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8
구보데라 다케히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2007년 제1회 파피루스 신인상 수상작입니다.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하네요. 저자는 삼십대 중반이면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지 하며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2007년 2월 '모든 젊은 녀석들'로 제1회 드라마 원작대상 심사위원 특별상, 이 '모두, 안녕히'로 6월 제1회 파피루스 신인상을, 7월 '블랙 잭 키드'로 제19회 일본 판타지노벨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책 표지 뒤를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라 태어난 아파트 단지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어둡고 괴로워하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이야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소설의 중반 정도까지 전혀 주인공 와타라이 사토루는 어둡지 않습니다. 왜 아파트 단지 밖을 나가지 못하는지 밝히지도 않고 언급도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전혀 문제되지 않는 사안인 것처럼요.

 

도영 후로쿠 제2단지 6동 502호에 사토루는 이혼한 엄마와 태어났을 때부터 살고 있습니다. 후로쿠 초등학교 졸업생은 107명이 전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는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토루. 엄마를 '히나 씨'라고 부르는데 히나 씨도 별 얘기를 하지않습니다.

 

중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줄곧 찾아와 사토루를 등교하게 만들고 싶어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사토루는 전혀 밖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고 단지 안에서만 살려고 합니다. 90세대 정도 되는 단지에는 대략 3천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사토루의 모습은 평범해보이기까지 한데 조금 이상한 면은 매일 단지 내를 순찰하면서 동창생들이 잘 있는지를 확인하는 버릇 정도입니다.

 

하루를 규칙적으로 열심히 살고 체력 단련도 하고 오히려 중학교를 다니는 또래 아이들보다 더 확실하게 살아가는 사토루의 일상은 무척 평범해보입니다. 케이크숍 타이지론느에 취직하게되고 체력 단련으로 싸움도 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묘사들이 그저 평범한 중학생 소년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왜 사토루가 단지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체력단련을 하는 것도 순찰을 매일 하는 것도 그 원인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조금 심각해지지만 사토루는 힘든 상황이 생길 때마다 괴로움을 표현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그리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이야기의 각 부분은 초등학교 동창생 107명이 이 단지를 떠나가는 것으로 점점 수가 줄어가는데 초점이 맞춰있습니다. 사토루가 30살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에는 그의 직업, 사랑에 관한 부분도 나오기에 성장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아파트 단지가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그렸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헤어지는 인사 '모두, 안녕히'라는 제목처럼 주인공 사토루가 모두와 헤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토루가 성장하고 그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갖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소설은 독특한 설정이고 특수한 상황인데도 차분히 그려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토루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동화처럼 작가는 행복하기만한 사토루를 그려냈을까? 사토루는 단지 밖을 나가게 될까?' 궁금해서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내버리는 소설이었지만 어딘가 부족한 면이 들어서 별은 4개만 매겨봅니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아서 동화적인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조금은 동화적이라고 느껴져서랄까요. 동화적인게 싫은건 아니지만 뻔했달까요. 신인상 수상작들은 조금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완숙해지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고 기대됩니다.

 

 

 

 

 

 

 

책 정보

 

Minasan, Sayounara by Takehiko Kubodera (2007)

모두, 안녕히

지은이 구보데라 다케히코

발행처 도서출판 비채

1판 1쇄 인쇄 2012년 2월 1일

1판 1쇄 발행 2012년 2월 10일

옮긴이 홍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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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입니다. 권위있는 미스터리 분야의 문학상인데다가 장편상보다 수상작이 훨씬 적인 단편 부분이라 더욱 눈에 띕니다. 표제작을 비롯해 총 6개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도쿄 신타마가와선 산겐자야 역에서 좀 걸어 세타가야 거리의 좁은 골목에 위치한 바 '가나리야'. 서로 다른 4가지 도수의 맥주가 있는 작은 맥주집입니다.

 

국내에서 흔히 생각되는 호프집이라는 느낌보다는 안주가 무척 맛있는 좀 더 조용한 선술집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인데요. 이곳의 주인인 구도 데쓰야는 굉장히 박식하고 어떤 수수께끼든 꿰뚫어보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묘한 이야기들이 이 '가나리야'에서 자주 회자되곤 합니다.

 

처음 이 소설에 대해 평을 읽었을 때만 해도 '안락의자형 탐정'(직접 나서서 현장을 보지않고 한정된 공간 내에서만 존재하며 추리하는 형태의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설명에 공간의 제한성을 둔 SF적인 특징을 가졌거나 혹은 코믹쪽이 아닐까라고 지례짐작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저자의 스타일은 좀 더 문학적인 편입니다.

