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수목원 - 숲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
이동혁 글.사진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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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혹자는 자연이 아무런 치유도 주지 못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연이 주는 어떤 것에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그것이 계절이 돌아오는 것이기도 하고 자연 자체의 아름다운 것을 통해서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서문을 통해서 바쁜 인생을 살아가느라 벅차서 무관심하다가 뒤늦게 아름다움을 알고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그저 '꽃'이라는 것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 때문에 좋아하지만 꺾여져 보기 위한 꽃이 아니라 살아가는 그 자리의 그대로의 꽃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보다 그저 흙이 있고 잎이 있고 잡초와 어우러진 들꽃들은 계절과 어우러져 얼마나 그 아름다움이 순간 같은지 매년 매년 감회가 새롭지요.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을 기대했는데 이 책 속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더 숨어 있습니다.

바로 꽃들의 노하우를 가지고 삶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한쪽의 사진과 한쪽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꽃에 대해 설명하고 그 꽃이 살아가는 모습을 인생에 빗대어 소개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어느 잡지나 사보의 한 면을 할애한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네요. 그래서 단순히 꽃을 소개하는 글보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에 공감한다. 혹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거나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거나 하는 생각의 꺼리를 만들어줍니다.

총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숲이 인생에 들려주는 이야기', '때론 길들지 않는 삶이 그립다', '빛을 바라다보니 빛을 닮았다', '척박한 땅의 꽃이 더 향기롭다', '사랑을 위해 나는 피네', '밥도 되고 약도 되고 벗도 되고'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꽃은 아무래도 국내에 밖에 없다는 '미선나무'입니다. 꼭 덜 핀 개나리처럼 생겼는데 정말 외국엔 없는 것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그 차분한 자태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 꽃들은 그저 살아갈 뿐이겠지만, 왠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혹은 잊혀진 시간이라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피어나는 기분이 들어서 마주한 추억처럼 반가워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길을 가다 꽃을 보면 그저 아름답다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교훈을 내게 줄지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책 정보

아침수목원 
지은이 이동혁 
펴낸곳 (주)북이십일 21세기북스 
1판 1쇄 인쇄 2011년 4월 27일 
1판 1쇄 발행 2011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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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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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이 국내에서 번역 발매되었을 때 일본에서 드라마화되어 방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약간 본 후에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원작 그대로 드라마화된 것 같더라구요. 제목의 49일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죽은 후에 49재를 지내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화자 유리코는 새엄마인 오토미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고 '오토미 엄마'를 줄여 '옴마'라고 부르며 33년동안 무뚝뚝하게 대했습니다.

유리코는 사정이 생겨 집을 나와 옴마의 장례식이 끝난 2주 후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옴마가 부탁해서 49일동안 아버지를 도와주라는 이모토, 이 세 사람의 이야기로 소설은 진행됩니다.

옴마는 49일 동안 자신을 생각해달라며 레시피를 남깁니다. 음식 뿐만 아니라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그림을 그려서 쉽게 설명해뒀습니다. 그리고 49재 때는 독경을 읽는 법회가 아닌 연회를 열어 파티같은 즐거운 모임이 되기를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무뚝뚝한 부녀가 옴마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옴마를 그리워하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로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표현하면 너무 평범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옴마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한 계모의 모습으로 삶이 너무 처절했던 것도 아니며 그녀의 노고를 몰라줬던 것을 서운해 했던 사람도 아닙니다. 

불행했던 자신의 삶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발견했고 힘든 아이들을 도와주려했던 행복한 옴마. 그녀를 그리면서 모두들 행복해질 수 있게 했던 그녀는 진정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밝은 사람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행복하기를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음식 하나로도 추억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삶이 어쩌면 가장 가치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으면서 행복해하면서 떠나보낼 수 있다는 것도 그만큼 충실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겠지요. 

유리코 부부의 모습은 조금 예상 밖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이었지만 사람은 실수나 부재(不在) 위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것만 줄 수 있는 행복한 관계가 있다면 더 좋을텐데 그 소박한 것이 때로는 가장 힘든 게 인간 관계이겠지만요. 어쨌든 그 부분을 제외한다면 훈훈한 이야기라 마음이 따스해졌습니다.

   

 


책 정보

Shijūkunichi No Recipe (2010) 
49일의 레시피
지은이 이부키 유키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인쇄 2011년 2월 7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2월 15일
옮긴이 김윤수


   p. 192

   우리는 테이크오프 보드예요, 라고 사토미가 말했다. 

