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찬중도 인권처럼 바닥에 귀를 대고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엿듣게 돈다. 그 소리들은 "마치 입이 달려 있는 한 외계인이 입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도 초능력으로 지구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듯한, 손에 닿을 듯이 아주 가까이에서 울리면서도 그 근원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이러한 소리를 통해 찬중은 자신과 아래층 사람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찬중은 자신이 혼자 살면서 항상 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인권에게 이런 소리를 들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29p쪽
<서울의 찬가>에서의 시간은 순환한다. "봄이 또 오고, 여름이 가고, 낙엽은 지고, 눈보라 쳐도"처럼 변하지 않는 시간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담고 있다. 현실은 빠르게 변하지만 우리들 마음속의 서울은 영원하다. 서울의 시간은 순환함으로써 낙원으로 남는다. "돌아오라 내 사랑아, 내 곁은 떠나지 마오"처럼 서울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곳이다. 앞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시련은 있어도 변치 않는 가치가 있고, 설사 변한다 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곳은 고향처럼 포근한 곳이다. 변하지 않는 향수의 강조는 보수적인 가치를 대변한다.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에서 <서울의 찬가>는 급격하게 변화하느 ㄴ서울의 역설적 상황을 드러낸다. 살고 싶지 않지만 살 수밖에 없는 서울은, 이 노래에서 살고 싶은 곳으로 뒤바뀐다. -235p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