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 전 세계 인생 고수들에게 배운다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1
막시무스 지음 / 갤리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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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이 즐겁고 통쾌하리라는 예상을 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그 생각은 바뀌지는 않았지만, 뭔가 내가 생각했던 식의 방향은 아니었다.
표지도 그렇고, '막시무스'라는 이름도 그렇고, '지구에서'라는 단어도 그렇고.
나는 막시무스라는 귀여운 공룡이 '지구'에 안착해서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픽션으로 그려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막시무스는 저자의 이름이었고, 게다가 한국인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많이 어긋났지만, 그래도 이 작품은 나에게 또다른 통쾌감을 안겨주었다. 내용들이 전부 삶의 지혜에 대한 것을 유머 있고 재미있게 또 웃을 수 있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어이없게 비꼬아놓은 글들이 통쾌함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무조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만은 아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구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본문의 내용이 '너무 좋았다'는 단순함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는 텍스트의 심오함에 있었다. 깊이 생각하고 읽지 않으면 그 내용의 진짜로 갖고 있는 내용을 얻지 못할 테니까.

 
개인적으로 책을 읽은 당일에 힘든 일이 있었기에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었는데.
오늘 겪은 사고가 먼훗날에도 사고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내용이었다.
아마 읽는 날 즈음에 어떠한 일을 겪었느냐에 따라 이 책이 주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요.
가까이에서 보면 걱정거리로 가득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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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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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이하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 한줄로 표현해보았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할 수 없는 편이라, 이런 감상이 섣부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 읽어왔던 소설과는 좀 많이 다르다"고.

『고래』는 한국의 역사를 토대로 구성된 소설이…… 절대 아니다!
그래, 이런 책은 어떠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또 훌륭하게도 교훈적인 데다가 더불어 역사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 그런 거시적인 의미를 전혀 갖고 있는 책이 아니다. 그저 재미있었다.

뭔가 의미가 있을 듯 보여지는 작품 내 구성과 복선은 사실 그런 의미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저 독자들이 숨막히게 책을 읽어내릴 수 있도록 한 저자의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 굳이 의미를 따져보자면 인간의 커다란 욕망 덩어리를 '고래'라는 물고기를 통해 상징해 보인다는 것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 

하여간 이 책의 재밌다는 증거는 바로 나이다.
45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을 하루 만에, 그것도 지하철에서, 또 집에 오면 뻗어버리기 일쑤인 내가 읽어버린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물론 이 책에는 노파, 금복, 춘희라는 세 명의 여성이 3대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긴 하다. 또 저자가 마지막에 밝힌 것처럼 자신이 성차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여성에 대한 특별한 신비감'을 이 책에 퍼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으레 있게 마련인 페미니스트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아니, 없다고 확신한다.
그저 사람사는 이야기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적절하게 소화해낸 저자의 작품. 그것을 나는 『고래』라고 표현하고 싶다.   

『고래』의 흡입력에 독자들이 빨려들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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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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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과 추리소설의 완벽한 만남!
프로이트와 융, 미국의 연쇄살인을 해석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스트래섬 영거 박사로 괴기한 폭행을 당한 '노라 액튼'이라는 소녀를 치료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재하는 등장인물과 실재 사건을 토대로 구성된 이 작품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읽는 내내 이야기 속에 동화되어 있던 내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작품의 끝에서 알게 되는 범인의 모습은, 아니 범인을 추척해나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꼭 디뎌야 하는 계단처럼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니 희열을 느끼게까지 한다.
 

있느냐, 있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작품 내에서 또 하나 등장하는 것이 셰익스퍼어의 『햄릿』에 대한 영거 박사의 해석이다. 보통 죽느냐, 죽지 않느냐로 해석되는 'to be or not to be'를 있는 그대로 해석한 것이 '있느냐, 있지 않느냐'이다. 그간(이 작품의 배경 시기) 햄릿의 이 대사는 삶을 택할 것이냐, 죽음을 택할 것이냐로 해석되어 왔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색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스포'가 될 테니 자체 검열하고, 혼자서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는 걸로 만족하겠다. 한 가지 덧이라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석도 접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뒤 난 생각했다.
'난 이 책을 읽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정신학의 선구자라 알려진 프로이트와 융이 사실은 어떠한 관계에 있었으며 그들이 사람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그래,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작품 내 오류를 '저자가 이야기해주기' 전까지 그런 줄도 몰랐다. 정말 부끄럽다. 책이 나를 이렇게 부끄럽게 하다니.
하지만 이 책을 읽었으니 '조금의 지식'이 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많은 지식을 안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책의 재미가 좀더 커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저 한 가지 바람이라면.