 

소설 뒷부분에 '고하라 히로시'의 해설이 덧붙여있는데요. 그의 설명에 따르자면 단편의 문체는 장편과 달라 간결해야한다고 합니다. 분량이 짧다보면 아무래도 생략과 절제, 이미지 환기성이 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 소설의 특징은 단순히 문체만 명확하고 짧은 것이 아니라 그 절제에서 오는 잔상이 상당히 강력한 소설이라는 느낌입니다.

 

흔히 추리물이 아닌 순수 문학의 작가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인데 추리물과 순수 문학을 잘 결합한 기분이 드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정통 추리물을 선호하는 분들에겐 좀 시시할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공간의 제한성을 둔 SF적인 특징'이라는 표현을 잠시 언급해보자면 SF는 새로운 세계를 작가가 재구성하게 됩니다. 혹은 창조하곤 하지요. 그러다보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어 글로 묘사되지 않는 부분은 암흑과도 같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을 묘사하는 작가는 화자와 독자 사이에 '우리의 세계'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기 때문에 묘사되는 이외의 공간 자체가 독자의 세계로 무의식적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것은 개인적인 감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질 수 있는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의 재구성이 작가마다 상당히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하게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현실에 기반을 둔 소설들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지요. 이것은 단순히 소설 자체가 그렇다는 특성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 화자가 될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 소설을 예를 들어 일반 사람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굉장히 박식하여 흔히 상상하지 못할 세계까지 넘겨볼 수 있는 '구도 데쓰야'란 인물이 화자였다면 느낌이 또 달라졌겠지요. 그러나 화자는 각각의 단편 속에서 다른 손님들이 각각 맡고 있구요. 가나리야의 주인 구도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리를 하는 맥락을 취합니다.

 

종종 이 바에 모여드는 아저씨들의 조금은 주책맞은 듯하면서도 추리에 열을 올리는 코믹한 모습이 곁들여지기도 해서 심각한 상황들이 잠시 환기가 되곤 합니다. 첫 번째 단편에서는 자유율 하이쿠 모임 '자운률'의 동인인 가타오카 소교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같은 동인이었던 이지마 나나오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가타오카 소교가 본명이 아니고 살아생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연이 있었던 것을 알고 유골이나마 고향으로 보내주고 싶어 그 사연을 좇게됩니다.

 

다음 단편인 '가족사진'에서는 긴자선 아카사카미스케 역의 개찰구에서 서고가 마련되어 책을 빌릴 수 있는데 그 중 일부 책에서 동일한 가족 사진이 발견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노다 가쓰야는 피곤함을 물리치고 가나리야에 종종 들리게 됩니다.

 

'마지막 거처'에서는 보도 사진상을 받은 쓰마키 오부히코가 화자입니다. 상을 받아서 기쁘기는 커녕 어두운 걱정이 있어보여 구도가 그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살인자의 빨간 손'에서는 사사구치 히즈루가 화자로 나오며 가나리야가 있는 주변에서 돌고 있는 도시 전설도 아닌 괴담같은 이야기의 정체에 대해 추리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에서는 히가시야마 도모오가 들은 초밥집에서 매일 참치만 먹는 이야기에 숨겨진 암호를 찾아내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물고기의 교제'에서는 첫 단편에서 등장했던 이지마 나나오가 다시 화자로 등장해서 가타오카 소교의 또 다른 행적을 좇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소설을 추리물로 분류하기엔 조금 시시한 감이 있고 그렇다고 순수 문학이라고 하기엔 구도 데쓰야란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다고 소소한 이야기라고 하기엔 다루는 소재들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2%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기타모리 고'라는 작가의 작품 세계가 상당히 궁금해지는 한 권의 소설인데요. 저자가 살아있어 더 많은 작품을 써주지 않은 것이 상당히 애석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를 바래봅니다.

 

 

 

 

 

 

책 정보

 

Hana no Moto Nite Haru Shinamu by Ko Kitamori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지은이 기타모리 고

펴낸곳 피니스 아프리카에

초판1쇄 발행 2012년 5월 1일

옮긴이 박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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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살인 - 하야카와家는 언제나 하나 하야카와가(家) 시리즈 3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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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하야카와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도둑, 첫째 아들은 살인청부업자, 둘째 아들은 변호사, 셋째 딸은 사기꾼, 넷째 아들은 경찰인 이상한 하야카와 가. 처음엔 둘째 아들만이 가족의 정체를 알았지만 이제는 넷째 아들을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 속에서는 막내 며느리의 대학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통해 한 회사에 얽힌 살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집니다.

