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적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소설은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1979년에 출간했지만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을 제외하면 전혀 시대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읽는데 무리는 없더라구요.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 가타야마의 여동생 하루미가 '신도심 교양센터'에서 일을 하게된 것을 계기로 이상한 사건에 말려드는 이야기입니다.

 

총 4장으로 나누어져있고 클래식의 곡을 부제로 붙여서 비슷한 제목으로 정한 특징이 있습니다. 전혀 경찰같지 않게 마르고 여성 공포증, 피 공포증이 있는 주인공 가타야마는 늘 경찰을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사표 수리가 자꾸 미뤄집니다. (종종 시체 공포증이라고 나오긴 합니다.) 유명한 형사였던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경찰이 되긴 했지만 전혀 맞지 않습니다.

 

전편('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에서 똑똑한 고양이 홈즈를 만나 함께 살게 되었는데 종종 그 홈즈가 사건 해결의 힌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현재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데 원작과 조금씩 설정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동생 하루미는 오빠와 달리 무척이나 사건에 흥미가 많고 열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동생이 차라리 경찰이 되는게 나을 것 같은데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그냥 설정상 그런건지 전혀 그런 뉘양스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루미는 신주쿠의 초고층 빌딩 지대 중 한 곳에 교양센터에서 일을 하게됩니다. 함께 일을 하는 소장님이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 여성 공포증이 있어 스물 아홉 살에도 전혀 연애도 안하고 있는 오빠와 이어주기 위해서 점심 식사를 빌미로 부르게됩니다. 그러던 중 이상한 부인이 오더니 30개의 클래스에 모든 등록하겠다고 합니다. 겹쳐도 상관없다고 하구요.

 

이상함을 느낌 하루미는 오빠에게 뒤를 밟아보라고 언질을 합니다. 찾아가보니 2년 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이 주소로 되어있고 죽은 피해자의 이름이었습니다. 이상해서 그 사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또 다시 그녀의 동생이 살해되고 점점 시체가 늘어가게 됩니다. 애초에 이 교양센터에 왔던 부인의 의중을 찾기 위해 강사들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 빠른 전개같지는 않은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홈즈 이외에 고양이 한 마리가 더 등장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은 2년 전 사건의 가해자임을 알게 되지요. 그런데 대체 무슨 내막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채 경찰들에게도 피해가 가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가타야마는 진상을 알게되고 추리를 하게 됩니다. 살인 사건의 트릭도 발견하게 되고 결국 누가 범인인지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경찰로써 사건을 해결했다기 보다는 탐정 역할인 느낌이 있지요. 아무래도 제목이 그렇다보니 가타야마는 홈즈 대신 사건을 위해 뛰는 왓슨 역할이니까요.

 

이 편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이시즈 군이 첫 등장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수사 1과인 가타야마와 달리 현경, 메구로 서의 형사로 나옵니다. 스물다섯살이며 고양이 공포증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단순한 먹보에 덩치만 큰 인물로 나오지요. 하루미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데 전편에 하루미의 러브 스토리가 나오다보니 그것과 연결해서 밝기만한 이시즈에게 매력을 느끼는 상황으로 연결됩니다.

 

가타야마가 워낙 형사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1편에서는 꽤 형사같은 면이 있었는데 이번 2편에서는 그보다 좀 더 탐정물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각 편마다 색다름을 내세웠기에 지속적으로 시리즈가 계속되어 올 수 있었겠지요. 다음 편 '괴담'은 제35회 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작품이라 더욱 기대됩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Tsuiseki by Jiro Akagawa (1979)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적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7일

옮긴이 한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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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살인 - 하야카와家의 이중생활 하야카와가(家) 시리즈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가 드라마화되고 재발매에 이어 지속적인 발매가 되기 시작하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작가의 작품을 찾게 되어 발견한 것이 이 '하야카와家 시리즈'입니다. 총 세 권이 번역 출간되었더라구요.

