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때문에 콩쥐팥쥐 이야기를 재해석한 것인 줄 알았는데
6개의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접목시켜서 그린 단편집입니다.
무서울 것 같아서 좀 걱정을 했는데 아주 심한 괴담 수준은
아니구요. 조금 으스스한 면은 있습니다.

'콩쥐팥쥐', '여우누이', '우렁각시', '개나리꽃', '선녀와 나뭇꾼',
'십년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 이렇게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콩쥐팥쥐와 우렁각시, 선녀와 나뭇꾼 말고 다른 세 가지는
못들어봤거나 잘 기억 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콩쥐팥쥐는 '서리, 박지'란 제목으로 쓰여졌습니다. 3명의 여고생이
주인공입니다. 그 중 한 명이 콩쥐역인 '서리'란 아이입니다. 서리는
아버지가 재혼을 했는데 그 새어머니 쪽이 '팥쥐네 젓갈'을 운영합니다.
저는 몰랐는데 콩쥐팥쥐 이야기 속에 팥쥐가 젓갈에 담가져 도착했다는
부분이 있었나봅니다. 거기에 관련해서 이야기가 됩니다.

'팥쥐네 젓갈'이 정말 인육을 사용한다던가 그런 얘기는 아니구요.
이 서리란 아이가 좋아했던 남자애가 동생과 함께 죽습니다.
그래서 양가에서는 영혼 결혼식이라도 올리자고 하는데 그걸 막기
위해서 영혼을 잠시 항아리에 담아 두려고 합니다. 표지 그림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전래동화 속에는 항아리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네요.
그 이야기가 비극의 시작인 것을 모르고 서리는 간절히 그 남자친구를
바랍니다. 많이 슬프고, 생각 못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였네요.

여우누이는 '자개함'이란 제목으로 그려졌습니다. 원래 여우누이
이야기는 좀 무서운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너무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도리어 여우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우에 홀려서 사람이 집착을 하게 되는 부분도 원작에 있는 이야기지만
이 쪽 이야기는 여우가 되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렁각시는 '시시'라는 제목입니다. 기자 출신인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든 손녀는 할아버지의 예전 일을 상상해보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할아버지에게 우렁각시가 있는데 그 존재를 밝혀
보려고 하지만 잠복한 동료들은 전부 다른 모습으로 보게 됩니다.
저는 그 존재가 처음에 등장한 사마귀나 달팽이였나 했는데 틀렸네요.

'개나리꽃'은 그대로 같은 이름입니다. 이런 설화가 있는지 몰랐네요.
살아 있지만 길을 잃어 혼수상태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영혼을 찾아주는
D와 K의 이야기입니다. 무의식 상태를 찾아가는 얘기다보니 상당히
비현실적인 얘기가 어느 이야기보다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주인공
조차도 무엇이 무의식 상태인지 현실 상태인지 분간하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는 아무래도 함부로 그쪽으로 넘나들면 안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선녀와 나뭇꾼은 정말 새로운 패턴의 개념입니다. '죽이거나 살리거나'
라는 제목인데요. '날개옷'이 다른 느낌으로 나옵니다. 원작에서 선녀가
당했다면, 이번엔 복수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완전 같은 패턴으론 가지
않습니다. 가장 기분 나쁜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십년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은 '지팡이'라는 제목입니다. 주인공이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오른팔이 절단되어 있습니다. 피를 흘리거나 그런게
아니라 잘 아물어있는 것을 보니 당장 이렇게 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일터에 나가서 1년이 지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친구를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러 답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권선징악적인 요소도 아닌, 그저 끔찍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각 이야기는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읽을 때 재미없을 만한 반전의
요소라던가 그런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묘한 전래동화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보기엔 좀 무서운 내용들도 있지요. 어른이 되어 봐도 기묘하고
섬뜩한데 말이지요. 이 이야기들도 그렇습니다. 교훈적인 내용은 없고
- 흔히 동화를 교훈적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 때문인 것 같습니다. -
되려 미스터리나 괴담을 좋아하는 분들께 어울릴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괴담은 어느 나라나 어느 세대나 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간혹 들어서 아예 읽거나 듣기를 꺼리는 편인데
역시 궁금해서 이 책도 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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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소년 - YB의 워프트 투어 이야기
윤도현 사진, 윤도현.이현주 글 / 시드페이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10년도 더 전에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워크맨을 듣던 시대에
저는 윤도현 밴드의 노래를 많이도 들었습니다. 학원 마치고 오는 길에
그 서글펐던 시절과 함께했던 노래들.
누구나 한번쯤은 밴드를 해보고 싶고, 전설에 남을 뮤지션이 되어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을만큼 Rock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주는 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40살 전후로 음악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꾸준히 해오는 것을 보면 정말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처음 이 책이
단순히 '윤도현'이라는 유명세의 이름만을 가지고 펼쳐낸 그 흔한
여행책자 같은 것은 아닐까 했었는데 소개를 자세히 읽어보니
'미국 워프트 투어'에 초대받아 간 것을 기록한 글이었습니다.

