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서평

저자 시게마츠 기요시는 '비타민 F'로 12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야마모토 슈고로상, 츠보타 요우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청소년 권장 도서'라는 문구가 표지에 붙여져 있습니다. 흔히 이런 류의 소설들은 계몽적인 경향이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비타민 F'를 통해 알게된 시게마츠 기요시의 스타일에 신뢰를 갖고 읽어보게 되었네요.

독특한 제목 자체가 궁금한 기분을 들게하지요. 국어 담당 교사인 무라우치는 비상근 강사로 임시로 여러 학교들은 전전하면서 교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정 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심하게 더듬는 사람이라 대체 어떻게 선생님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의 활약상은 정말 대단합니다.

총 여덟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무라우치 선생님이 공통적으로 등장하지만 화자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들이기 때문에 등장 분량 자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진로는 북쪽으로 
일본에는 에스컬레이터식 사립학교들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시가 꽤나 힘들지만 일단 들어가면 대학까지 무난하게 진학할 수 있고 수준도 높아서 엄마들의 욕심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사립학교 학생입니다. 중간에 들어온 아이들을 '외부생'이라는 말로 무시하는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너무 싫은 아이입니다.

모두가 당연시 생각되는 것을 옳다고 정의내리지 않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분별하는 아이의 모습은 불안합니다. 그러나 무라우치 선생님에 의해서 그 아이의 분별력은 안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고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손수건
선택적 함구증에서 걸려서 학교에서 말하지 못하는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중학교 졸업식때 대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참석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 어디를 봐도 피해자인듯한 아이의 과거 이야기와 병에 걸린 상황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단히 큰 일은 아니지만 선생님의 한마디 말이나 아이들의 이야기가 자신에게 독이 되어 자리잡은 것이겠지요. 

멀쩡했던 자신이 한순간에 어딘가 힘든 부분이 생기는 그 모습 속에서 누구에게도 예외란 있을 수 없고 간단한 말로인해서도 깊은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부적
흔히 소설 속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이 많이 그려집니다. 반대로 가해자는 악한 존재로 그려져서 피해자는 한없이 불행하게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의 주인공은 가해자 가족입니다. 어쩔 수 없는 사고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는 오랜 세월 운전도 못하고 가족들에게 운전도 못하게 하고 매년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를 하러 가는 그런 가해자가 나옵니다.

친구가 피해자가 되어 가해자를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해자 가족은 맘이 편치 않습니다. 그런 마음들을 고스란히 그려냈기 때문에 너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피해자의 가슴 아픈 사연보다 더 절절히 가슴에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파랑새
학급 내에서의 왕따. 그러나 그 아이는 웃기만 했기 때문에 모두 왕따를 시키는지 자각이 없었다고 믿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무라우치는 그 아이가 자살 기도를 했고 지금은 교실에 없지만 그 아이가 있는 것처럼 자리를 만들어 출석을 부릅니다. 반 아이들은 마치 무라우치 선생님이 자신들에게 벌을 준다고 생각하여 괴롭기만 하지만 사실 무라우치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벌을 받거나 혼을 내는 것 보다 더 무서운 말은 자신의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 입니다. 

조용한 악대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사립중학교 입시에 실패를 하고 공립중학교에 함께 다니고 있지만 반에서 은근히 리더가 되어 자기 마음대로 아이들을 괴롭힙니다. 주인공은 무엇 하나 잘하는 것이 없고 반응이 좀 느린 편이라 그런 대상 중 하나가 됩니다. 선생님 조차 자기 마음대로 휘둘러서 나오지 않게 되고 무라우치 선생님이오게 됩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는 무능한 선생님처럼 그려지는 무라우치지만 주인공 사토미의 박수는 이해하고 위로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친애하는 쥐 대왕마마
이번 이야기는 학급 안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주제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학교를 옮기고 고립되어 가는 요스케가 나옵니다. 생활이 어려워졌다거나 그런 문제들때문에 힘들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점이 이 아이를 고립되게 만듭니다. 모두가 싫다는 요스케와 대화하는 무라우치 선생님은 차근히 대화 상대가 되어 줍니다.

히무리루 독창
이번 이야기도 자신의 문제가 주제입니다. 선생님을 칼로 상처입힌 사이토는 소년감별소에 있다가 할머니 댁에서 지내지만 개구리를 죽이게 되면서 그곳에서도 있지 못합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만 모두 자신을 무서워합니다. 그러나 어떤 폭력적인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도 아니고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판단하지 못합니다. 무라우치 선생님은 사이토에게 개구리 시를 쓴 쿠사노 신페이라는 시인을 알려줍니다. 그 안에 하얀색 개구리인 히무리루가 등장합니다. 

혼자가 된 히무리루는 결국 사람에게 잡혀 표본이 되지만 알콜 덕분에 일반 개구리와 같은 색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 고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이토는 사나다 선생님께 사과를 합니다.

뻐꾸기 알
마지막 이야기는 과거에 무라우치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았던 제자가 등장합니다. 그 때는 힘들었고 괴로웠지만 이제는 앞을 보고 따스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텟짱이 주인공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 나쁜게 아니라 쓸쓸한 거라는 무라우치 선생님의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상이 각 단편들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관점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다양성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단지 그 나이 또래이거나 그 정도 아이를 가진 부모라서 봐야하는 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구요. 마지막 이야기처럼 행복해지는 결말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책 정보

AOI ROTI by Kiyoshi Shigematsu (2007) 
말더듬이 선생님
지은이 시게마츠 기요시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임프린트 웅진지식하우스 
초판 1쇄 발행 2009년 3월 20일
초판 2쇄 발행 2009년 5월 8일
옮긴이 이수경


   p. 43

   "그러니까…… 나는 옳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선생이 된 게 아니다."

   "……그러면 어떤?"

   "나는 중요한 것을 가르치고 싶단다."


   p. 258

   늦지 않았어, 선생님이 말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너를 만나서 정말 좋았다. 선생님은 기쁜 듯, 그리고 마음을 놓은 듯 그렇게 말했다.


   p. 299

   모두 고독해서.

   모두의 고독이 서로 통하는 분명한 존재를 어렴풋이 의식하고.

   꾸벅꾸벅 조는 날을 보내는 것은 행복이다.


   p. 346~7

   "선생님,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옛날하고."

   "그래?"

   "네, 똑같아요, 아무 말 안 하시는 것도."

   "……말을 잘 못하니까. 나는."

   "하지만 그 대신 중요한 것만 말하잖아요. 선생님이 말하는건 전부 중요한 거 아닌가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멋쩍은 듯 웃었다.

   "어이쿠, 너, 그런 것도 알고, 정말 어른이 다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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