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고 싶을 때 울게 해주는 영화나 노래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더군다나 바람이 선선해지는 이 가을에는 그간 잊고 있었던 메신저 목록을 열고 옛 애인에게 말이라도 걸어 보고싶은 충동이 본인도 모르게 샘솟곤 한다.
그런 이 가을, 말이 필요없는 발라드의 황제 이승철이 ‘영원한 사랑’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들고 추심(秋心)을 한없이 자극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 중 한 명인 이영훈과 이승철이 풀어내는 그 애절함이란 구태여 비디오라는 시각적 장치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극적이다. 거기에 눈은 크고 몸은 긴 대표적 두 배우 이나영, 강동원이 출연하여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으니, 감정의 폭은 한층 더 커진다.
이 뮤직비디오는 여러 면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최근의 컨텐츠 마케팅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 뮤직비디오는 과거 음악채널에서만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상으로도 불법이 됐든 합법이 됐든 그 누구나 감상을 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 포탈의 관심이 온통 ’UCC’와 ’동영상’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 가수의 신곡에 영화 홍보 동영상을 편집해서 쓰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이승철과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윈윈전략으로 만난 셈이다. 가수입장에서는 뮤비 제작비를 들이지 않을 수 있고, 영화입장에서는 해당가수의 인기를 빌어 영화를 사전에 홍보할 수 있다.
이승철의 ’영원한 사랑’도 일단 공식상으로는 완벽한 성공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을 멜로영화의 시기에 애절한 발라드곡! 빅스타 이나영, 강동원의 눈물연기에 이승철의 감미로운 목소리! 이 보다 더 좋은 조건일 수 없는 것 같지만, 단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약효가 세면 중독되기 쉽듯, 영화를 소재로 한 뮤비의 경우 노래의 완성도 보다는 영화에 의해서 그 성공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객이 전도되어 애써 만든 노래가 하루 아침에 망가질 수도 있으니, 꼭 뮤비에 영화를 쓰려거든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Mnet|신승호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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