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평전 - 시대를 거역한 격정과 파란의 생애
허경진 지음 / 돌베개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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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가 매우 재주많은 사람이었으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허균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를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역모를 꾀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고 그에 관한 대부분의 남은 기록들은 그를 매우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를 이해하는 다른 한 쪽에서의 의견은 그는 성리학의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던 그 답답한 시대를 거부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본성에 따라 살며, 사회의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특별한 인물로서의 허균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후자의 견해에 따라서 허균의 삶과 당시의 사회, 그리고 허균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허균의 다양한 한시작품과 제목만 듣던 그의 한문소설들, 그리고 그의 문장가로서의 탁월한 재주등을 보여주고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라는 단순한 이해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이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허균의 삶과 그의 계획들에 대해서 좀 단순하게 접근했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만약 허균의 거사가 성공했더라면 더 좋은 사회가 되었을것이라는 의견은 사실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허균의 사람됨에 대해서도 그저 시대를 잘못타고난 자유인처럼 그리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평가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허균의 진보적인 사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의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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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작가정신 소설향 23
신이현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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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에서 나온 소설향 시리즈는 책 그 자체로 예쁘다. 일단 짧아서 좋고, 얇은 책 자체로 완결되어서 좋다.

신이현의 이 소설은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해주는 것 같다. 가까이에서는 볼 수 없으나 TV나 뉴스 같은데서 자주 얘기되는 원조교제나 10대 청소년 비행에 관한 것들. 그런 얘기들 중 이 소설의 예 같은 것이 없으란 법 없다.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이겨내고 살아갈 나이가 되기에 주인공은 너무 어리고 힘이 없다. 부모의 보호와 지원 없이 10대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특히 이 나라에서. 이 소설은 스스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지날 수 있는 10대에 당한 예상히 못한 고통과 그로 인한 방황, 피어나는 사랑과 너무 빨리 알아버린 세상에 대해 별 가감 없이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슬프고 안쓰럽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어떤 모습을 보아버린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안 보았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을 그런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자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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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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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아직 미혼인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독신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유경처럼 살아가는 이도 있으나 보다 많은 이들은 인생에 딱 한번 뿐인 찐한 사랑과 더불어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계속 찾아 헤맨다.

이 소설이 단지 서른 넘은 노처녀의 넋두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땅에서 결혼 적령기라는 것을 놓쳤다고 얘기되는 여성이 주변의 압박에서 자유로이 살아가기는 너무너무 힘들다. 유경처럼 목숨 걸고 자립하여 전투적으로 살아간다면 약간의 자유가 생기기는 할 것이다. 이 나라에서 여자들의 삶은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기생적이다. 세상에 대한 전투 의지가 상실될 때마다 남자를 생각하고,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면 얼마나 비참한가? 그것은 단지 여자들 자신의 전투의지부족으로 돌릴 수 없는 문제, 즉 그만큼 이땅은 여자 혼자 아무 의지할 곳 없이 버티기 힘든 곳이라는 뜻이다.

그 굴레에서 우리 중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남자들은 당연히 얻게 되는 것을 쟁취하고 투쟁하며 치열하게 살아야 겨우 가질 수 있게 될까 말까 하기에 나는 유경의 고민과 갈등이 이해된다.

이 책은 너무 쉽게 읽혔다. 내게 익숙한 얘기들이라 그렇겠지. 배수아의 다른 소설들은 좀 다른 느낌인데, 그래도 도전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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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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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은 다른 남성 작가들과는 다르게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건드려 말할 줄 아는 남다른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이름만 아니라면, 그의 소설들은 여성 작가의 것으로 읽혀질 수도 있을 정도로 감수성의 범위가 넓다.

김윤식이 문학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윤대녕과 박상륭을 꼽았을 때만 해도 긴가 민가 했는데, 그의 소설 몇 개를 읽으면서 그럴만하다는, 그의 소설적 감수성이 뛰어남을 인정해야 했다.

이 소설은 환상과 현실, 기억상실과 기억이 혼재하며, 우리에게 과연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보장되는 것인지, 나의 기억은 정말 나의 기억인지 생각하게 한다. 줄거리만 보면 그의 다른 소설들과 좀 다른 게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그는 <미란>에서도 기억을 잊고 싶어하고, 의도적으로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서 김영하의 소설과도 닮아있는데, 이 시대의 코드들이 많이 녹아있고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그러면서도 이전 문학들이 지녔던 매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이 시대적인 소설들이 아닌가 한다. 윤대녕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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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비문학의 이해
강등학 외 지음 / 월인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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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이라 하면 그냥 옛날이야기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본질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문학이라는 것의 근원은 따지고 보면 문자가 생기기 이전의 구비문학일 것이고, 구비문학은 문자문학의 탄생이후에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설화, 민요, 무가, 판소리, 가면극 등 우리의 전통 구비문학들에 대해서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올바른 이해없이 미신이라든가, 저속한 것이라고 여겨지기 쉬운 구비문학의 여러 장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구비문학의 해학성과 한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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