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 상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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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태양"이라 불리우는 샨사. 어릴적 부터 시를 써서 중국의 예술 신동으로 불리우다가 파리로 가서 프랑스어를 공부한지 7년만에 프랑스어 소설을 처음 썼단다.그래서 그런지 측전무후를 읽으면 마치 거대한 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은 측전무후가 직접말하는 일인칭 화자관점이다.. 그녀의 어린시절, 그녀의 부모님, 그녀의 누이들, 그녀의 사랑, 그녀의 권력욕, 그녀의 자부심까지..

그 어떤 소설에서도 이렇게 강렬하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시로 적은 것을 읽은 적이 없었다.적어도 나는 말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왜 그녀의 소설을 읽고 문체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에 도취해서 찬사를 보내는지 알것 같았다. 불현듯 측전무후가 샨사의 몸속에 살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전생이 측전무후가 아니었을까...

샨사는 측전무후의 능을 홀로 거닐며 아무것도 써 있지 않는 비석을 보며 교감을 나눴다고 한다.  중국의 유일무이한 여황제 그녀의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비석을 보고 후세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한다고 한다.  측전무후의 겸허함 또는 오만함을 말하기도 하고 후세사람들이 자신을 판단하는 자유를 주고자 했다고도 한다.

기울어져가는 가세를 황제의 후궁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바로 세우는 기틀을 마련하는 운명의 여인 조..어린나이에도 엄마와 동생을 위해서 자신의 희생이 값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쁘지도 않은 미모로 황제의 눈에 띄이기는 부족했다. 그렇게 수많은 궁녀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늙어갈 줄로만 알았다.

어느날 우연히 치노 왕자와 만나 오랜 인연을 맺게 된다...황태자도 아니고 야심만만한 성품도 아닌 치노는 늘 그리운 어머니와 누이처럼 그녀에게 의지한다. 황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뜻하지 않게 황제가 되고마는 치노는 점차 그녀만을 원하고 그리워하게 된다. 하지만 전 황제의 후궁이었던 그녀는 그 순간에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다. 앞날이 불투명하던 치노와의 사랑은 사랑하는 여인을 소유하고싶은 황제의 힘으로 영원한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정치적 야욕도 없고 자신감도 없던 황제가 한여인을 얻는데는 그 어떤것도 불사하다니..

그동안에 받았던 멸시에 대한 복수로 황후와 애첩을 몰아내 가며 전황제의 후궁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황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황제의 무능함과 유유부단함은 그녀에게 실망감만 안겨준다. 스스로 황제가 되어 세상을 지배할 생각이 없다는 그 연약한 황제를 설득해 수많은 제도를 신설하고 무역을 장려하여 제국의 부를 축적해 나간다..그녀는 인재를 중요시해 과거시험을 도입하여 평민출신도 뛰어난 인재이면 등용이 되었다. 그렇게 하여 국민의 신임을 얻어가고 자신을 평민신분의여자라 업신여기던 대신들을 대적할 신하를 길러간다.

그녀의 제국은 태평성대했으나 안주하기 싫어하는 그녀의 자부심은 황제를 설득해 하늘에 제를 올리어 인류의 최정상에 황제를 오르게 한다. 그것으로 그녀도 하늘에 가 닿으리라는 것을 알기에..늘 자신이 세상을 구원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는 그녀이기에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의식이 된다. 몇장에 걸쳐 중국의 그 장엄한 의식이 묘사되어진다..측전무후의 자부심이 곧 샨사의 자부심인 것이다.

"시간은 죽고, 시간은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의 삷은 돌아올 기약 없는 여행이다"

측전무후가 평생 이와 같은 시간을 살았으리라.. 그 끝없는 시간을 그녀는 그녀의 제국번영을 위해서 고민했고 결정했으며 끊임없이 황위찬탈을 시도하는 아들들을 물리쳤다. 오직 그녀만이 이 제국을 바로 세울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정치란, 권력이란 그런것일까? 마치 중독된 것처럼 한번 빠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것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엔 뒤돌아 볼 수 없는 것. 샨사는 측전무후의 입으로 모든것을 말했고 때론 그냥 흘려 보냈다.

샨사의 그 장엄한 문제로 묘사되어 우리에게 알려지는 이 여자...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여황제..

어떻게 샨사는 그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었는지 읽는내내 감탄하게 한다. 때로는 별빛처럼 청아하게 흐르는 말들...때로는 숨조차 가팔라지는 비장한 말들..읽다가 읽다가 지쳐서 쓰러질지도 모르는 툭툭 던져내는 의미심장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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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참 재미있겠는데요

해리포터7 2006-09-1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이책읽는동안 새로운 문체에 계속 감동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