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밥상 - 유기농 대표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안혜령 지음, 김성철 사진 / 소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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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는내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시아버님,시어머님도 생각났고 내가 태어나 뛰어놀던 고향도 생각이 났다..그분들이 오로지 땅만 바라보며 한평생을 사신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는데 책을 읽고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의 작은 소망은 시골로 들어가 농사를 짖고 사는 거다. 이런말을 하면 남편은 농사를 지을 줄은 아냐고 하지만 왠지모를 자신감이 있다. 어쩜 내몸 저쪽에서 흙이 나를 부르고 산이 나를 부르는것 같아서...그때가서 배우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말해버리고 만다..

이책에 많이 등장하는 동광원이란 곳이 있다. 창시자가 이현필선생이라는데 난 들어본적도 없는 분이다. 하지만 이책을 읽어본 후론 그의 정신과 가르침을 받은 기분이다. 이현필선생이 중시 했던것이 청빈한 자급자족의 삶이었는데 그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현재의 우리나라 유기농 산업을 대표하거나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에 소개된 경기벽제의 동광원(수녀원)에 여섯명의 여성들이 생활하는 걸 보고는 오로지 땅에서만 나는것에 의지해 생활한다는게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사라져가는 토종씨앗도 손수 받고 풀을 베어다가 퇴비까지 직접 만들어내며 베를 짜서 옷을 지어입기도 한다. 그들의 삶이 예전 우리네 모습이었을텐데 지금은 모두들 산업화에  목을 메고 살고 있으니...자급자족이란 말은 항상 나에게 꿈을 꾸게 한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에게 휘돌리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또 그것들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사회는 날로 더 복잡해져 가고, 웰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서 유기농에 대해 사람들이 눈을 뜨게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얼마나 무지한지...

사실 유기농이 좋다는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냥 지금 먹던대로 해야지 하루아침에 그것들을 바꾸려면 얼마나 동티가 나겠는가..그런생각으로 밍기적거리다 아이들의 몸에 나타나는 이상증상들을 보면서 그래 유기농이라는 것이 나 잘 살자고 하는게 아니로구나.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그들모두가 살아가야할 터전인 자연을 위해서 우리가 바꿔야 하는게 유기농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츰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며 무엇보다 자연그대로의 음식들을 많이 주려고 하다보니 아이들은 골을 내곤 했었다. 왜 예전처럼 길거리의 자극적인 간식거리들, 흔하게 먹던 빵과 라면들을 먹으면 안되는지 아직도 되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그런음식에 들어간 수많은 첨가제와 육식이 우리에게 해가되는 점등을 설명하곤 한다. 아마도 수도 없이 이런대화가 끊이지 않고 계속될것이다.  아직도 우리집에선 고기를 가끔 먹는다. 어른들의 잘못된 입맛은 쉽게 고칠수 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횟수는 점점 줄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 희망이 보이고 있다. 

[농부의 밥상]에 나오는 그 밥상들이 부러워 사진이 나오면 뚤어져라 쳐다본다. 또한 그 밥상에 대한 설명이 첨가될땐 어김없이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는데 아쉬운점은 사진과 설명이 일치하지 않은점이다. 하지만 글쓴이의 맛깔나는 음식에 대한 표현. 또 그 밥상을 차렸을 농부와 농부의 아낙네의 하나같이 다른 음식과 맛에 대한 표현이 이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밥은 보약'편에 나오는 음식의 설명은 나의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이고도 남을 만큼 감칠맛 났다.  메밀부침개를 부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의 표현을 옮기자면 "종이같이 똘똘똘똘 말리도록 얇게 부쳐야 하는데, 그렇게 부쳐서 팔딱팔딱 일나는 거 해놓으면 억수로 맛있다"  이런말들은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것처럼 생생하다.  또한 그분들의 평생농사에서 얻은 지혜가 놀랍기만 했다. 막걸리로 벌레를 잡는다던지 미나리밭에 고추꼭지 딴것을 부어놓는 것이다. 또 울진의 농부부부는  신바람농법이라 하여 밭에들어가 징을 치고 꽹과리를 두드리며 한바탕 논다. 그러면 실제로 진딧물이 떨어지고 농작물들이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정말 지혜롭게 농사를 짖는 모습들이다.  이책에 나오는  음식들 대부분 시골에서 해먹었던 장아찌와 그냥 길가에 풀들에 지나지 않던 식물들이 훌륭한 나물들이 되고 향긋한 쌈이 되는걸 보고서 그들의 실험정신에 아낌없이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나도 저들처럼 이것저것 식물들을 채취하여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책은 그때까지 내곁에서 그길을 안내할것 같다.

시골에 사시는 시아버님께서는 내가 유기농이라는 단어를 몰랐을때부터 유기농을 하셨던것 같다.. 그 너른 논에 추수를 하러가면 아침에 졸고 있는 메뚜기를 수도 없이 잡았었으니까.. 집 앞밭에 심어놓은 배추들과 고추들도 해마다  약을 치지 않으니 그 해에 비가 많이 오고 오지않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농사는 참 대중없구나 짐작만 했었다. 속으론 어떻게 한평생 농사만 지으시는데 저렇게 해마다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책을 보니 그 해답이 보이는것 같다. 농사란 하늘이 주는대로 땅이 허락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란걸 이제사 깨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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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3-20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님이랑 제 사이에 느껴지는 이 친밀감,,,
거의 비슷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어릴 때 논둑을 지나면 이 논에서 저 논으로 메뚜기들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고 강아지풀 가득히 메뚜기를 잡아서 간장에 볶아먹곤 했는데....ㅎㅎㅎ
농사가,,,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요즘 새삼 깨닫습니다...

해리포터7 2007-03-2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이책을 읽고 정말 농사가 얼마나 중한지를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