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분홍 달리아와 호접란
조세핀이 누구인지 기억하시지요? 나폴레옹의 황후 말입니다. 달리아를 무척 좋아했다지요. 정원에 2백90 개나 되는 달리아 구근을 심어놓고 매일 그 꽃을 헤아렸다고 합니다. 그녀의 정원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어느 귀부인이 그 달리아가 너무도 탐나 달라고 하였더니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정원사를 매수해 1백 개의 달리아 구근을 손안에 넣었는데, 이 사실을 안 조세핀이 귀부인의 집안을 산산조각 내고 귀양 보낸 뒤, 정원사를 빈몸으로 쫓아냈습니다. 그때 정원사가 “조그만 정원에 갇혀서 한 사람만을 위해 피는 달리아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도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며 탄성을 지를 때 달리아도 진짜 행복해하지 않을까요?”라며 읍소했다고 합니다.
단아한 동양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달리아, 시대를 풍미했던 한 여인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만큼 묘한 매력이 있는 꽃입니다. 분홍빛을 띠는 달리아는 진분홍의 호접란과 더불어 한국풍 혹은 동양풍 꽃꽂이를 연출하기에 그만입니다. 호접란은 나비를 닮은 모양이나 얌전하게 꽃송이를 떨어뜨리는 곡선 그 자체만으로도 동양적인 이미지가 풍부하지요. 아이보리빛 달리아나 노랑 달리아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꽃양배추라고도 불리는 잎모란, 호랑나비를 연상시키는 아스트로베리아 등과 더불어 사용하면 소박하고도 단아한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습니다. 짙은 갈색 톤의 항아리와도 보기 좋게 어우러지며 한국풍 꽃꽂이의 아름다움을 물씬 풍긴답니다. 꽃시장을 거닐면 경건하고 순수한 느낌이 나는 흰색, 연둣빛이 살짝 도는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호접란이 분화와 절화로 나와 있습니다. 꽃이 대여섯 봉오리 정도 맺혀 있는 호접란 1줄기는 2천~3천 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달리아 10송이 1묶음에 6천~7천 원, 아스트로베리아 1단에 8천~1만 원, 잎모란은 한 송이에 1천 원, 오동추 10개 한 묶음에 5천 원, 갈락스 20장 1묶음에 3천 원 정도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