 

엄마 가요코는 도둑, 첫째 아들 가쓰미는 살인청부업자, 둘째 아들 게이스케는 변호사, 셋째 딸 미카는 사기꾼, 넷째 아들 마사미는 경찰인 하야카와가. 이런 설정이라면 왠지 변호사인 둘째 아들은 매정하고 철두철미한 안경을 낀 캐릭터로 상상이 될 법한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대담하고 똑똑한 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쪽이고 둘째와 넷째는 어딘가 나사가 풀린듯 하달까, 심약하달까 우스꽝스럽게 흘러가는 코믹이더라구요. 이른바 탐정물에서 경찰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그런 류의 코믹 추리물 정도된다고 봐야겠지요. 시점은 지속적으로 옮겨다니지만 기본적으로 둘째 게이스케가 화자가 되는 편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가족들의 비밀을 알게되어 어쩔 수 없이 변호사의 길을 택한 게이스케. 석유왕 다치바나 겐이치로가 귀국해 '호텔 VIP'에 묵으면서 다이아몬드 컬렉션을 전시한다고 합니다.

 

나름 업계 최고로 보여지는 이 범죄 가족들은 각각 계획을 세웁니다. 엄마는 다이아몬드를 노리고 첫째에게는 살인청부업이 들어옵니다. 셋째는 부자 남자를 꼬시려는 사기 계획을 세우고 넷째에게는 경호 임무가 주어집니다. 셋째의 동향이 이상해 따르게 된 둘째 아들이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이 그려지지요.

 

그런데 뭔가 이상한 일들이 생깁니다. 게이스케가 가족을 위해서 계획한 일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 있고, 시체가 발견되고 정신없이 일은 커져만 갑니다. 그에 대응하는 경찰들도 역시나 무능하고 코믹스럽게 그려지지요. 결국 현경에서 가장 유명하고 귀신이라 불리우는 하마모토 경부가 수사를 위해 등장하게 됩니다.

 

워낙 유명한 부호의 출연이라 하야카와가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 사람들도 몰려오다보니 누가 범인이고 누가 누구를 속이는지 정신없이 진행됩니다. 그 속에서 싹트는 러브 스토리도 중간 중간 나오구요.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것은 확실한데 뭔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아무래도 결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이런 충격적인 얘기를 가볍게 흘려버리다니!' 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제목도 항상 염두해두고 읽다보니 트릭이나 기가막힌 반전만큼 충격적인 부분도 없었구요. 그래서 결말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소설인 것 같구요. 영화, 드라마나 애니화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도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그다지 코믹하지는 않습니다. 그쪽에 비하면 이쪽은 확실히 '코믹'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할 장르가 아닐까 싶구요. 그야말로 엔터테인먼트류의 소설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선 이 가족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Himatsubushi no Satsujin by Akagawa Jiro (1978, 1984)

심심풀이 살인 - 하야카와家의 이중생활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사)한국물가정보 (리버스맵)

초판1쇄 인쇄 2010년 8월 3일

초판1쇄 발행 2010년 8월 9일

옮긴이 이용택

표지그림 옻칠작가 전용복

Design by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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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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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이고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다빈치> 올해의 책 1위, 서점대상 2위를 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리미 토미히코는 교토에서 대학을 나와 거주하면서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많이 써내고 있는 작가입니다. 저자의 다른 소설인 '태양의 탑',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일주', '연애편지의 기술'과 이 소설까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어서 저자의 취향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비슷한 설정이나 캐릭터를 생각하면 지루할 법한데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전혀 다른 느낌의 세계관을 각각 지니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앞서 언급한 소설들보다 이 소설 쪽이 훨씬 더 재미있는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짝사랑을 절절히 하는 남자 대학생만의 이야기를 넘어섰기 때문이겠지요.

 

이번 소설 역시 교토에서 대학을 다니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짝사랑하는 클럽 후배인 까만 단발 머리의 그녀를 화자로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나'는 지속적으로 그녀와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어내지만 천진난만한 그녀는 '자주 보는 이름모를 선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요.

 

총 네 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연결된 연작 단편 소설집입니다. 동명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는 대학 선배의 결혼식을 나와 밤문화를 전혀 즐긴 적이 없는 그녀가 만나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따라 길을 나서지만 중간에 놓치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는 등 교묘하게 연결된 부분들이 흥미롭습니다. 시점을 달리하기 때문에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을 만나도 서로 다른 느낌을 묘사하는 것이 독특합니다.