활자중독자에게는 여행책자보다는 글이 빼곡한 소설책이 더 마음에 들지만
화려한 색감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사진들은 활자중독자들에게도 새 세상
으로 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르인 것 같습니다.

노래를 빼면 얘기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가 노래가 없는 글과 사진으로
나왔지만 즐겁게 읽었습니다. 좀 더 자세하고 많은 것들을 담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무겁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대중적일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만이 아니라 15명의 인원과 함께 악기와 장비들, 의상 등등 어마어마한
짐을 가지고 떠난 것, 공항에서의 일화들, 물건을 잃어버리고 도둑맞은
이야기들은 당시에는 아찔하겠지만 지나면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겠지요.
그것이 못내 질투가 날만큼 부럽더라구요. 여행의 그러한 예정되어 있지 않은 묘미!
첫 식사와 고추가루 이야기도 아마 장기 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정말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이야기였습니다. 어쩜 그리 다 똑같을까요!

이 힘든 여정에서도 운동을 하고 아이를 위해 선물을 사는 남자의 모습과
아버지의 모습이 또 색달라보였구요. 자칫 철없음과 프로정신의 외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하는 장비사는 멤버! 이야기도 그랬구요~

공연의 노하우를 익혀가고 다른 밴드들을 알게되고, 함께 즐기는 관객들과도
소통을 하고! 공연이란 것이 - 비록 음악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 고스란히
담아낸 귀중한 사진과 글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렇게 함께 즐기고 전 세계 밴드가 모여서 연주함으로
서로를 알게되고 자리잡아가는 좋은 페스티벌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여정이 다큐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꼭 볼 수 있었
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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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코드 - 이동준의, 베를린 누드 토크
이동준 지음 / 가쎄(GASSE)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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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코드. 베를린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독일, 통일, 건축물 같은 것들 말고는 정작 아는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독일에서 8년 동안 유학 생활을 했던 작가의 에세이집 정도입니다.
간혹 나라, 도시 이름을 써붙인 책에 '여행'에 관련된 자세하고
객관적인 내용들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평들이 있곤 한데
요즘에 출간되는 이런 책들은 에세이집으로 분리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류의 책들의 출간이 많이 되는 것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같은 '베를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작가가 관심있는 부분에
따라 색체가 달라지니까요.

이 책의 저자는 문학을 전공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다양하게 했고
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워낙에 다양한 '외국'을 소재로 삼은 책들이 출간됩니다.
크게는 여행서와 유학생활, 이민자들의 삶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행서보다는 좀 더 다양한 그 도시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이점과 정착하면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기분을 놓아둘 수
없는 어떤 외로움을 함께 담아낸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곳곳에서 그런 처절한 외로움이 묻어납니다.
즐겁고 밝은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추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신 예술가들이 모여사는 건물에 관련된 이야기라던가
로모(카메라), 연극, 영화에 얽힌 저자의 생각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인 사람들이 배우가 되어 이끌어가는 연극은 참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문화 속에서 그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요. 일반인들도
'아름다운 것'에 치중하는 시대이고, 좀 더 돈이 될만한 그럴 듯해 보이는
것에 목숨거는 문화이지 않습니까.. 좀 부끄러워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매끄럽지 못하고 배우가 울고 제대로 못하는 연극도 돈을 내면서 보는 곳.
제게 베를린은 그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음악에 관한 부분은 좀 더 독일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해서 아쉽더라구요.
대체적으로 짧은 글들이 여러 주제로 쓰여져있기 때문에 일관성이라던가
자세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이런 면은 다른 면에서는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잠깐씩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르바이트들도 그렇고 문학 전공에 지금 직업도 글 쓰는 분이라서 그런지
문체는 좋은 편입니다. 단호한 남성다운 필체도 있고 어쩔 때는 지나친
감수성을 내세우는 부분도 있어서 한 사람의 타향살이 8년의 깊음이
드러난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 사는 것, 어디나 다를 게 얼만큼 있겠습니까. 그러나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즐기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고,
그렇게 불안했던 미래와 인생을 차근히 밟아가는 모습이 어디 가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또 다른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만 가지고 '베를린'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체 어떤 곳일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베를린 코드
(이동준의, 베를린 누드 토크의 개정판)
도서출판 GASSE
초판 1쇄 발행 2010년 4월 27일


   p. 20 브레히트, 카프카, 발터 벤야민…. 솔직히 말하면 책이 한 권씩 내 손을 떠날 때마다 몸도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졌다. 뭘 하고 살건 이제 그만 돌아가자.


