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큰스님께서 모기들이 실컷 배를 채우도록 보시를 하고 계시는 거란다" "보시가 뭔데요?" "보시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들에게 잘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는 거란다." 명수는 모기도 잘 살게 해 준다는 말에 다시 한번 크게 놀랐습니다.-21쪽
"모기는 사람에게 해만 주는 것이니까, 모두 없애야죠." "이 세상에 있는 것은 귀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그리고 모기가 얼마나 정직한데 그래. 사람을 물 때도 반드시 소리를 지르고 와서 물지 않든?" "피만 빨아먹고 병균만 옮겨주는데도요?" "그래도 언젠가는 부처님께서 모기도 귀하게 쓰실 때가 있을 거야."-25쪽
그리고 또 한마리가 명수가 가장 아파할 속눈썹 근처에 빨대를 꽂으려 날아왔습니다. 그 빨간 모기는 날갯짓을 몇 번 하고 나더니 명수의 눈썹에 뾰족한 빨대를 주사 바늘보다 더 깊이 콕 찔렀습니다. 마침내 명수의 손바닥이 자기 눈꺼풀을 후려치는가 했더니 천근을 매단 듯 무겁게 감겨 있던 두 눈이 잠결에도 스르르 열렸습니다. 명수의 귀에는 모기들의 앵앵거리는 소리가 마치 불자동차 소리처럼 들려왔습니다.그와 동시에 코끝에 후끈하게 끼치는 단내를 맡으며 붉게 달아오른 주전자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38-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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