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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의 어머니
조열태 지음 / 브레인와이즈 / 2019년 9월
평점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치매 소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지식 전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의혹을 바탕으로 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져서 재밌었어요. 치매 환자 한 명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가족 전체로 퍼져가는 의혹이 마치 미스터리물같이 흥미로웠습니다.
남편의 외도를 끊임없이 의심하던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처음엔 조심스레 속상한 마음을 비추기만 하다가, 며느리들까지 가세하며
아버지의 외도가 정말이냐 아니냐를 두고 온 식구가 의견이 분분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의 치매 진단이 다른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나오고,
평소 집안 살림이나 통장의 돈이 사라지는 것을 수상히 여겼던 어머니는
이제까지 알면서도 속아준 당신의 처지를 또다시 자식들에게 어필합니다.
아버지는 매번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증거가 딱히 나오지 않습니다.
의혹은 깊어만 가고, 결국 자식과 부인, 고모까지 모두 아버지를 의심하기에 이르러요.
저도 아버지의 결백을 고민했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 정황이나 물증이 확실하지가 않거든요.
결국 구체적으로 바람났다는 여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끝까지 아버지를 믿었던 주인공은
절친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새로운 의심의 불씨가 생겨나면서 허탈감마저 느낍니다.
<피안의 어머니>를 쓰기까지 수많은 실제 사례를 접하면서, 소설 보다도 더한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치매라면 단순히 노인 치매만 생각했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이제까지 알던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치매의 종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끔찍한 폭행과 살인 사건까지 벌어졌다고 하니 무섭더라고요.
치매의 경각심을 높이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가 확실하게 전달되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족의 심리가 기묘하게 얽혀들어 마지막까지 의심하고 의심하며 만드네요.
한 가족을 통해 보는 치매의 고통이 인상 깊게 남은 작품입니다.
<병을 이겨낸 사람들> 시리즈는 질병 체험 이야기 연구팀이 직접 환자나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분석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당뇨, 위암, 유방암, 우울증 그리고 '디멘시아 문학상' 소설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번 소설 치매까지 한국인에게 흔한 질병을 위주로 했다고 하네요.
어머니의 끈질긴 의심에 맞서는 아버지의 팽팽한 항변이 맞서는 긴장감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했던 작품입니다. 치매에 대한 경각심도 확실히 새겨졌어요.
유익하면서도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굳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