'이 책을 읽게 될 때는 좀더 이 책을 알게 되는 내가 되어 있기를, 아니 읽을 때마다 다른 내가 되어 있기를.' 

이런 나를 보고 프로이트 박사는 뭐라고 했을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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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스피드 엄마 - 제12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나가시마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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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제126회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맹스피드 엄마」와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한 「사이드카에 탄 강아지」 두 가지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을 수상했다는 공통점 외에도 화자가 아이라는 점이 같다. 아이가 바라본 어른의 세계.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그런데 『맹스피드 엄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맹스피드 엄마」

"나는 남자가 아냐."

이러면서 엄마는 아들의 참관일에 지금껏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뚝심 강한 담임선생님이, 오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겠다고 엄포를 놓자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를 이끌고 왔다.
그럼에도 자신을 봐주러 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마코토.
하지만 자신의 변명이나 거짓말에 조금도 캐묻지 않는 엄마를 마코토는 사랑한다. 그녀 나름대로 자기 삶을 소중히 하면서 그리고 아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 때문에 이지메를 당하지만, 결코 엄마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귀여운 아이. 그것이 바로 「맹스피드 엄마」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마코토는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엄마의 귀가가 늦는 일은 흔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정이 지나자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지만 전화벨이 울릴 것 같아 잠이 오지 않았다. 사고라도 난 것일까.

 
「사이드카에 탄 강아지」
 엄마와 아빠는 툭하면 싸웠다. 마치 싸우기 위해 결혼한 것처럼.

그러다 어느날 엄마는 나가버렸다. 하지만 '가출'했다는 의식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요코 씨가 찾아왔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그녀. 엄마처럼 '안 돼'를 연발하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그다지 원하는 것도 없었지만) 가만히 나를 지켜봐주었다. 오죽하면 사육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까.

그녀가 나 '가오루'의 삶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간만의 평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그래서 그녀가 아빠의 '애인'이었다는 사실도 다 늦게 나이 먹고, 동생에게 들어 자각하였다.

가오루는 나이 들어 동생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요코 씨가 떠난 뒤 지내왔던 자신의 죽어 있던 나날들을 대신해 '요코 씨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슬슬 때가 됐다면서 자신의 진짜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가오루. 그녀는 지금 자신만의 또다른 요코 씨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무렵의 요코 씨보다, 아마도 나이를 많이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무렵의 요코 씨처럼, 엄마에게 뺨을 맞고서도 끄떡 않는 강함도 없고, 남의 자전거 안장을 태연하게 훔칠 수 있는 잔인함도 없고,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랑도 한 적이 없고, 상처 입은 적도 없다.

짧은 단편 2개를 가뿐히 읽고 나니, 어린 시절 생각했던 '내가 어른이 된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 내가 상상했던 어른의 모습과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를까?

지금 살고 있는 어른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만, 어린 시절 꿈꾸었던 '어른의 모습'을 떠올리니 향수에 빠져들고 싶다면…… 이 책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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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
김영현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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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나는 '김영현'이라는 사람의 책을 접해보지 못했다. 즉 이 작품이 첫 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도대체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혹시 내가 너무 한국소설을 읽지 않아서 편견 같은 게 생긴 건 아닐까 자문도 해보았다.
그 정도로 읽기가 괴로웠던 작품. 

추리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의 모습을 조명한 작품도 아니고.
장르마저 상실해버린 이 책. 

게다가 각각의 캐릭터와 해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실히, 그것도 너무나 뻔히 보이게 연출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평가를 급강하시켰다.
한 캐릭터은 뜬금없이 등장해서는 중요한 얘기라며 잘 들으라고 얘기까지 해주신다.
하지만 별 얘기 아니라는 거. 참 우롱당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끊임없이 이건 이렇게 될 거야, 저건 저렇게 될 거야라고 작품 내에서 가르쳐주고 있는 덕에 마무리까지 읽으면서도 "결국은~"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정말 오기로 읽어버렸다고도.
뭐가 카리마조프가의 형제, 라는 것인지.
게다가 이 책 마지막에 있던 추천사는 추천한 사람마저 의심하게 만들어버렸다.


혹시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주장해서 날 설득시켜줄 분은 안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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