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 캐나다 - 순수한 열정으로 캐나다를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임선일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20 in Canada

표지의 인상적이게 멋있는 사진 덕분에 더 눈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캐나다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유학생입니다.
그가 인터뷰로 엮은, 20인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전문 인터뷰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기대도 하지 않았고
첫 주인공부터 아는 사람에, 막역한 대화체의 문장이 좀 거슬려서
실망을 했었는데 어느새 다양한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빠져들고 기대하지 않은 탓인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한국인으로 캐나다에 유학이나 이민을 장려하는 책이 아니라
다른 국가 사람들도 종종 나오구요, 다양한 전공과 목적을 가진
주인공들 덕분에 좀 더 다채로운 책이 된 것 같습니다.

거기에 멋있는 사진과 꽤 괜찮은 종이질 덕분에 좀 더 빛나는 책으로 보입니다.
요즘 책들의 볼거리가 점점 다양해지는 것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보니
사진을 많이 싣는 추세이면서 종이가 얇아 읽는데 조금 방해되는
책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양호한 편이라 만족감이 있네요.

캐나다 하면 이민자들의 천국이고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은 곳.
살기 좋은 곳, 살지 않는다고 해도 여행이라도 한번 꼭 가봐야할 곳
정도로 유명한 것 같습니다.

이면에는 미국 유학을 못가는 사람들은 캐나다로 간다던지
미국에 이민 가기 전에 머무는 곳이라는 조금 부정적인 인식도 있는게 사실입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대학과 커리큘럼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캐나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자에겐 생각을 바꿀
기회도 제공되는 것 같습니다.


등장하는 20인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1. 밝고 진취적이라 그녀의 플라워 어레인지먼트는 아주 따스할 것만 같은 플로리스트 오경석
2. 어린 시절 단순히 캐나다가 좋아서 가족을 이민으로 이끌고, 인생의 시련도 겪으면서 더 큰 꿈을 꾸게 된 조우현
3. 좋은 성적으로 일본에서 갈 수 있는 좋은 대학을 마다하고 캐나다로 와서 좌절도 했지만 열심히 하며 좋아하는 서핑도 즐긴 일본인 유키코
4. 늦은 나이에 가족까지 함께 생활하지만 조금씩 꿈을 수정해가면서 분발하는 셰프 남근우
5. 힘들게 직장생활을 해왔지만 늦은 나이에 공부에 어학연수까지 하고 한국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전서연
6. 페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캐나다 학교에서 코업으로 업무경험을 쌓아 음성인식 스페셜리스트가 된 지병주
7. 홍콩에서 유학을 와서 현지 TV 리포터로 활동중인 홍콩인 켈리
8. 어학연수를 와서 정신없이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은 김석균
9. 한국에서 아토피로 너무 고생을 해서 어디를 다닐 수도 없었지만 캐나다 와서 멀쩡해진 양희조
10. 거리화가로 생생한 그림을 매일 그리면서 다른 나라로 가서 꿈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빛이 난다는 프랭크
11. 카이스트에 입학하고 몇달만에 바로 유학을 온 김성율, 역시 코업으로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퀀트가 되고 싶다고 한다.
12.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대에 들어갔는데 경쟁만 하는 현실이 싫어서 어학연수를 온, 캐나다의 아이들에게 배우는 고성은
13. 일본에서 만나 케나다에 함께 와서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는 테페이와 케이티 커플, 아티스트들이 모일 5층 짜리 건물을 꿈꾼다.
14. 어학연수 1년 5개월차인데 별의 별 경험을 다 해본, 그래도 안좋은 것을 털어버렸기에 당당할 수 있는 김재우
15. 에어로스페이스 전공을 하다가 법을 전공을 바꾸고 비행기 조종과 라이센트를 함께 공부하는 케냐인 마우린
16. 외국에서 의사소통을 못했던 두려움으로 어학연수를 왔다가 유학하게 되어 지금은 에어로스페이스쪽에서 무인항공기쪽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최재욱
17. 대학 졸업 후 워킹 홀리데이로 큰 규모의 쇼핑몰인 이튼 센터의 커피 전문점 팀홀튼에서 일하는 한정현
18. 아버지가 캐나다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유학을 오게되어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이란인 파얌
19. 4학년 다니다가 영어에 대한 스펙때문에 오게되어 많은 친구를 사귄 박지선
20. 어릴 때 유학와서 너무 힘든 과정들을 이겨내고 꿈을 찾아 차근히 밟아가는 베트남인 린

