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윤대녕은 다른 남성 작가들과는 다르게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건드려 말할 줄 아는 남다른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이름만 아니라면, 그의 소설들은 여성 작가의 것으로 읽혀질 수도 있을 정도로 감수성의 범위가 넓다.
김윤식이 문학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윤대녕과 박상륭을 꼽았을 때만 해도 긴가 민가 했는데, 그의 소설 몇 개를 읽으면서 그럴만하다는, 그의 소설적 감수성이 뛰어남을 인정해야 했다.
이 소설은 환상과 현실, 기억상실과 기억이 혼재하며, 우리에게 과연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보장되는 것인지, 나의 기억은 정말 나의 기억인지 생각하게 한다. 줄거리만 보면 그의 다른 소설들과 좀 다른 게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그는 <미란>에서도 기억을 잊고 싶어하고, 의도적으로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서 김영하의 소설과도 닮아있는데, 이 시대의 코드들이 많이 녹아있고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그러면서도 이전 문학들이 지녔던 매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이 시대적인 소설들이 아닌가 한다. 윤대녕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