   "테이크오프 보드, 뜀틀에 발판이 있잖아요. 우리는 그 발판이에요. 뛰어가서 발판을 힘껏 차고 날아오르면 이제 떠올리지 않아도 되요. 과거를 뛰어넘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지고 똑바로 달려가면 되는 거예요."


   p. 213

   1936년, '하세가와 오토미, 고베에서 태어나다' 라고 써진 첫 번째 종이 앞에 가서 그 글자를 올려다보았다.

   '발자국'은 모두 처음에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부터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주 잠깐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가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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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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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미야자카가(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몇 명의 주변 인물이 등장하지만 주로 가족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남 3녀의 자녀를 둔 부모님은 평범한 것 같기도 하고 독특한 것 같기도 합니다. 완고하고 조용하지만 어떤 사건에 대한 반응은 가장 유연할지도 모를 아버지와 식탁에 곁들일 나뭇잎이나 조약돌을 주워오라는 소녀같은 어머니지만 사실 가장 자기 중심적일 것 같은 완고한 면이 있는 성격입니다.

화자는 셋째 딸인 고토코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천천히 앞날을 생각해보는 상황입니다. 간간히 만나는 대학생 남자 친구와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큰 언니 소요는 결혼을 해서 따로 살고 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무엇이든 잘해내는 듬직한 장녀이지만 가장 마음이 예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둘째 언니 시마코는 겉으로 가장 불안정하고 걱정되는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요와 반대로 화려하고 감정을 분출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막내 남동생 리쓰는 조용하고 차분하고 똑똑하고 의지가 가는 타입입니다. 

화자인 고토코의 성격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소설의 흐름은 아주 평탄한 듯 보입니다. 아주 잔잔한 느낌의 문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이 소설은 이상한 면이 있습니다. 뭔가 편안하게 술술 읽혀지지 않는달까, 기묘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흔치 않은 캐릭터의 설정이랄까 그래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사건적으로 보면 그런 수수한 진행과 달리 깜짝 놀랄 정도의 이야기들이 나와서 다음의 이야기를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 있네요.

어느 정도 읽으면서 각 가족들의 성향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들의 일상이 이해가 가면서 술술 읽혀지더라구요. 원제가 무려 '싱크대 아래 뼈'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설 속에 등장하기 때문에 읽어보시면 어떤 의미인지 아실 껍니다. 단어 자체는 상당히 호러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이 제목을 보면 이 가족의 모습이랄까 그들이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면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제목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이 가족에 대해 느낀 감각과도 좀 이어진 면이 있기도 했구요.

물론 우리 나라에서 그대로 번역을 해서 출간했다면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기 이전에 그다지 판매량이 뛰어날 것 같지 않지요. 그래서 바꿨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국내판 제목은 상당히 알기 쉬우면서도 책에 관한 접근법이 쉬울 괜찮은 제목인 것 같습니다. 원제보다의 깊은 미학은 없지만요. 

평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록 평범한 듯한 문체들이 이어지지만요. 그래서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속에 미야자카가만의 특징이 담겨있고 그들의 따스함이 녹아 있어 잔상이 상당히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적이면서도 완전히 새롭기도 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독특성에 별 다섯 개를 매겨봅니다.

 
 


책 정보

流しのしたの骨 by Kaori Ekuni (1996) 
소란한 보통날 (원제: 싱크대 아래 뼈)
지은이 에쿠니 가오리 
펴낸곳 (주)태일소담 (소담출판사)
펴낸날 2011년 4월 20일 초판 1쇄
옮긴이 이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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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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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저자 시게마츠 기요시는 '비타민 F'로 12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야마모토 슈고로상, 츠보타 요우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청소년 권장 도서'라는 문구가 표지에 붙여져 있습니다. 흔히 이런 류의 소설들은 계몽적인 경향이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비타민 F'를 통해 알게된 시게마츠 기요시의 스타일에 신뢰를 갖고 읽어보게 되었네요.

독특한 제목 자체가 궁금한 기분을 들게하지요. 국어 담당 교사인 무라우치는 비상근 강사로 임시로 여러 학교들은 전전하면서 교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정 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심하게 더듬는 사람이라 대체 어떻게 선생님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의 활약상은 정말 대단합니다.