이들의 삶의 단편을 엿보면서 느낀 것은, 계속 꿈을 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들의 나이나 상황 자체가 대학생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시점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취업이 마치 인생의 전부인 것 같기 때문에 그들이 꿈꾸고 있다는 점이
더 강하게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콩에서는 암기식의 공부만 가르쳐서 자신의 방식으로 글을 쓰면 틀렸다고 했지만
캐나다에서는 자신을 인정하고 맞다고 해주었다는 홍콩인 켈리의 이야기처럼
우리 나라는 학구열도 높고, 공부하는 시간도 많고, 회사에서는 업무량도 많은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재가 나오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편하면서도, 즐거우면서도 더 뛰어날 수 있는 그 나라가 부럽고
인재들이 빠져나간다는 생각에 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겐 긍정적이고 강력한 에너지가 가득한 것 같아서
나도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좀 더 즐기면서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충실하고자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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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 홈메이드 커피 레시피 - 초보 바리스타를 위한 올 댓 커피 스토리
다구치 마모루 지음, 박한종 옮김, 김창진 감수 / 황금부엉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술집과 맞먹을 정도로 교회의 수가 많다는 한국 사회.
그러나 요즘은 그 보다 많은게 커피 관련 가게들이 아닐까 싶네요.
자가배전 샵들도 많아지구요. 체인점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편의점표 커피의 종류도 많아졌구요.
10년 전에는 미팅할때나 갔던 커피숍에 커피는 자판기만..
그런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정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지요.

그래서 직접 원두를 사서 커피를 내리는 분도, 자가배전을 하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작년에 비해 에스프레소 머신의 판매량도 늘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역시 드립, 프렌치 프레스, 모카 포트, 보급형 에스프레소 머신, 캡슐 머신
정도는 사용해봐서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은 있는 상태로 이 책을 접했습니다.

국내에 서적이 많이 없어서 일본 서적들을 번역해 본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왔지요.
아무래도 일본식 드립이 유입되어 있어서 또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인터넷 동호회(카페)를 중심으로 커피 마시는 일본 여행자들도 많아졌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커피 가게를 하고 있는 경력을 가진 분의 저서입니다.
커피에 대한 열정 만으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지식을 습득했다고 하네요.
읽다보면 주로 프랑스 쪽의 커피 문화에 관심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탈리아쪽 이야기를 더 궁금해했기 때문에 그쪽을 기대했는데 아니라서 살짝 아쉬웠구요.

전반적인 내용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커피 초보들이 접하고 싶어하는 백과사전 류의 책'
쯤 될 것 같습니다.

커피에 대한 유래나 이야기
커피 추출 기구
원두 이야기
배리에이션 음료 만드는 법
함께 곁들일 푸드
커피잔

정도로 크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글보단 사진이 많아서 읽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스타벅스에 관한 부분이 잠시 나오는데 조금 생뚱맞았습니다.
원서에서는 혹시 스타벅스 이외의 커피 체인점이라던가
커피 가게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만큼 생뚱맞은 출현이네요.
그리고 국내에 맞게 편찬되어 있어서 국내 커피 관련 역사나
국내 브랜드 커피잔도 들어가있는데 이 역시도 좀 그렇습니다.
차라리 분류를 다르게 해서 이 책은 번역서로만 내고
국내용 커피 관련 책을 만들어내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커피 관련 역사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저자를 모르는
글을 쓴 이유로 조금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볼거리는 있습니다.
커피를 사먹기만 했던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많은 지식이 있습니다.
점점 이런 류의 서적들이 등장해서 좀 다양해지고,
깊어지길 바라게 되네요.




OISHII COFFEE NO JITEN (2001)
(주)황금부엉이
2010년 5월 10일 개정판 1쇄 발행
다구치 마모루 원서 감수
박한종 역
김창진 한국어판 감수


p. 20 오타, 프라푸치오 -> 프라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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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아르투로 페레스 - 레베르테. 스페인의 유명한 소설가.
하지만 국내에서 열광적으로 유명한 작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한 10년쯤 전인데
제목만으로 구입해서 읽어봤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제목과 달리 체스로 얽혀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이후로 다시 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문장력은 깔끔하면서 가볍지 않은 작가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뒤마클럽'으로 유명한 작가라는 얘기는 있었고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와 유럽에서 200만부 이상
팔린 책의 작가이기도 해서 신인작가는 아니었습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가로, 여러 유럽 유수의 문학상들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왠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제목인데
이 작가의 소설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목은 그 소설을 읽게 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지만,
반대로 제목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작가의 필력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선택하게 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벽화로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인 파울케스가 주인공입니다.
지중해가 보이는 푸에르토 움브리아 항구의 망루에서 그는 머뭅니다.
시니컬한 듯한 파울케스는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느낌보다는
무언가에 쫓기듯,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그림을 그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에게 한 명의 방문자가 찾아옵니다. 크로아티아인 이보 마르코비츠.
그는 파울케스가 찍어서 상을 받았던 군인이었습니다. 그는 파울케스를
죽이기 위해 그를 연구하고 뒷조사하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남의 이야기를 하듯, 3인칭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합니다.

