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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평점 :
말만 들어도 소름 돋는 바퀴벌레가 바글바글 나오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광남'은
어릴 적 끔찍한 아버지의 학대(?)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트라우마가 생기는데요,
강박증과 결벽증이 그것입니다. 당연한 더러움이, 부인과 자식 그리고 타인에게는
적당히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신경 쓰이고 못마땅하죠.
부인과 자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다 읽고 보니, 광남의 이러한 면이 초반에 잘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라는 이유만으로 '그럴 수도 있지', '나도 휴지 몇 겹을 겹쳐서 겨우 잡는데.'
'변기에 넣어서 물도 내려 봤어.'라고 공감하면서 읽기 시작했네요.ㅎ
벌레와 쓰레기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기에, 주인공과 같은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옆집으로 이사 온 유명 건축가의 초대로 화려한 집을 방문하는 광남씨.
클래식한 부부의 음식 접대와 실내 장식은 교양있고 깨끗합니다.
아무렇게나 무책임하게 버린 쓰레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몇 번을 말해도 치워지기는커녕, 악취와 알 수 없는 액체를 흘리며 방치되고 있었거든요.
더럽고 냄새나고 벌레가 우글거려서 저절로 욕이 나올 지경입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닙니까?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근데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데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이겁니다."
'올킬'이라는 해중 구제 업체의 도움으로 박멸했다고 생각한 바퀴벌레가 또다시
등장하자 업체에서는 VIP 가입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권합니다. 그런데 이 서비스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래서 약관을 귀찮아도 잘 봐야 하는 것일까요..;;
갑자기 흔적도 없이 건축가 부부와 살림살이는 물론 쓰레기까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돼지를 키우는 양 씨의 축사 앞에는 '아이스박스 택배' 두 상자가 발견됩니다.
"그래서 그 고기가 어쨌다고요?"
광남 씨가 양 씨의 말을 잘랐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늘어놓던 양 씨가
"응?"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래서 내 말은........ 그러니까 내가 가지러 와도 되는데 일부러
택배까지 보내준 성의도 있고 해서 오늘 아침에 저걸 끓여서 돼지들한테
먹이기는 했는데...... 가만 보니까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 가지곤 양이 하도
많아서 이게 대관절 뭔 고긴지 물어보려고."
양 씨가 가리킨 쪽엔 뚜껑 덮인 양동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 1부 타이탄 _111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아닙니다 ㅋㅋㅋㅋ와 진짜ㅋㅋ
3개월 후 그 집으로 새로운 부부가 이사를 오고 그들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또다시 등장하는 바퀴벌레와 확실한 박멸을 보장하는 '올킬'의 VIP 고객 명단에는
새로운 이름이 등록되는데...!
독특하고 극단적인 상황, 엽기적이기까지 한 장면들이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결벽증과 강박증의 주인공에게 문제가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면서 보다가
통수를 당했어요.ㅋㅋ 정체를 알 수 없는 해충 구제 회사 올킬의 '여성 대리'도
매우 수상쩍은 인물입니다. 결말로 갈수록 묘하게 변하는 논리가 이상해요.
과연, 주인공의 마지막 미션과 선택은 무엇일까요?ㅋ
리얼한 바퀴벌레의 우글거리는 묘사만으로도
괜히 온몸이 근질거리고 극도의 혐오감을 주는 호러엽기공포 소설이었습니다.
ㅡ그로테스크함마저 느껴지는 바퀴벌레와의 사투.
ㅡ강박증이 불러오는 심리적 불안감.
읽는 내내 찜찜하고 기분 나쁘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했다죠.ㅋㅋ
결말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 끔찍한 <올 킬>
독특하고 재밌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