 

'심해어들'에서는 헌책시장이 열리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엉뚱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그녀에게 어린 시절 너무 좋았했던 동화 '라타타탐'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이야기는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애절합니다.

 

'편리주의자 가라사대'에서는 대학생이지만 전혀 대학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 대학의 꽃인 축제에서 벌어지는 일을 엮었습니다. 조금씩 그녀와의 거리가 좁혀지는듯 하지만 역시나 '나'의 고군분투는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번에는 판타지적인 요소보다는 로맨틱한 요소들이 많은 청춘 로맨스 느낌이 물씬 나지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의 로맨틱한 버전이라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본연(?)의 장르로 돌아와서 '나쁜 감기 사랑 감기' 속에서는 교토 전체가 지독한 감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녀 혼자 멀쩡한데 그런 그녀가 그 원인이 되는 사람을 찾아가 해결을 하게 됩니다. 계속 말썽을 일으켰던 그 인물이 역시나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요괴인지 정체가 뭔지 알 수 없는 몇 인물들이 나오고 그나마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을 넘어섰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주인공만 빼놓고 흥미로운 일을 마구 해대지만 역시 골치아픈 상황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거기에 쩔쩔 매는 '나'와 유려하게 받아넘기는 '그녀'의 차이는 '나'의 짝사랑에 대해 더 안타깝게 만들기도 합니다. 앞에 언급했던 다른 소설들 속에서 '나' 자신이 자신의 짝사랑에 대해 기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면이기도 합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소설이 밤새 걷는 이야기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흥미를 느끼고 통통 튀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어하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동화같기도 한 사랑스러운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Yoru wa mijikashi arukeyo otome by Tomihiko Morimi (2006)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지은이 모리미 토미히코

펴낸곳 작가정신

초판 1쇄 인쇄일 2008년 8월 20일

초판 1쇄 발행일 2008년 8월 30일

옮긴이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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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저는 정통 형사물을 좋아합니다. 부정적 의미의 경찰이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 법을 지키고 악한 자들을 잡고 자신의 조직과 국가에 대한 애착이 있는 이야기가 그려지는 형사물이 좋습니다. 추리물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보는 편이지만 의외로 그런 정통파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은 흔치 않습니다. 정통인 것보다 좀 더 일그러진 이야기가 더 새로우니까요.

 

정통이라고 할 수 있는 다소 고지식하고 뻔한 소설스러운 형사물을 읽고 나면 왠지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데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이상한 범죄가 일어나도 사람을 믿고 의지할 수가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겨서일 것 같습니다. 이상한 범죄를 다루지만 그 본 바탕이 되는 개념이 깔려있어서겠지요.

 

국내에서는 저자의 이름보다 드라마화된 것이 더 알려져있습니다. (소개된 작품으로는 라이트 노벨인 '무사도 식스틴'만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방영된 '지우 - 경시청 특수범 수사계'와 이 소설을 드라마한 동명의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있습니다.

 

원작을 모른 채로 드라마를 재밌게 봤었는데 이렇게 번역 출간되니 반갑네요. 이렇게 원작이 따로 있는 경우는 어느 쪽에 서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제 경우는 양쪽을 비교하며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흥미롭게 봤습니다. 세계관이 조금 다르달까 그런 차이가 있거든요. 그리고 원작을 보면서 왜 드라마에서는 저런 설정을 했는지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가 있어서 좋더라구요.

 

우선 드라마는 스페셜 드라마로 1회 방영을 먼저 선보이고 이어서 연속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후지TV 계열 《토요 프리미엄》특별 기획, 2010년 11월 13일 방영, 이후 연속 드라마는 저자의 후속편 격인 <소울 케이지(Soul Cage)>, <시머트리(SYMMETRY)>, <감염유희>를 원작으로 방송했습니다. 시청률은 15% 전후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후 2013년 일본 개봉 예정인 <인비지블 레인>을 원작으로 영화화, 크랭크인 됐습니다.)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 역에 다케우치 유코가 캐스팅되어서 방영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지요. 좋아하는 배우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형사물을 좋아해선지 다른 작품들보다 대작이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는 어린 시절 한 사건의 피해자로 도움을 받은 경찰들에게 감동하여 자신도 경찰이 됩니다. 엘리트가 아닌데도 서른 살인 지금 경부보에 올라 경시청 형사부 수사 제1과 살인범 수사 10계 주임을 맡고 있습니다. (보통 다른 반의 주임들은 40-50대 경부보인 것을 보면 비교가 되지요.)

