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픽션 시리즈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형식은 그냥 소설과 같습니다. 강렬한 제목과 소재는 절로 관심을 갖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손기철'이라는 유능한 강력계 형사가 주인공입니다. 4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의 역할이 따라 나눠둔 것이 인상적입니다. 형사 손기철, 살인자 손기철, 용의자 손기철, 아버지 손기철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될지 짐작이 되는 분류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성북동 고리대금업자 살인사건'의 현장범을 잡은 상태인데 사표를 내고 떠났던 전형사 손기철이 갑자기 등장해서는 "내가 죽였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믿어주질 않습니다. 그리고 형사 손기철일 때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왜 그 고리대금업자를 죽이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와 손기철이 시한부인생을 선고받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싶을만큼 그는 자신의 마지막 삶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살인을 강행하게 되지만 그가 돌아온 것은 자신의 아들이 이 살인사건의 현행범으로 붙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용의자가 되어서도 - 비록 동료들은 믿어주지 않지만 -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속합니다.
그러다가 그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됩니다. 자신과 아들 말고 또 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로써 왜 아들을 버린 채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게 되고, 사건을 바로 돌려놓습니다. 그는 유능한 형사이면서도 훌륭한 아버지였습니다.
조금은 더 소설같은 결말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손기철은 그런 '형사 소설'스러운 진상보다는 '아버지 손기철'로써의 역할을 택합니다. 묵묵하게 일해온 손기철. 그의 모습은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실보다 자식을 위해 오해를 받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아버지의 부정이 절절히 가슴에 사무칩니다.
마치 저자가 아저씨인 것처럼 노련하게 글들을 써내려간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책의 내용은 덮어두고 저자의 사진을 보고 조금은 여성스러우면서 비전문적인 형사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란 선입견도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르게 정말 딱 '손기철'이란 인물이 되어 한 아저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이 소설의 노련미는 처음과 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항 출입국 직원의 묘사를 통한 손기철이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물을 제 3자가 관찰하는 시각에서 우선 윤곽을 그리게끔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픽션이라면 의례 그렇듯 조금 훈훈한 결말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물론 일부는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감한 결말은 이 소설에 더욱 노련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로 제작될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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