   p. 20 뭘 하고 살건 이제 그만 돌아가자. 난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고 싶지 않다.


   p. 20 계획을 수정하고 돌아설 수 있는 용기가 때론 더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p. 73 집을 나설 때면 번번이 새로 산 멀쩡한 구두를 놔두고 낡고 더러운 운동화에 먼저 발을 집어넣는 버릇만큼이나 듣는 음악 역시 세월이 흘러도 좀체 변할 줄 모른다. 세컨드 핸드숍에 진열된 옷처럼 오래도록 손때 묻은 나만의 컴필레이션, 나만의 음악들


   p. 87 정말로 힘이 들 때 난 편지를 쓴다. 2년 전부터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편지를 쓰고 있으면 그 편지는 꼭 메트로놈이나 나침판 같은 구실을 한다. 정신없이 사는 동안은 어디서 얼마큼 핀트가 나갔는지, 궤도를 얼마만큼 이탈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편지를 쓰고 있으면 그게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쓰는 것만으로도 좋다.
   물론 받을 땐 더 좋다.


   p. 88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잃는 것도 있다. ...
   이럴 때 독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So ist das Leben.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p. 130 지나간 역사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반성할 수는 있다. 히틀러가 살았던 도시이고 지금은 통일독일의 수도인 베를린 한 복판에 이런 박물관을 짓도록 한 독일 사람들은 그래도 지나간 역사에대해 반성할 줄 아는 민족이다. 얼마 전에는 11년간의 지리한 논쟁 끝에 유대인 기념비를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p. 155~6 사랑은 수채화 같은 거라고, 한번 붓질을 잘못 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난 그랬어요. 사랑은 유채화라고. 잘못 그리면 덧칠 해서 다시 그리면 된다고….


   p. 180 자신들의 과거를 패러디한 모습을 보면서 웃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뿐이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한없이 갑갑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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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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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제목만 읽으면 마치 꽃에 관련된 설명서나 에세이 정도쯤 될 것 같은데
줄리아 로버츠가 읽고는 바로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는 소설입니다.
2011년 개봉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이혼을 하고 광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릴라는 우연히 열대식물을 구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걸 파는 엑슬리를 사랑하게 됩니다. 한편 일을 하다가 싫은 일을 겪고는
뛰쳐나오다가 엑슬리가 준 책자에서 봤던 '나비단풍'을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이상한 세탁소 같은 곳인데 열대우림처럼 습하고 이끼가 바닥엔 잔뜩 깔려있는
이상한 곳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기서 만난 이상한 아저씨를 만나는데, 아르망이라는
이상한 아저씨 덕분에 그녀의 인생이 급변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아르망에게 빚을 갚기 위해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떠나게 됩니다.
아홉 가지 욕망의 화초를 가진 자는 누구라도 완벽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화초의 사랑을 받아야하는데
릴라는 유일하게 나비단풍의 뿌리를 내린 사람으로 아르망은 그녀에게 꼭 아홉가지
화초를 모으자고, 그리고 누구도 보지 못했다는 이름이 없는 전설의 열번째 화초를
찾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됩니다.

첫 눈에 반한다는 글록시니아, 불멸의 화초라는 멕시코 소철, 음악과 재물의 상징인 카카오,
다산과 출산의 밤나팔꽃, 여성의 성을 상징하는 신세밀라, 생명력을 가진 은방울꽃,
마법의 화초이지만 위험한 맨드레이크, 자유를 상징하는 치커리와 흥미진진한 모험의 다투라.
그렇게 각각의 의미를 갖고 있는 아홉가지 화초.

늘 투덜거리고, 발끈하는 릴라. 힘든 밀림을 거쳐 홀로 아르망의 집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면서 화초를 발견하게 되고, 또 꼭 필요한 화초를 발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험하고 무서운 멕시코의 생활을 그려냅니다.