 

하시구치 사장의 딸이 다니는 대학 축제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회사는 이상하게 사람이 죽는 일이 많습니다. 하시구치 사장의 불륜 상대와 관련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미카가 그곳의 리모델링을 맡고, 그외 별개로 흉악범의 뒤를 쫓는 넷째 아들 마사미, 그 내막을 조사하는 엄마, 그리고 하시구치 사장의 회사에 살인 청부업자로 고용되는 첫째 아들 가쓰미까지 가족들이 얽히게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도, 두 번째 이야기도 전혀 다른 업종(?)의 가족들이 한 사건으로 몰리게 되는 이야기였지만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둘째 아들의 속이 타들어가는 열연이 재밌었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하야카와가가 위협받는 이야기로 모두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세 번째 이야기는 조금 아쉽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진진하고 나무랄데 없는 편이지만 주요 배경이 하시구치 사장의 회사이기 때문에 그곳에 집중되어 있어 하야카와가 특유의 이야기들은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하야카와가 이야기라고 하기엔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프로 범죄자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경찰들의 무능함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이 이야기 속에서도 역시 그렇습니다. 프로 범죄자들보다 더 쉽게 살인을 종용하고 직접 저지르는 무감증에 걸린 등장인물들이 되려 악역인듯 그려집니다.

 

보험 사기나 대학 내 문제들을 다룬 것을 보면 그리 가볍지 않은 소재이지만 조금은 가볍게 그리는 경향이 읽어 읽는 당시에는 그렇게 심각한 면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가벼운 소재들은 아닌데 말이지요.

 

혼마에 관한 부분이 좀 더 자세히 그려졌으면 좀 더 다양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서 아쉽고 오야 교수 부분 역시 그렇습니다. 너무 뒷전이 되어 결말만 알려진 기분이 들거든요.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세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Toriaezu no Satsujin by Akagawa Jiro (2000,2003)

묻지마 살인, 하야카와家는 언제나 하나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사)한국물가정보 (리버스맵)

초판1쇄 인쇄 2010년 8월 3일

초판1쇄 발행 2010년 8월 9일

옮긴이 이용택

표지그림 옻칠작가 전용복

Design by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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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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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여덟 번째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현재 아홉 번째인 '기린의 날개(2011)'까지 출간되었고 국내 번역은 아직입니다. 이 '신참자'는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는데 후속편인 '기린의 날개'는 영화로도 2012년에 개봉한 바 있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졸업, 잠자는 숲,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악의, 내가 그를 죽였다, 거짓말 딱 한개만 더, 붉은 손가락, 신참자, 기린의 날개(번역본 미출간)'


아홉 개의 단편은 일본 고단샤 문예지 『소설 현대』에 2004년 8월호부터 5년에 걸쳐 연재된 것으로, 하나하나의 단편이 각기 그 자체만으로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베 히로시 주연의 TV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져 일본 TBS 에서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21%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Yes24)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 전문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일반 추리소설들과 조금 다른 소재들을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통 추리물로부터 조금 벗어난 시도들을 한다던지 많은 고민을 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유려한 문체 덕분에 드라마나 영화화된 작품도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즐겨읽는 작가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적인 성향이 강해서 즐겨읽지만 소장하고 싶지는 않는 선으로 생각된달까요. 물론 좋아하기 때문에 작품을 읽긴 하지요. '갈릴레이 시리즈'를 모으기도 하고 몇 권 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2% 부족한 면이 있다는 평을 하는 작가입니다. 너무 잘쓰긴 하지만 거기까지라는 인상이 강하달까요.

 

개인적으론 '방황하는 칼날'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구요. 객관적인 평가를 하자면 '용의자 X의 헌신' 정도 포함시키는 정도입니다. 작품과 별개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가가 교이치로'는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작품마다 주인공이지만 많은 분량으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국립T대를 나와 선생님을 지망했지만 자신과 맞지않는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와 같은 형사가 됩니다.

 

상황을 되짚어나가 재구성하는데 능한 형사랄까요. 그 안에서 범인의 진술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면이 있습니다. 유능하기 때문에 경시청 수사 1과 형사였지만 좌천되어 이번 편에서는 관할서 형사로 나옵니다. (이유는 마지막에 잠시 나옵니다.) 이번 소설의 배경은 도쿄 니혼바시의 닌교초입니다.