과거 유고슬로비아에서 일어난 인종청소. 세르비아인 부인을 갖은
이보 마르코비츠는 그것으로 부인과 아들이 잔인하게 살해 당하고
자신도 전쟁에, 포로로, 고문 당했던 일들을 이야기 합니다.

그것이 파울케스가 찍은 사진으로 인해서, 그는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인생이 파멸되어 버린.. 마치 나비효과와도 같은 그 일에
대해 담담히 얘기합니다.

그러나 그는 분노로 가득 차 살의를 품고 달려들어 지금 당장 죽이겠다는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종군 사진 기자 파울케스를 연구하고 또 연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그토록 많은 상을 받았던 대단한 사진사가
사진을 그만두고 종적을 감춘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죽이기 전에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런 파울케스가 그리는 벽화는 조금 이상합니다. 그가 왜 갑자기
벽화를 그리는지, 그것도 잔인한 전쟁화인지에 대해 파울케스의
회상과 이보 마르코비츠의 대화를 통해 점점 밝혀집니다.

단 두 사람의 대화로 작가는 전쟁과 사진과 그림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피력합니다. 너무 생생한 종군 기자의 삶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서술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이력을 보니 역시
종군 기자 출신이네요. 단순한 취재로는 그 정도로 써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진은 한 장면을 담아냅니다. 그림은 화가 자신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 두가지를 비교하자면, 사진은 진실한 것 같고 객관적이며
그림은 주관적이고 사실적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진과 그림에 대한 생각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과 파울케스의 삶을 통해서 사진은 진실하지 않고
예술가만이, 그림이 진실하다고 얘기합니다.
이는 사진과 그림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문자적인 진실은 아닙니다.
그들의 - 파울케스와 올비도의 삶에서 내려진 정의입니다.

올비도는 파울케스의 회상을 통해서 등장하는 예전 여자친구입니다.
모델도 했었고 집안이 유명한 예술 관련 집안이라 그녀 또한 그림에
대한 안목이 탁월합니다. 그녀는 사진, 특히 인물 사진을 싫어합니다.
모델로써 꾸며진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오직 흑백으로 사물만을 찍어댑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폐허가 가득한 사진만을 담아냅니다. 어떤 조작도 하지 않은 그저
그곳에 있는 그 흔적만을 찍습니다.

올비도의 이야기보다 이보 마르코비츠와의 대화 속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사진에 관한 정의를 더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전쟁에서 찍는 인물 사진.
파울케스가 어느 사진을 찍기 위해 군인에게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 때
그 군인은 사진에 찍히기 위해 지금 죽이지 않아도 될 사람마저 죽인
것은 아니냐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러나 파울케스는 이 모든 것이 나의 개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거대한 체스 판에 놓여진 체스 말처럼 움직여지는 것 뿐이라 이야기
합니다. 한 군인은 자신에게 사진을 찍게 해주고 나서 며칠 전에 지나갔던
기자가 아니냐는 얘기를 하면서 자신이 그것을 아는 이유는 당신을
죽일지 말지 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저 죽이느냐 마느냐가 어떤 순간적인 감정이나 생각에
좌우되는 것 뿐이라고, 그 모든 것이 논리적인 누군가의 개입의 문제가
아니라 마치 결정지어졌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파울케스는 이야기
합니다.

그의 말은 이보 마르코비츠의 인생을 파멸시킨 것이 자신의 사진으로부터
였을지라도 자신에게 그 책임이 없다는 회피가 아님을 이보 마르코비츠도,
글을 읽어온 독자도 알게됩니다.