 

일명 '히메카와 반'에 있는 그녀의 부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번역본에는 한국 경찰 직급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순사부장 이시쿠라 타모쓰(47세), 순사부장 키쿠타 카즈오(32세), 순사 오쓰카 신지(27세), 순사장 유다 코헤이(26세).

 

살인범을 잡는 쪽에는 여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남자들의 세계라는 인식이 강해서 동료들로부터도 여자 밑에 있는 시원찮은 녀석들이라는 멸시를 당하곤 합니다. 이 밖에도 함께 수사를 하지만 공적을 자신의 반으로 남기고 싶어서 치열하게 가끔은 치사하게 행동하는 모습도 그려지지만 역시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한마음이 되는 모습도 보이지요.

 

파란 천막으로 꽁꽁 싸여있는 시체가 주택가에서 발견됩니다. 주변 탐문 수사를 펼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그다지 나오지 않습니다. 법의학자와의 대화, 무관해보이는 몇 가지 단서들과 연결을 시켜 감을 잡은 히메카와 레이코. 그러나 감만으로 수사를 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지닌 경찰, 공적을 세우고 싶어 단독 행동에 나서는 경찰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들의 시선으로 시점이 이동해가면서 범행의 단서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같은 경찰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독주하는 카쓰마타 켄사쿠 (일명 칸테쓰, 수사 5계 주임 경부보)의 이야기가 히메카와 레이코와 비슷할 만큼 그려집니다.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아서 좀 다른 부분이랄까요. 히메카와 레이코도 드라마보다는 좀 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꽤 굵직한 배역인 쿠사카는 원작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사건 이외에 가장 특이한 점은 히메카와가 범인에게 동조하는 체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인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서 '스톡홀롬 증후군'은 아닐 것 같은데 앞으로 이 시리즈의 다른 소설들을 보면서 왜 그런지를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며 볼 것 같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다루고, 끔찍한 가해자가 있는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다른 곳에 초점이 있습니다.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되어버린 불행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요. 가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를 낳고 또 다른 아픔을 낳는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나란 생각이 듭니다.

 

'지우 - 경시청 특수범 수사계'를 통해서도 이 히메카와와는 또 다른 타입의 두 여성 경찰을 그린 작가의 원작 역시 궁금해지구요. 연속 드라마로 방영된 다른 세 편의 원작 역시 무척 기다려집니다. 끈끈한 경찰의 동료애를 멋있지만은 않게 그렸지만 역시 마지막엔 멋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는 혼다 테쓰야의 다른 작품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책 정보

 

Strawberry Night by Tetsuya Honda (2006, 2008)

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01)

지은이 혼다 테쓰야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찍음 2012년 5월 29일

초판 1쇄 펴냄 2012년 6월 05일

옮긴이 한성례

표지디자인 공중정원: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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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동화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서평

 

저만의 나쁜 버릇인지는 모르겠는데 작가가 독특하면 독특할 수록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상당히 시동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난독증같은 느낌으로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거든요. 열 페이지에서 삼십 페이지쯤 읽고 놔둔 후 그 세계관에 적응 기간을 두고 읽으면 단숨에 뒷쪽을 읽게 됩니다. 간혹 힘들 땐 열 페이지에 도달도 못할 때가 있고 재밌으면 오십 페이지까지도 읽게되는 등 천차 만별입니다.

 

온다 리쿠는 좋아하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입니다. 매번 다른 분위기의 소설을 써내기 때문에 늘 그렇습니다. 막상 읽기 시작하면 작가의 특징이 군데 군데서 베어나와 그 세계관을 맞춰나가는 재미는 있지요.

