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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통 형사물을 좋아합니다. 부정적 의미의 경찰이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 법을 지키고 악한 자들을 잡고 자신의 조직과 국가에 대한 애착이 있는 이야기가 그려지는 형사물이 좋습니다. 추리물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보는 편이지만 의외로 그런 정통파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은 흔치 않습니다. 정통인 것보다 좀 더 일그러진 이야기가 더 새로우니까요.
정통이라고 할 수 있는 다소 고지식하고 뻔한 소설스러운 형사물을 읽고 나면 왠지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데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이상한 범죄가 일어나도 사람을 믿고 의지할 수가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겨서일 것 같습니다. 이상한 범죄를 다루지만 그 본 바탕이 되는 개념이 깔려있어서겠지요.
국내에서는 저자의 이름보다 드라마화된 것이 더 알려져있습니다. (소개된 작품으로는 라이트 노벨인 '무사도 식스틴'만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방영된 '지우 - 경시청 특수범 수사계'와 이 소설을 드라마한 동명의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있습니다.
원작을 모른 채로 드라마를 재밌게 봤었는데 이렇게 번역 출간되니 반갑네요. 이렇게 원작이 따로 있는 경우는 어느 쪽에 서서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제 경우는 양쪽을 비교하며 보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흥미롭게 봤습니다. 세계관이 조금 다르달까 그런 차이가 있거든요. 그리고 원작을 보면서 왜 드라마에서는 저런 설정을 했는지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가 있어서 좋더라구요.
우선 드라마는 스페셜 드라마로 1회 방영을 먼저 선보이고 이어서 연속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후지TV 계열 《토요 프리미엄》특별 기획, 2010년 11월 13일 방영, 이후 연속 드라마는 저자의 후속편 격인 <소울 케이지(Soul Cage)>, <시머트리(SYMMETRY)>, <감염유희>를 원작으로 방송했습니다. 시청률은 15% 전후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후 2013년 일본 개봉 예정인 <인비지블 레인>을 원작으로 영화화, 크랭크인 됐습니다.)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 역에 다케우치 유코가 캐스팅되어서 방영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지요. 좋아하는 배우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형사물을 좋아해선지 다른 작품들보다 대작이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는 어린 시절 한 사건의 피해자로 도움을 받은 경찰들에게 감동하여 자신도 경찰이 됩니다. 엘리트가 아닌데도 서른 살인 지금 경부보에 올라 경시청 형사부 수사 제1과 살인범 수사 10계 주임을 맡고 있습니다. (보통 다른 반의 주임들은 40-50대 경부보인 것을 보면 비교가 되지요.)
일명 '히메카와 반'에 있는 그녀의 부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번역본에는 한국 경찰 직급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순사부장 이시쿠라 타모쓰(47세), 순사부장 키쿠타 카즈오(32세), 순사 오쓰카 신지(27세), 순사장 유다 코헤이(26세).
살인범을 잡는 쪽에는 여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남자들의 세계라는 인식이 강해서 동료들로부터도 여자 밑에 있는 시원찮은 녀석들이라는 멸시를 당하곤 합니다. 이 밖에도 함께 수사를 하지만 공적을 자신의 반으로 남기고 싶어서 치열하게 가끔은 치사하게 행동하는 모습도 그려지지만 역시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한마음이 되는 모습도 보이지요.
파란 천막으로 꽁꽁 싸여있는 시체가 주택가에서 발견됩니다. 주변 탐문 수사를 펼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그다지 나오지 않습니다. 법의학자와의 대화, 무관해보이는 몇 가지 단서들과 연결을 시켜 감을 잡은 히메카와 레이코. 그러나 감만으로 수사를 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지닌 경찰, 공적을 세우고 싶어 단독 행동에 나서는 경찰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인물들의 시선으로 시점이 이동해가면서 범행의 단서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같은 경찰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독주하는 카쓰마타 켄사쿠 (일명 칸테쓰, 수사 5계 주임 경부보)의 이야기가 히메카와 레이코와 비슷할 만큼 그려집니다.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아서 좀 다른 부분이랄까요. 히메카와 레이코도 드라마보다는 좀 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꽤 굵직한 배역인 쿠사카는 원작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사건 이외에 가장 특이한 점은 히메카와가 범인에게 동조하는 체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인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서 '스톡홀롬 증후군'은 아닐 것 같은데 앞으로 이 시리즈의 다른 소설들을 보면서 왜 그런지를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며 볼 것 같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다루고, 끔찍한 가해자가 있는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다른 곳에 초점이 있습니다. 피해자이지만 가해자가 되어버린 불행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요. 가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를 낳고 또 다른 아픔을 낳는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나란 생각이 듭니다.
'지우 - 경시청 특수범 수사계'를 통해서도 이 히메카와와는 또 다른 타입의 두 여성 경찰을 그린 작가의 원작 역시 궁금해지구요. 연속 드라마로 방영된 다른 세 편의 원작 역시 무척 기다려집니다. 끈끈한 경찰의 동료애를 멋있지만은 않게 그렸지만 역시 마지막엔 멋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는 혼다 테쓰야의 다른 작품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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