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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징비록 - 역사가 던지는 뼈아픈 경고장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10월
평점 :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 것이 확실하다는 작가의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던 주변국의 정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과거와 오늘로 가득 찼다기보다는 실패의 역사 속에 다른 나라는
어떠한 발전을 이루었고 문화를 개방해 나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많습니다.
조선은 찬란했다. 1392년 개국한 신생 왕국 조선에서는 50년 만에
찬란한 과학의 시대가 꽃 피었다. 천재 집단이 창조한 시대였다.
지도자도 천재였고, 그 조직원도 천재들이었다. 15세기 세종과 그 학자들 이야기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세상을 뒤집어엎기 100년 전 일이었다.
- 3장 불길한 징조_실종된 세종의 과학시대 _78
'운명의 1543년'을 시작으로 대한 제국의 멸망까지의 기록입니다.
철포를 전쟁 무기로 삼기 시작하던 때에, 명종은 총을 보고 개발을 하기는커녕
창고에 넣어버리고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됩니다. 개방적인 정책을 통해
과학의 발달과 선진 문명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던 일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일본사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무기력한 조정과 대신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집안싸움이라고
해야 할지...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은, 안일하고 이기적인 정치판;;
정조가 죽고 나서 조선 지배 구조는 노론 가운데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를 중심으로 한
세도정치로 바뀌어 있었다. 권력이 집중된 두 가문이 권력을 유지하려면 변혁은 금기였다.
정적이 그 시스템에 들어오거나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도 금기였다.
- 6장 아편전쟁과 실종된 조선 도공 _212
서점이 많은 만큼 각성된 백성이 넘쳤던 일본과는 달리 조선엔 서점이 없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우리에게는 전해지지 않은 백자의 기록이
일본엔 체계적일 만큼 잘 보존되어 전해지고 있다는 것도 안타까웠습니다.
굶어 죽은 도공이라던가 일본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와요.
조선을 발전시키기 위한 근대화를 이끌고자 했던 혁명가들도 결말이 ㅠ
왕이 책을 너무나도 아낀 나머지 소장하고 독점하는 형태를 취해서 다른 사람들은
한 번 보기도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를 전해 들은 다른 나라의 비웃음을 사게 됩니다.
저자의 경고가 책을 읽는 순간순간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을 알면 알수록 불편하고 이해를 하고 싶어도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파도파도 나오네요.
맨 앞의 프롤로그를 통해서 저자의 집필 의도를 읽지 않았다면 화나서 중단할 뻔했다죠.
과거를 돌아보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중심을 다시 잡아봐도
문득문득 반항심이 들 만큼 아프고,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계속 나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로운 권력은 옛 권력이 남긴 흔적을 새하얗게 지워버린다.
고종도 똑같았다. 아들은 '대원군이 만들고 설치한 모든 것은 선악을 불문하고
모두 뜯어고쳤다.' 고종은 대원군의 권력 기반을 파괴하면서 권력을 다져나갔다.
문제는, 권력을 획득했지만 아버지 대원군이 가지고 있던 결단력과
판단력이라는 미덕은 물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 8장 붕괴되는 조선 _315
조금 두서없이 쓰게 되었는데, 읽고 난 직후 멘붕이 와서 그렇습니다ㅋㅋ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쏟아냈고,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지요.
이제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왜곡 주입되다시피한 조선의 일화와 인물
그리고 사건의 거짓된 진실이 ....급작스레 무너진 충격을 수습할 시간이
당분간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