인간은, 자연은 잔인하다. 전쟁은 그것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어떻게 보면 파울케스는 전쟁은 절대적으로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전쟁의 모습들을 한데얽혀놓고
그림으로써 화산이 강하게 용암을 분출시켜 그것이 모든 것을 덮듯
인생은 그러한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원래대로 악한 인간은 그 화산처럼 악하고 그것이 얽히고 설켜서
인생을, 역사를 만들고 벽의 균열이 그 그림을 덮고 있듯 그렇게
인생에 균열이 덮어져 점점 암흑을 만들고 무너져간다는 것이 이
전쟁화의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사진사로써 전쟁을 찍어왔던 파울케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본성을 알게되고 견딜 수 없었던 그는 마지막으로 올비도의 이야기처럼
그림을 그립니다. 자신이 사진으로써 완성할 수 없었던 그 무언가의
진실을 그림으로 완성해냅니다.

인간은 악한가, 전쟁은 잔인한가 그런 처절하게도 추악한 것에 대해
그는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진기를 들여다보고 그 순간을 찍었던
것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주관을 써서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존재해왔던 23개의 전쟁화와 자신이 전쟁터에서 찍어왔던 사람들의
모습을 벽화로 담아냈습니다.

누군가를 잃고, 자신을 잃고, 누군가를 잃게 했던 것에 오열하고 절망하는 것
대신에 자신 또한 그 잔인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어떤 잔인한 체스판의 말임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벽화가 아니라, 자신은 이것을
그렸고 이 망루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며 그것으로 되었다는.. 그 모습이
그의 그런 인생이 더더욱 슬퍼서 아무것도 아닌, 슬프지 않은 문장에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쉽는 않은 소설입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소설도 아닙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며,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별 5개 매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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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
마쓰오 다케시 지음, 전새롬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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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시노자키 고헤이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헛스윙 인생 입니다.
고헤이는 대학 때 뒤늦게 이 회사에 취직을 해서 5년이 지났습니다.
이야기는 부장의 악의적인 질타로 시작됩니다.

취업활동 36연패. 그러다가 합격 통지가 날라온 유일한 회사.
별 생각없이 지원한 IT 관련 회사에 교육학과 출신인 고헤이는 취직하게 됩니다.
IT 버블과 함께 대학에 입학했다가 졸업하면서 붕괴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IT 호황의 시기도 아니고, 자신에게 재능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고달팠을 것입니다.

기뻤던 마음도 잠시, 모든 신입사원은 이공계 출신의 컴퓨터 전공자입니다.
자신만을 제외하곤. 그렇게 석 달이 지나자 소문이 사내에 퍼졌습니다.
그렇게 5년. 지칠대로 지쳤지만 이직할 자신도 없습니다.
매일 지각하고 부장에게 혼이 나고 일은 안됩니다.

그런 그를 떠나간 여자친구 생각도 나고
애를 가졌다고 전화 온 친구에게 대학 때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가 데뷔를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는 꿈을 이뤘고, 자신은 하루가 고달픕니다.

그러다가 한 아이의 편지로 인해서 어렸을 때 자주 갔던 공원에 찾아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고, 저자 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하는 소설입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도 예상을 한대로 흘러갔는데 단지 달랐던 것이라면
자신의 옛날을, 그리고 아버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면이었습니다.

고헤이의 지금 모습은 '어렸을 때 저런 아이가 어떻게 커서 이렇게 됐지?'
싶을 정도로 다릅니다. 그의 아버지는 참 훌륭하신 분이었고 어린 고헤이도
그런 아버지 아들 다웠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 감동이 되고 눈물도 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뻔한 얘기라면 뻔할 수 있는데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는 식이 아니라
마음이 따스해지는 이야기 입니다. 아버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남기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결말은 아마도 그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전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해봤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는 면에서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조금 달라진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이 상사 정말 안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한 상사, 여기선
처음부터 소리질러댔던 부장이지요. 그 부장의 반응도 따스했습니다. 그리 자세히는 안나왔지만요.
그 부분에서 저는 이미 따스한 이야기라고 몰입되어서 그랬을까요?

내 인생을 어떻게 살겠다는 그런 면보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같은 부모가
되어주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비단 회사의 일만이 아니라 인간 관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하겠지요.
줄거리를 쓰면, 나열하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 이 책은
읽어보면 식상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그것도 작가의 능력이겠지요.





