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구판절판


이 나쁜 자식아, 네가 이모한테는 얼마나 예쁜 조카인데 네가 태어나 아기였을 때 널 보고 나서 이모는 이 세상의 아기는 모두 예쁜 거구나, 처음 깨달았는데 돌 지나고 나서 네가 다쳐서 병원에 가서 이마를 꿰매야 했을 때 어린 네가 아파,아파, 겨우 말을 배운 입으로 말하는 걸 보고 이모랑 네 엄마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까지 네가 안쓰러워서 얼마나 울었는데.....그런데 네가 죽어? 무슨 권리로 죽어!!!
한마디로 일자무식한 이모처럼 소리를 질렀어요.그동안 자신의 부모한테도 무표정하던 조카가 수화기 저 너머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어요.-202p쪽

J.감히 말씀드리면 저도 숨조차 쉬기 힘든 시간들이 있었음을 당신은 압니다. 남들이 네가 뭐가 부족해서그런 엄살을, 하는 표정으로 보기에 더 힘들었지요. 삶이 두려웠고 희망은 한 점도 없어 보였고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캄캄했던 그런 시간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은 찾아오고야 마는, 어쩌면 평범한 그런 시간들 말이에요.
이제 아이들의 엄마로서, 사회의 중년으로서 내 아이들뻘 되는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감정은 마치 절망처럼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가고,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고, 그러면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고, 그 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소낙비 난데없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결국 또 해 비친다고,그러니 부디 소중한 생을, 이 우주를 다 준대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지금 이 시간을, 그 시간의 주인인 그대를 제발 죽이지는 말아달라고.-203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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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2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나 남들이 모르는 엄살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건 추억이고..햇살이 다 말려주는...

해리포터7 2006-06-3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 지나고 나면 엄살일뿐이죠.배꽃님덕분에 너무 좋은책을 만나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