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주위에는 아직 미혼인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독신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유경처럼 살아가는 이도 있으나 보다 많은 이들은 인생에 딱 한번 뿐인 찐한 사랑과 더불어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계속 찾아 헤맨다.

이 소설이 단지 서른 넘은 노처녀의 넋두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 땅에서 결혼 적령기라는 것을 놓쳤다고 얘기되는 여성이 주변의 압박에서 자유로이 살아가기는 너무너무 힘들다. 유경처럼 목숨 걸고 자립하여 전투적으로 살아간다면 약간의 자유가 생기기는 할 것이다. 이 나라에서 여자들의 삶은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기생적이다. 세상에 대한 전투 의지가 상실될 때마다 남자를 생각하고,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면 얼마나 비참한가? 그것은 단지 여자들 자신의 전투의지부족으로 돌릴 수 없는 문제, 즉 그만큼 이땅은 여자 혼자 아무 의지할 곳 없이 버티기 힘든 곳이라는 뜻이다.

그 굴레에서 우리 중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남자들은 당연히 얻게 되는 것을 쟁취하고 투쟁하며 치열하게 살아야 겨우 가질 수 있게 될까 말까 하기에 나는 유경의 고민과 갈등이 이해된다.

이 책은 너무 쉽게 읽혔다. 내게 익숙한 얘기들이라 그렇겠지. 배수아의 다른 소설들은 좀 다른 느낌인데, 그래도 도전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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