
펴낸 곳 바이람북스 
제 1판 1쇄 2011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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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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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정말 기묘합니다. 작가는 서문을 통해 '이야기'가 주는 놀라운 소재를 통해서 재활용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소재는 바로 '유령'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 귀화한 작가 헨리 제임스는 1898년 <<콜리어스 위클리>>에 12회에 걸쳐 이 소설을 연재합니다. 당시에는 상당히 공포스럽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하는데 - 역사의 표현대로 - 현대에서 느끼는 공포와는 조금의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포 소설'로의 이 소설이 가지는 의미가 전부인 것은 아닙니다.

유령을 등장시켜 등장 인물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것 이외의 특징으로는 모호함이 있습니다. 너와 내가 아는 '그것'을 이야기할 때 구체적인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 방식처럼 이 소설 속의 대화는 주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알기 때문'만은 아니고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추는 그 과정 속에서 대화는 어긋난다던가 더한 공포를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은 영국 문화 속에서 '예의'랄까 '기품'을 중시하는 환경이 만든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봤습니다.

우선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시골에서 살아온 목사의 딸이 가정 교사 자리를 얻게 되어 런던으로 올라갑니다. 아주 잘생긴 신사가 자신의 조카들을 시골에서 전적으로 맡아달라는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신사에게 매료되어 책임 의식을 갖고 에섹스에서 있는 한 시골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플로라와 마일스는 너무도 아름답고 천사같은 생김을 하고 있는데다가 이 모든 저택 안에서의 일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기쁜 마음을 안고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마일스는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사실과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것 때문에 주인공은 복잡해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들은 예전 가정교사와 집사 유령이 보이는 것을 통해서 점점 더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됩니다.

주된 문제는 아이들은 과연 천사일까 아니면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일까 하는 점에 있습니다. 주인공과 하녀 그로스 부인은 그 모호한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천사임에 틀림없지만 예전 가정교사와 집사가 자신들의 이상한 교육을 강요했고 이제는 유령이 되어 망치려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읍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결국 비극의 결말을 맞게 됩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 소설 이해의 주된 포인트를 성적인 부분에서 접근하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보다 중요한 부분은 '권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이 소설 앞에서도 밝히듯이 보잘 것없는 시골에서 자란 고작 스무살 밖에 안된 소녀입니다. 그런 그녀가 너무도 잘생기고 멋진 신사에게 부탁을 받아 한 저택의 우두머리가 됩니다. 잘해내고 싶고 이전의 문제들도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유령'에 관한 부분 역시 논쟁이 많이 있어왔던 것 같습니다. 역자가 지적했듯이 집사와 가정교사를 보지 못한 주인공이 그들을 정확히 묘사해내는 것은 역시 유령을 봤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과연 선한가? 악한가?'의 부분은 이중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과 그로스 부인의 대화에서 그들이 짐작한 것이 맞다면 아이들은 악한 집사와 가정교사를 통해 잘못된 교육을 받았으며 그것을 교묘하게 숨기면서 천사인듯 행동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주인공과 그로스 부인이 완전 오해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제멋대로인 부분이 있습니다. 어른들처럼 앞뒤가 맞는 행동을 한다고만 볼 수는 없으니 아무리 천사같은 아이라도 악한 면을 보일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마일스의 공포는 집사가 그에게 이상한 것을 주입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유령'에 대한 공포로 그런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한 공포는 단지 '유령'이 등장하기 때문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모호한 대화를 통해 과거를 짐작하고 상대를 평가하는 부분 자체가 관계를 비극으로 이끌고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제목이 소설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사가 회전하면 깊이 깊이 박히는 것처럼 감정이나 의식이 점점 가속을 붙여 비극으로 나아갑니다. 바로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명확한 설명이 없는 소설은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해둔 것 같아서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좀 더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행복해지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긴 하네요. 

 
 


책 정보

The Turn of the Screw by Henry James (1898) 
세계문학의 숲 006
나사의 회전
지은이 헨리 제임스 
발행처 (주)시공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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