일본 만화라던지 외국계 판타지물을 접하신 분이라면 흔히 나왔던 소재의 화초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전혀 몰라도 들어봤을 은방울꽃도 있구요~

완전한 도시의 상징이랄 수 있는 뉴욕에다가 전혀 자연과 관계없을 것 같은 광고라는
직업에 게다가 이혼을 한 경력까지 있는 주인공 릴라는 전형적인 도시 여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멕시코 밀림의 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은 비단 도시 여자
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똑같은 모습일 것 같습니다.

사슴과 만나고, 뱀과 만나고 전갈을 피하고.. 그런 삶을 어디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나무에 도움을 받고 우연히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불렀다는 화초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격의 사람에게 조금 판타지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소설 자체는 주로 로맨스 소설 계열이라는 느낌이 드는 면이 많기 때문에
그런 쪽을 좋아하시는 여자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소설일 것 같은데
영화는 어떤 느낌으로 그려낼지 잘 모르겠네요. 줄리아 로버츠니까 일단
신뢰가 가구요. 이런 글을 어떻게 영상화 시킬지도 참 기대되네요.
'글'이 주는 상상력의 무한함도 아름답지만, 영상화 시켜서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또 다른 차원의 매력이 있을테니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은 성장 소설입니다. 도시의 피폐함을 통해서 상처입고
고통 당했던 30대의 한 여성이 자연의 따스함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경험하게 되고 그래서 언제나 참을성 없이 순간의 판단 덕분에 행복하지
않았던 사람이 사랑을 얻고, 침착함을 얻고, 참을성을 얻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얻었다는 점에서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레도 뱀도 전갈도 무섭지만 이런 밀림에 가서 나무가 주는 가르침을 받아보고
싶고 너무 밝아 잠을 이루기조차 힘든 달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모든 층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점
냉정하게 본다면 로맨스 소설로 그칠 수 있다는 점
꼭 화초를 9개 모아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논리에 지고 싶지 않은 개인적 의미로...
놓고 봤을 때 누구에게나 선물할 수 있는 책은 아닐 것 같아서 별은 3개만 매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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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전용복 -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
전용복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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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출간했던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다'의 개정증보판인 한국인 전용복.
사실 제목만 보고는 옻칠쟁이의 이야기인지 알 수 없어서 이전 제목이 더
솔직해보이긴 하는데요. 읽어보면 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가 전용복, 자신이여서 저는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술가라는 분들이 자신의 분야에 탁월한 지식을 가졌다고 해도 글솜씨와는
좀 별개라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도입부터 '아! 이 사람의 문체는 프로 못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을 잘 쓰셔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데 이 정도로 잘 쓰는구나, 하고 감탄할 정도였어요.

자전적 에세이라 처음부터 어린 시절의 가난했던 이야기가 나와서
굳이 이런 내용까지 언급해야할까.. 라며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언급했던 이유가 분명 있었다는 것이 곧 나오더라구요.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힘듦에 눈물도 났고, 그의 인생이 펼쳐지는 모습이
너무 드라마틱해서 마치 어느 옻칠쟁이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인생은 어쩌면 소설의 허구보다도 더 허무맹랑
하다거나 믿을 수 없을 수도 있다구요. 이 분이 딱 그런, 정말 힘들지만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성장해오셨더라구요.

집안이 넉넉해서 미술 교육을 받았다면 다른 장르에서 세계적인 미술가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독학으로도 이렇게 옻칠의 대가가 된 분이니
그 열정이 무엇을 했어도 무언가 되었을 분이구나 싶더라구요.
또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쯤에 나오는 일본인들의 텃새 같은 것, 한국 옻칠 세계에서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소속감을 중시하는 우리네 모습이니까요.

가구 회사에서 안정적이고 보장받는 직책을 버리고 자신의 신념만을 위해서,
그리고 또 부산으로 옮겨와서 가난을 겪으며 하나하나 배워갔던 그에게
메구로가조엔의 사람이 다녀간 것은 정말 드라마 같은 행운이겠지요.

정말 뛰어난 사람에게 이런 연()이 닿지않는다면 큰 발전을 겪을
기회도, 이름을 펼칠 기회도 한정되어 있겠지요.