 

개인적인 얘기는 잘 쓰는 편은 아닌데 왜 이런 걸 풀어놓느냐하면 그런 온다 리쿠 글임에도 이 소설은 전혀 그 특유의 분위기가 없었습니다. 역자는 후기를 통해서 온다 리쿠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나뉜다는 얘기를 하면서 도저히 못읽겠다는 사람에겐 이 책을 추천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소설은 대중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 소설은 제목 이외에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호러 미스터리'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항상 어느 정도 호러적인 면을 가미하기 때문에 어느 작품에서건 그 작풍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다지 호러스럽지는 않습니다. 물론 살인이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그 사건을 생각해보면 무섭긴 합니다.

 

그런데 평소 온다 리쿠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무언가 기묘한 감정에 휩싸이거나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만 같아서 불안할 때 한껏 분위기를 잡는 그 호러스러움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온다 리쿠스럽지 않은 소설이냐 물으면 또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방식, 소재, 결말 등은 전부 온다 리쿠스럽습니다. 딱 그의 세계관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습니다. 다만 방식이 너무 담백해서 대중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추리물에 가까운 기분도 들지요. 그래서 골수 온다 리쿠 팬들에겐 좀 가벼운 작품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선 화자는 이 부제에 붙은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 다카쓰키 노리코의 환생으로 추정되는 마유코입니다. 다카쓰키 노리코의 유작전에서 한 그림을 본 후 살해되는 순간의 과거가 떠오르면서 기절하게 됩니다.

 

이 마유코는 얼핏 평범한 여성으로 보이지만 신기한 능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인데요. 흔히 알려진 독심술이나 텔레파시 같은 흔한 쪽이 아니라 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인 '빛의 제국'에서 잠시 등장했던 '서랍'을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독특한 능력이 있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나오고 추리를 한다는 점에서 '어제의 세계'나 '유지니아'가 떠오릅니다. 평범한 느낌인 것으로 치면 '도미노'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어린 시절 엄마를 잃어 엄마에 대해 잘 모르는 다카쓰키 노리코의 아들 뵤는 뒤늦게 유서를 발견합니다. 지인에게 그림을 넘기라는 유언입니다. 그래서 마유코와 대학 교수 우라타 다이잔, 마유코의 친구 이마이즈미 슌타로와 함께 그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유작전에도 방화 사건이 일어나면서 협박 편지와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아름답고 천재적이었지만 좋은 사람만은 아니었던 다카쓰키 노리코의 지인들을 만나면서 그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지만 대체 누가 협박을 하고 무엇이 숨겨져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합니다. 결국 한 인물에 의해 그 내막이 알려지고 예상 밖의 이야기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관계들이 알려지게 되지요.

 

궁금해서 무척이나 열심히 읽은 소설이지만 아무래도 온다 리쿠 스타일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라는 기분이 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추리물을 써달라는 편집부의 부탁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거든요. 그렇다고 소설 자체가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구요. 온다 리쿠도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도미노'란 소설도 그렇긴 하지만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 정보

 

Fuanna Dowa by Onda Riku (1994)

불안한 동화 (미모의 천재 여류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호러 미스터리)

지은이 온다 리쿠

펴낸 곳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8월 23일 초판 1쇄 인쇄

2007년 8월 30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권남희

 

 

 

   p. 108

   문득 고개를 들자, 계단의 층계참 위 유리창으로 도려낸듯한 여름 끝의 하늘이 보였다.

   그 하늘을 보았을 때, 이제 피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현실로 침입해온 지금, 내게는 달아날 곳이 없다.

 

 

   p. 119~20

   아무래도 최근 젊은 여자들은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무조건 자신을 타인과 차별화하고 '뭔가'를 추구하는 타입과 판에 박힌 '여자의 인생'을 걷는 타입으로.

   학창 시절부터 양측의 경계선상에 있었다. 친구도 양쪽에 모두 있었다. 그러나 각각의 주장이 나름대로 납득은 갔지만, 진심으로 공감할 수는 없었다.

 

 

   p. 246

   바다가 보이는 순간은 참으로 신기하다.

   반드시 어떤 징조가 있다. 뭔가가 열리는 기척이 난다.

   창밖에 잿빛 바다 한 자락이 보였다.

   부옇게 은색으로 빛나는 바다가 나를 맞이했다. 파도가 거칠게 일렁인다. 그곳은 이미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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