 

그리 개발되지 않은 채 에도 시대의 모습이 남아 있어 전통적인 가게들이 많은 거리입니다. 물론 높은 아파트도 들어서고 복잡한 면도 있긴 하지만 이 소설의 주요 인물로 나오는 캐릭터들은 전부 전통적인 가게 가족들이라서 그들이 자신들을 생각하는 면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전통적인 일면이 있어 독특합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들이 모두 흥미롭긴 하지만 이 소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어 단순히 사건의 가해자를 찾는 소설이라기 보다 그 일상 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삶과 인간 관계를 그려내는 면이 흥미롭습니다. 가가 형사가 단순히 살인범을 쫓는 형사의 모습보다는 관할서 형사로 그들의 인생에 녹아들고 싶어하고 그들 간의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정감있는 모습도 그려져서 재미있습니다.

 

총 아홉 개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센베이 가게 딸, 요릿집 수련생, 사기그릇 가게 며느리, 시계포의 개, 케이크 가게 점원, 번역가 친구, 청소 회사 사장, 민예품점 손님, 니혼바시의 형사까지 각 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소설을 이어갑니다. 그들에게 '가가 형사'라는 어딘가 느긋해보이면서도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는 외부인이 묘사될 뿐입니다.

 

이런 평범한듯한 닌교초에 40대 이혼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별 관련없어보이는 듯한 그녀의 하루를 꼼꼼하게 찾아다니는 가가 형사의 이야기와 총 아홉 명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그들의 일상이 잘 맞물려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어딘가 홈드라마 같은 면도 있는 소설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좀 더 서스펜스적인 면을 강하게 부각해서 이 중 누군가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소설 속에서는 그 인물 한명, 한명이 화자이다 보니 그런 긴장감은 좀 덜 느껴지는 편이거든요. 닌교초의 다음 이야기인 '기린의 날개'도 기대됩니다.

 

 

 

 

 

 

 

책 정보

 

Shinzanmono by Keigo Higashino (2009)
신참자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펴낸곳 도서출판 재인
초판 펴낸 날 2012년 3월 16일
3쇄 펴낸 날 2012년 6월 5일
옮긴이 김난주
디자인 오필민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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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살인 - 하야카와家, 위기일발 하야카와가(家) 시리즈 2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소설은 아카가와 지로의 '하야카와가(家) 시리즈' 중 두 번째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살인 청부업자인 첫째 아들 가쓰미, 셋째 딸 미카는 사기꾼, 막내 아들 마사미는 형사입니다. 게다가 엄마 가요코는 도둑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된 둘째 아들 게이스케는 조마조마하여 꿈을 버리고 변호사가 됩니다.

 

가족들의 직업(?)을 전혀 모르던 각 가족들은 첫 번째 이야기 속에서 정체를 알게 되지요. 전부 다 알게되는 것은 아니고 숨겨진 부분도 있고 그렇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누군가 하야카와가를 노리는 듯 합니다. 위험에 처하게된 하야카와가는 똘똘 뭉쳐 서로를 도와주게 됩니다.

 

살인 의뢰를 받은 가쓰미,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자신의 동생인 형사 마사미입니다. 동종 업계에 있던 안도는 누군가 밀고를 해서 감옥에 갔다온 것 같다고 가요코와 만나기를 원합니다. 그런 안도가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가요코의 가게가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임신한 게이스케의 아내가 유괴됩니다.

 

가쓰미는 자신의 동생을 사칭해서 불륜에 가담한 인물이 누구인지 뒷조사를 시작하게 되고 뜻밖의 인물과 미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사미는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지난 이야기 속에서 게이스케의 분량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가쓰미의 분량이 많은 편입니다.

 

재미있게 읽긴했는데 첫 번째 이야기가 워낙 임팩트가 강하고 패턴이 비슷했기 때문에 조금 뻔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가히 프로급 범죄자들이구나 싶은 결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마사미는 이번에도 행복하기만 했구요.

 

이번에도 러브 스토리가 전개되었는데 다음 편에서도 그럴지 궁금해지네요. 아무래도 비슷한 패턴을 가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예상되는 면도 있습니다. 물론 사건에 관한 부분이 비슷하지는 않지만요. 정신 하나도 없이 사건이 터지고 연루되고 범죄를 저지르지만 나쁜 마음으로 하는 것 같지는 않은 하야카와가의 가족들. 그렇다고 의적이라고 하기엔 미묘한 그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책 정보

 

Yarisugoshita Satsujin by Akagawa Jiro (1987, 1990)

지나친 살인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사)한국물가정보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3일

초판 1쇄 발행 2010년 8월 9일

옮긴이 이용택

표지그림 옻칠작가 전용복

Design by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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