총 여덟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무라우치 선생님이 공통적으로 등장하지만 화자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들이기 때문에 등장 분량 자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진로는 북쪽으로 
일본에는 에스컬레이터식 사립학교들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시가 꽤나 힘들지만 일단 들어가면 대학까지 무난하게 진학할 수 있고 수준도 높아서 엄마들의 욕심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사립학교 학생입니다. 중간에 들어온 아이들을 '외부생'이라는 말로 무시하는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너무 싫은 아이입니다.

모두가 당연시 생각되는 것을 옳다고 정의내리지 않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분별하는 아이의 모습은 불안합니다. 그러나 무라우치 선생님에 의해서 그 아이의 분별력은 안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고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손수건
선택적 함구증에서 걸려서 학교에서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중학교 졸업식때 대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참석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 어디를 봐도 피해자인듯한 아이의 과거 이야기와 병에 걸린 상황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단히 큰 일은 아니지만 선생님의 한마디 말이나 아이들의 이야기가 자신에게 독이 되어 자리잡은 것이겠지요. 

멀쩡했던 자신이 한순간에 어딘가 힘든 부분이 생기는 그 모습 속에서 누구에게도 예외란 있을 수 없고 간단한 말로인해서도 깊은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부적
흔히 소설 속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이 많이 그려집니다. 반대로 가해자는 악한 존재로 그려져서 피해자는 한없이 불행하게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의 주인공은 가해자 가족입니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는 오랜 세월 운전도 못하고 가족들에게 운전도 못하게 하고 매년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를 하러 가는 그런 가해자가 나옵니다.

친구가 피해자가 되어 가해자를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해자 가족은 맘이 편치 않습니다. 그런 마음들을 고스란히 그려냈기 때문에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피해자의 가슴 아픈 사연보다 더 절절히 가슴에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파랑새
학급 내에서의 왕따. 그러나 그 아이는 웃기만 했기 때문에 모두 왕따를 시키는지 자각이 없었다고 믿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무라우치는 그 아이가 자살 기도를 했고 지금은 교실에 없지만 그 아이가 있는 것처럼 자리를 만들어 출석을 부릅니다. 반 아이들은 마치 무라우치 선생님이 자신들에게 벌을 준다고 생각하여 괴롭기만 하지만 사실 무라우치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벌을 받거나 혼을 내는 것 보다 더 무서운 말은 자신의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 입니다. 

조용한 악대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사립중학교 입시에 실패를 하고 공립중학교에 함께 다니고 있지만 반에서 은근히 리더가 되어 자기 마음대로 아이들을 괴롭힙니다. 주인공은 무엇 하나 잘하는 것이 없고 반응이 좀 느린 편이라 그런 대상 중 하나가 됩니다. 선생님 조차 자기 마음대로 휘둘러서 나오지 않게 되고 무라우치 선생님이오게 됩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는 무능한 선생님처럼 그려지는 무라우치지만 주인공 사토미의 박수는 이해하고 위로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친애하는 쥐 대왕마마
이번 이야기는 학급 안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주제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학교를 옮기고 고립되어 가는 요스케가 나옵니다. 생활이 어려워졌다거나 그런 문제들때문에 힘들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점이 이 아이를 고립되게 만듭니다. 모두가 싫다는 요스케와 대화하는 무라우치 선생님은 차근히 대화 상대가 되어 줍니다.

히무리루 독창
이번 이야기도 자신의 문제가 주제입니다. 선생님을 칼로 상처입힌 사이토는 소년감별소에 있다가 할머니 댁에서 지내지만 개구리를 죽이게 되면서 그곳에서도 있지 못합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만 모두 자신을 무서워합니다. 그러나 어떤 폭력적인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도 아니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판단하지 못합니다. 무라우치 선생님은 사이토에게 개구리 시를 쓴 쿠사노 신페이라는 시인을 알려줍니다. 그 안에 하얀색 개구리인 히무리루가 등장합니다. 

혼자가 된 히무리루는 결국 사람에게 잡혀 표본이 되지만 알콜 덕분에 일반 개구리와 같은 색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 고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이토는 사나다 선생님께 사과를 합니다.

뻐꾸기 알
마지막 이야기는 과거에 무라우치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았던 제자가 등장합니다. 그 때는 힘들었고 괴로웠지만 이제는 앞을 보고 따스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텟짱이 주인공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 나쁜게 아니라 쓸쓸한 거라는 무라우치 선생님의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상이 각 단편들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관점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다양성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단지 그 나이 또래이거나 그 정도 아이를 가진 부모라서 봐야하는 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구요. 마지막 이야기처럼 행복해지는 결말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 정보

AOI ROTI by Kiyoshi Shigematsu (2007) 
말더듬이 선생님
지은이 시게마츠 기요시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웅진지식하우스 
초판 1쇄 발행 2009년 3월 20일
초판 2쇄 발행 2009년 5월 8일
옮긴이 이수경


   p. 43

   "그러니까…… 나는 옳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선생이 된 게 아니다."

