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볕좋은 아침을 그냥 내보내기 아쉬워 빨리 세탁기를 돌렸다..아직 빨랫줄엔 덜마른 빨래들이 줄줄이 걸려있는데도 말이다..
또 눅눅한 바닥과 이불들땜에 보일러도 아침내내 돌리고 있다.. 마루바닥은 안 찐득한데 비닐장판은 장마땐 정말 찐득거린다..
토요일에 이천에 사시는 애들 고모님네집에 가기로 했다..그 고모님은 내가 시집오기도 전부터 목소리로 먼저 만났었다..그 약간 비음섞인 목소리..낭랑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좋아 남푠에게 데이트 할 때 한번 얘기했었다..그런데 그이야길 만나면 가끔 꺼내신다..
**이 엄마가 시집오기전에 내목소리가 좋다고 했다며? 에고 시어빠진 내목소리가 뭐가 좋아? 아니에요.고모님목소리가 얼마나 고우신데요.헤헤헤
고모님은 늘 나에게 편하게 대해주신다..그분댁에 아들이 없는 관계로 울 아들을 참 예뻐하셨다..늘 가면(그땐 제천에 살아서 자주 갔었다.) 애 장난감에 옷에 담아논 김치까지 바리바리 싸주시는 시어머니와 같은 존재이셨다..가까이 있을때도 그 고마움을 표현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참 너그러우시고 따뜻한 분이시다...실제로도 아담한 키에 단아한 외모이시고 딱 부러지는 성격이신 고모님..그 고모님을 뵈러간다는 생각에 날마다 가슴이 설레인다..
얼마전 애들 봄방학이 끝나기전에 서울을 시티투어하고 잠깐 하룻밤을 고모님댁에서 묵고 왔었다..내려와서 전화를 드릴때 얘기하는 내내 애들에게 “담엔 아빠차로 와“하셨단다..근데 그소릴 애들이 ”담엔 아파트로 와”라는 소린줄 알았다 해서 얼마나 웃었던지..멀리 있어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그래서 늘 죄송했었는데 그분의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린다..
하시는 음식점은 그 밑반찬이 일품이다..우리가 시골에서 차려먹던 그 반찬이 고대로 나온다..그때 잠깐 들렀을때도 이건 우리만 먹을라고 만든건데 함 먹어봐 해서 먹은 무청시레기된장찌개 그맛을 잊을 수가 없다..내가 너무 맛있다고 그거만 자꾸 떠먹으니까 어허 이거 자네가 우리점심꺼리 다 먹고 가네.하시며 한 농담! 다 먹고 가도 좋다는 정겨운 말씀..정말 행복했다.고기도 직접 시댁시골에서 조달하시고 정말 정직하게 사시는 분들이다.. 안타까운 점은 단골들만 그 가게를 찾는 다는 것이다..이제는 귀퉁이에 자리잡은 그 식당...다시 한번 번성해야 할텐데...
요전날에도 며칠있다 놀러갈께요..고모님. 하니까 그래 니네 차로 오는거지?하고 또한번 물으신다..그리고 어저께는 전화로 아이스박스를 준비해 오라 하신다.흐흐흐 남푠이 그소리에 우린 큰거 밖에 없어 했단다..ㅋㅋㅋ
고모님의 마음이 오늘도 하루종일 느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