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을 즐겨본다. 예전 8시 50분에 할때는 아이들도 그시간이면 모든 일과가 끝나기 땜에 같이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7시 30분으로 시간을 옮기는 바람에 아이들은 바빠서 같이 못 본다. 덕분에 휴대폰에 알람을 맞춰놓은 나만 열심히 본다..간혹 그시간에 피아노치는 아들땜에 열받을 때도 있지만 난 군소리 없이 귀를 바짝세우고 몰입한다..
요즘에는 정읍에 사시는 한 노부부이야기가 나온다. 한적한 시골에서 오로지 농사만 지으시고 염소를 기르신다. (난 염소가 무우를 잘먹는지 첨알았다)그런데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그 노부부는 경제권을 할아버지가 갖고 계신다. 할아버지가 장보고 가계부 쓰시고 그것도 종이를 사다가 직접 줄을 그어서 만드신다. 매일밤 방이 차다고 보일러와 전기장판을 더 올리자고 떼쓰시는? 할머니와 옷하나 더 입으라는 할아버지의 알콩달콩 사랑싸움이 반복된다..
난 전라도 사투리를 좋아한다. 나에겐 전라도에 사는 큰오빠와 새언니가 있다. 오빠와 난 나이차이가 삼촌이라고 할만큼 많이 난다. 그런오빠에게 어릴때 방학이면 꼬박꼬박 놀러갔었고 그때마다 난 경상도 가시내가 아닌 전라도 사투리를 조금 배운 가시내로 돌아오곤 했다. ㅋㅋㅋ 남원의 사투리는 참 재미있다. 어느사람이나 다 유머가 넘치고 싸움도 웃으면서 한다. 모두들 여유만만이다. 그래서인지 이 노부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어찌나 정겨운지 한참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입을 헤~ 벌리고 웃고 있는게 느껴진다.. 그저께 할머니가 할아버지 몰래 비상금을 방구석구석에서 하나둘 찾는 모습에 난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정말이지 대본없이 저렇게 흥미진진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그분들의 생활은 재미있었다. 오늘도 난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텔레비젼 앞으로 가 앉을 것이다. 그분들의 여유있는 노년의 노하우를 보기 위해서...그리곤 웃어제낄꺼다..간혹 이런 프로그램하나가 마음의 풍요를 선물할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