저도 메구로가조엔이 어떤 곳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대단한가?
어느 박물관쯤 되나? 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인데, 메구로의
그 노른자위 땅에 그렇게 오랜시간 대대로 연회장을 이어오고
그것을 복원하고자하는 결정을 보면 정말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중국 것이라고 생각하는 회전식 식탁은 이 메구로가조엔의
선대 회장이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런 일본의 문화를 총집결해서
만들었던 화려한 연회장에 한국 옻칠인들이 포로로 끌려가서 투입
되었다는 점도 참 가슴 아프구요. 그것을 잘 보존시켜서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른 의미에서 감동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모든 기술자들이 안된다고 했을때, 우리 선조의 얼이 깃든
그 작품들을 과감히 복원하겠다고 했던 전용복.
그의 긍지 또한 대단하고, 박수칠만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

생활고를 겪으면서 혹시라도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만으로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에서 노숙하듯 하며 기술을 배우러 다녔던
그의 열정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어딘가에 미쳐서 열정적인
사람이고 싶다고 부러워졌습니다.

그 일을 따내는 것 자체도 대단했지만, 그 다음이 더 문제였습니다.
몸으로 부딪히면서 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일들과 혼자서는
할 수 없어서 함께한 일꾼들의 비자 문제나 의사소통같은 것들도
어쩜 이렇게 잘 써두었는지, 정말 글솜씨도 대단합니다.

옻은 깨끗한 곳에서 작업을 해야해서 메구로가조엔에서 준비해준
작업장은 머나먼 산골의 오지 폐교 였습니다. 그곳에서 꼬박 3년을
고생했고, 처음 의뢰를 맡았던 것들과 달리 '전용복'의 능력을
알게된 메구로가조엔에서 일본화, 목판화 복원도 맡기고 엘리베이터의
옻장식도 맡기고 화장실 또한 맡겼습니다.

회화 복원은 이탈리아 관련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재인데
흔히 니스나 아교를 바르는데 화학약품이나 동물성이라
150년이 되면 재작업을 해야하며 색도 변한다고 합니다.
옻을 활용하면 좋을텐데 안타깝더라구요.

천재적이라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실험으로 알아갔던 분. 이런 분을 바로 장인이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판도 연구하고
시계 작업도 했었던 일들에서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는 이런
집념에 감탄하고 맙니다.

우리의 것이 가득하면서도 일본의 문화를 존중해서 최대한 그대로
복원하려고 했던 그의 장인 정신이 가득 담긴 메구로가조엔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습니다. 그의 대작인 사계산수화나
그렇게 화려하다는 화장실과 엄청난 실험과 고생을 했던 엘리베이터..
우주가 담겨있을 바도 궁금하구요.

처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봤을 때, 세계에서 다섯 명 밖에 없다는
바이올린 마스터 메이커인 진창현씨가 떠올랐습니다. 그의 열정과
노력이 생각나서 이 분의 책도 읽고 싶었는데 흥미롭게도 바이올린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딸의 부탁으로 만들었는데
국내에서 누가 먼저 선수쳐서 특허를 내었다고 합니다.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입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옻'에 대해 더 자세히 기록해줬으면 했습니다.
잘 몰라서요. 그랬던 제 맘을 알았는지 마지막에 옻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5년동안 잘 키운 옻나무에서 나올 수 있는, 그것도
3~4개월에 걸쳐서 추출되는 옻은 대략 200-300g 밖에 안되고
그 후엔 나무를 잘라 다시 15년을 키워야한다고 합니다.

메구로가조엔의 3년 복원 작업에 1톤 가량의 옻을 썼다고 하니
그 규모가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

이 귀한 옻은 우리가 흔히 알듯 옻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작업도 섣불리하지는 못하겠지요. 처음 옻에 대해 모른 채로
책 곳곳에 실린 작품 사진을 봤을 때 무슨 물감을 섞었나?
화려한 색체들의 그림에 의아했는데 그 질문은 저만이 아니었나봅니다.

옻은 단순히 투명한 것으로 바르는 것만이 아니라 거기에
여러 재료들을 섞어서 여러 색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나전칠기를 떠올리고 그것 위에 칠하는 것이 옻이라는
생각을 한 제 무지가 다른 사람들의 수준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전으로 장식된 가구는 좋게 말하면 고풍스러워 보이지만
자칫 촌스러워보인다는 느낌이 솔직한 감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책 곳곳에 있는 이 분의 작품 사진은 서양의 현대미술의
어느 그림에 못지않을 멋스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나전을 이용한 반짝임도 멋있구요.

게다가 화학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런 좋은 우리의 것을 몰랐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 옻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싶습니다.
좋은 책이네요.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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