   "……그러면 어떤?"

   "나는 중요한 것을 가르치고 싶단다."


   p. 258

   늦지 않았어, 선생님이 말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너를 만나서 정말 좋았다. 선생님은 기쁜 듯, 그리고 마음을 놓은 듯 그렇게 말했다.


   p. 299

   모두 고독해서.

   모두의 고독이 서로 통하는 분명한 존재를 어렴풋이 의식하고.

   꾸벅꾸벅 조는 날을 보내는 것은 행복이다.


   p. 346~7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옛날하고."

   "그래?"

   "네, 똑같아요, 아무 말 안 하시는 것도."

   "……말을 잘 못하니까. 나는."

   "하지만 그 대신 중요한 것만 말하잖아요. 선생님이 말하는건 전부 중요한 거 아닌가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멋쩍은 듯 웃었다.

   "어이쿠, 너, 그런 것도 알고, 정말 어른이 다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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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우미노 아오 지음, 김주영 옮김 / 멜론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제10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 수상작으로 무려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50대 주부이며 20대에 여류신인상과 군조신인문학상 우수작을 받았으며 단가와 에세이를 써왔다고 합니다. 국내에는 이 작품이 처음으로 소개된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소설의 1/3 지점까지 '해결사'에 관한 본격적인 언급이나 행동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필력이 좋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순 있지만 제목만 보고 선택을 한 사람에게는 좀 생뚱맞게 긴 느낌이 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해결사의 일이 긴박감 넘치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분량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별은 4개만 매겨봅니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주목할만한 작품입니다. 경험에서 우러났다는 일상적인 면을 세세하게 적고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좀 맥이 풀린달까 지루한 면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소소한 이야기나 연애물을 좋아한다면 반가울 수 있는 면일 것 같습니다. 직접 개를 키우면서 경험한 부분을 녹여냈다고 하니 사실적인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한 남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조용한 마을에 이사와서 살고 있지만 그녀는 상당히 불쌍하면서도 밝은 사람이고 남자는 어딘가 시니컬한 면이 있고 숨기고 있는 과거도 있어보입니다. 늘 주변을 경계하는 그의 모습이 대체 어떤 사연으로 이 제목에 나타난 이야기를 접었는지, 다시 시작할지 궁금해서 독서를 재촉합니다.

남자의 독백이 많기 때문에 이 소설이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과연 맞는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골수 미스터리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와 함께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들과 그녀를 잃어버리기까지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드디어 '해결사'의 일을 다시 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시니컬하기 그지없던 남자의 사랑이야기도 사실 그녀를 정말 아꼈음을 점점 보여주게 됩니다.

과거의 이야기가 드러나고 '해결사' 팀이 공개됩니다. 그리고 맡은 일과 팀 내에서의 믿을 수 없는 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사람을 직접 죽이거나 해를 가하는 '해결사'가 아니라 그들의 어두운 면을 살짝 건드려 '미필적고의'식의 접근 방식에서 그들의 용의주도함을 보여줍니다.

어느 인터넷서점에서 반전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읽는 내내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속에도 그런 언급이 잠시 나오기도 하구요. 주인공의 독백이 허무적인 느낌이 있어서인지 하드보일드한 액션이나 상황들도 그저 심드렁한 기분으로 보게되기도 합니다. 물론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게하긴 하지만요.

결말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진실과 주인공의 태도들은 역시 이 소설이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연애소설'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제는 '해결사'가 아니라 '수상(水上)의 파사칼리아'입니다. '헨델의 쳄발로 소곡 제7장 G단조의 파사칼리아'가 이야기에서 등장하는데 그 때문에 붙여진 제목입니다.

 
 


책 정보

Suijo no Passacaglia by Umino Ao (2007) 
해결사 
지은이 우미노 아오 
펴낸곳 도서출판 멜론
초판 1쇄 인쇄 2011년 2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2월 15일
옮긴이 김주영
디자인 씨오디 Color of Dream 
일러스트 정승환 
 

   p. 36

   난 교육을 받았어도 교양 없는 사람이 세상에는 차고 넘치며 학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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