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이 소설은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이고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7년 <다빈치> 올해의 책 1위, 서점대상 2위를 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리미 토미히코는 교토에서 대학을 나와 거주하면서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많이 써내고 있는 작가입니다. 저자의 다른 소설인 '태양의 탑',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일주', '연애편지의 기술'과 이 소설까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어서 저자의 취향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비슷한 설정이나 캐릭터를 생각하면 지루할 법한데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전혀 다른 느낌의 세계관을 각각 지니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앞서 언급한 소설들보다 이 소설 쪽이 훨씬 더 재미있는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짝사랑을 절절히 하는 남자 대학생만의 이야기를 넘어섰기 때문이겠지요.

 

이번 소설 역시 교토에서 대학을 다니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짝사랑하는 클럽 후배인 까만 단발 머리의 그녀를 화자로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나'는 지속적으로 그녀와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어내지만 천진난만한 그녀는 '자주 보는 이름모를 선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요.

 

총 네 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연결된 연작 단편 소설집입니다. 동명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는 대학 선배의 결혼식을 나와 밤문화를 전혀 즐긴 적이 없는 그녀가 만나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따라 길을 나서지만 중간에 놓치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는 등 교묘하게 연결된 부분들이 흥미롭습니다. 시점을 달리하기 때문에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을 만나도 서로 다른 느낌을 묘사하는 것이 독특합니다.

 

'심해어들'에서는 헌책시장이 열리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엉뚱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그녀에게 어린 시절 너무 좋았했던 동화 '라타타탐'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이야기는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애절합니다.

 

'편리주의자 가라사대'에서는 대학생이지만 전혀 대학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 대학의 꽃인 축제에서 벌어지는 일을 엮었습니다. 조금씩 그녀와의 거리가 좁혀지는듯 하지만 역시나 '나'의 고군분투는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번에는 판타지적인 요소보다는 로맨틱한 요소들이 많은 청춘 로맨스 느낌이 물씬 나지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의 로맨틱한 버전이라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본연(?)의 장르로 돌아와서 '나쁜 감기 사랑 감기' 속에서는 교토 전체가 지독한 감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녀 혼자 멀쩡한데 그런 그녀가 그 원인이 되는 사람을 찾아가 해결을 하게 됩니다. 계속 말썽을 일으켰던 그 인물이 역시나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요괴인지 정체가 뭔지 알 수 없는 몇 인물들이 나오고 그나마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을 넘어섰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주인공만 빼놓고 흥미로운 일을 마구 해대지만 역시 골치아픈 상황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거기에 쩔쩔 매는 '나'와 유려하게 받아넘기는 '그녀'의 차이는 '나'의 짝사랑에 대해 더 안타깝게 만들기도 합니다. 앞에 언급했던 다른 소설들 속에서 '나' 자신이 자신의 짝사랑에 대해 기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면이기도 합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이 소설이 밤새 걷는 이야기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흥미를 느끼고 통통 튀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엇이든지 해보고 싶어하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동화같기도 한 사랑스러운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Yoru wa mijikashi arukeyo otome by Tomihiko Morimi (2006)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지은이 모리미 토미히코

펴낸곳 작가정신

초판 1쇄 인쇄일 2008년 8월 20일

초판 1쇄 발행일 2008년 8월 30일

옮긴이 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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