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
마쓰오 다케시 지음, 전새롬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주인공 시노자키 고헤이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헛스윙 인생 입니다.
고헤이는 대학 때 뒤늦게 이 회사에 취직을 해서 5년이 지났습니다.
이야기는 부장의 악의적인 질타로 시작됩니다.

취업활동 36연패. 그러다가 합격 통지가 날라온 유일한 회사.
별 생각없이 지원한 IT 관련 회사에 교육학과 출신인 고헤이는 취직하게 됩니다.
IT 버블과 함께 대학에 입학했다가 졸업하면서 붕괴되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IT 호황의 시기도 아니고, 자신에게 재능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고달팠을 것입니다.

기뻤던 마음도 잠시, 모든 신입사원은 이공계 출신의 컴퓨터 전공자입니다.
자신만을 제외하곤. 그렇게 석 달이 지나자 소문이 사내에 퍼졌습니다.
그렇게 5년. 지칠대로 지쳤지만 이직할 자신도 없습니다.
매일 지각하고 부장에게 혼이 나고 일은 안됩니다.

그런 그를 떠나간 여자친구 생각도 나고
애를 가졌다고 전화 온 친구에게 대학 때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가 데뷔를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는 꿈을 이뤘고, 자신은 하루가 고달픕니다.

그러다가 한 아이의 편지로 인해서 어렸을 때 자주 갔던 공원에 찾아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고, 저자 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하는 소설입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습니다.
아이와의 관계도 예상을 한대로 흘러갔는데 단지 달랐던 것이라면
자신의 옛날을, 그리고 아버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면이었습니다.

고헤이의 지금 모습은 '어렸을 때 저런 아이가 어떻게 커서 이렇게 됐지?'
싶을 정도로 다릅니다. 그의 아버지는 참 훌륭하신 분이었고 어린 고헤이도
그런 아버지 아들 다웠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 감동이 되고 눈물도 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뻔한 얘기라면 뻔할 수 있는데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는 식이 아니라
마음이 따스해지는 이야기 입니다. 아버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남기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결말은 아마도 그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전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해봤습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는 면에서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조금 달라진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이 상사 정말 안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한 상사, 여기선
처음부터 소리질러댔던 부장이지요. 그 부장의 반응도 따스했습니다. 그리 자세히는 안나왔지만요.
그 부분에서 저는 이미 따스한 이야기라고 몰입되어서 그랬을까요?

내 인생을 어떻게 살겠다는 그런 면보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같은 부모가
되어주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비단 회사의 일만이 아니라 인간 관계 속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정말 중요하겠지요.
줄거리를 쓰면, 나열하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 이 책은
읽어보면 식상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그것도 작가의 능력이겠지요.





전새롬 역


   p. 19 스즈키는 이미 '착지'를 해서 선술집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었다.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 티셔츠에 반바지, 샌드 차림인 그는 검은 머리에 남색 양복, 넥타이에 가죽구두까지 신은 나에 비해 지구의 중력을 반밖에 느끼지 않는 듯했다.


   p. 20 그리고 홀가분하게 다 내던지고 그리로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했다. 왠지 그곳에는 꿈과 희망이 가득할 것 같았다. 이런 비참한 처지와는 안녕 해버리고, 어딘가로 도피하고 싶었다.


   p. 31 슬프다, 외롭다, 애가 탄다, 불안하다…… 소년은 여러 단어를 떠올려보았지만이 '싸하다'라는 단어가 자신의 지금 심정을 제일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p. 44 "세상에 처음부터 '무서운'건 하나도 없단다. 무서움이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거니까. 그걸 알면 이 세상에서 무서운 것 중 90퍼센트는 사라질 거야."


   p. 53~4 "고생 많이 하셨다는 소문 들었습니다."
   "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허어, 어째서요?"
   남자 사회자가 관심 어린 말투로 질문하자, 다카하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제 자신에게 언제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자부심요?"
   "네. 돈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음악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느냐가 제 기쁨의 기준이거든요. 제 음악을 들으신 분들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깁니다. 열심히 음악을 하고, 그걸 누군가가 듣고 기뻐해준다면 전 그걸로 만족하니까요. 유명하지 않았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전 제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 것 같아요."


   p. 80~1 소년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덩달아 쳐다보았다. 맑게 갠 하늘이 파랑에서 주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 두어 시간만 있으면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바뀔 것이다.
   '이 시간의 하늘이 가장 아름답단다.'
   옛날에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p. 168 "세상이 변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자기가 변하는 게 빠르기도 하고 자유롭고 편하지. 참, 예전에 읽은 책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 '공격은 언제나 자유롭지만 수비는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가? 이해가 되나?"


   p. 174~5 불현듯 세찬 바람이 일었다.
   나는 눈을 감고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나를 보드랍게 감싸안아주듯 펼쳐져 있었다.
   ...
   뒤를 돌아보니 내 그림자가 길게 뻗어 있었다. 그 끝에는 어김없이 전철이 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소년을 향해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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