전새롬 역


   p. 19 스즈키는 이미 '착지'를 해서 선술집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었다.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 티셔츠에 반바지, 샌드 차림인 그는 검은 머리에 남색 양복, 넥타이에 가죽구두까지 신은 나에 비해 지구의 중력을 반밖에 느끼지 않는 듯했다.


   p. 20 그리고 홀가분하게 다 내던지고 그리로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했다. 왠지 그곳에는 꿈과 희망이 가득할 것 같았다. 이런 비참한 처지와는 안녕 해버리고, 어딘가로 도피하고 싶었다.


   p. 31 슬프다, 외롭다, 애가 탄다, 불안하다…… 소년은 여러 단어를 떠올려보았지만이 '싸하다'라는 단어가 자신의 지금 심정을 제일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p. 44 "세상에 처음부터 '무서운'건 하나도 없단다. 무서움이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거니까. 그걸 알면 이 세상에서 무서운 것 중 90퍼센트는 사라질 거야."


   p. 53~4 "고생 많이 하셨다는 소문 들었습니다."
   "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허어, 어째서요?"
   남자 사회자가 관심 어린 말투로 질문하자, 다카하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제 자신에게 언제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자부심요?"
   "네. 돈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음악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느냐가 제 기쁨의 기준이거든요. 제 음악을 들으신 분들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깁니다. 열심히 음악을 하고, 그걸 누군가가 듣고 기뻐해준다면 전 그걸로 만족하니까요. 유명하지 않았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전 제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 것 같아요."


   p. 80~1 소년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덩달아 쳐다보았다. 맑게 갠 하늘이 파랑에서 주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 두어 시간만 있으면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바뀔 것이다.
   '이 시간의 하늘이 가장 아름답단다.'
   옛날에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p. 168 "세상이 변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자기가 변하는 게 빠르기도 하고 자유롭고 편하지. 참, 예전에 읽은 책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 '공격은 언제나 자유롭지만 수비는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가? 이해가 되나?"


   p. 174~5 불현듯 세찬 바람이 일었다.
   나는 눈을 감고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나를 보드랍게 감싸안아주듯 펼쳐져 있었다.
   ...
   뒤를 돌아보니 내 그림자가 길게 뻗어 있었다. 그 끝에는 어김없이 전철이 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소년을 향해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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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뒷담화 -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사색하다
박철규 지음 / 애플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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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역사 하면 왠지 일부 역사를 좋아해서 맨날 역사서만 읽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것만 같은 선입견이 있습니다.
저도 역사 관련 서적을 싫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왠지 잘 손이 안가게 되는 것 같아요.

'역사의 뒷담화'
거침없는 제목 선택에 조금은 놀랐습니다.
'뒷담화'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론 잘 안쓰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역사'하면 머리 아플 사람들에게 쉬운 접근을 하게 할 것만 같은
흥미로운 제목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소설에만 매진하다보니 이런 류의 책이 많은지 잘 모르겠는데
90년대에는 '역사' 관련 쪽이 아니라도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짧은 소재를 가지고 써진 짧은 이야기들의 묶음 책이랄까요?
선물도 많이 받고, 많이 주기도한 그런 무겁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뿌듯한 지식 책들.

그런 책이 떠오르는 .. 향수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촌스럽거나 90년대는 언제야? 라는.. 얘기는 아니구요 ^^;

저자의 거침없는 필력이 동감가는 부분에서는 통쾌하기도 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눈쌀 찌푸릴 때도 있긴 하지만
섬세한 소설들을 주로 읽은 때에 함께 보게되어서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어 재밌게 읽었답니다.

'명품 아첨들'에서 진짜 웃었어요. 역시 아첨이란 것은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어야
듣는 사랑으로 하여금 더 기분 좋게할 수 있구나 싶었구요.

유비 관우의 공부얘기는 좀 놀랐습니다.

우리 나라 과거에도 비리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고,

예전 중국인들 금지했던 공원얘기나..

독도 이야기도 그렇고..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냥 웃어넘기는 부분도 있긴 하구요.

명성왕후의 무서운 일면에 놀라기도 했구요.


명탐정이 나오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시시콜콜한 것들을 정말 잘 알잖아요~ 저런거 어떻게 알까 싶은..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고이 간직해뒀다가 언젠가는 써먹어야지!
큰 지식은 아닐 수 있지만, 어쩐지 한번 얘기 꺼내보면
신기하게도 여러가지를 아는 명탐정이 된 느낌처럼 말이예요 ^^

그리고 선물용으로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소설들은 읽으면서 좋았더라도, 왠지 내가 좋다고 느끼지 않은
어느 다른 포인트로 나를 평가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달까요?
그런데 이 책은 나이대에 구애받지 않고, 남녀노소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나라에 집중된 것이 아니고 우리 나라부터 여러 나라들이 나와서
혹시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지구력(?)을 요하지 않으니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다 읽었으니 아버지 읽어보시라고 보여드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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