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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서른 중반의 나이로, 아이를 잃고 결혼 생활은 파탄으로 치달아가고 자기 일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헨리 박(박병호)은 고통스러운 성장사와 아주 드물게 찬란히 빛나던 과거의 어느 시점들로 그의 현재는 더욱 어두운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다.
(<네이티브 스피커>라는 원제가 불러 일으키는 아이러니함을 염두에 두고) 실제의 삶 속에서 그가 내뱉는 영어가 충돌하는 미묘한 그림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늘상 신경쓰이는 그 불명료한 발음들로, 그리고 삶에 맞부닥치는 고통들로 침묵이라는 위장과 방어막으로 스스로를 둘러친 채 그가 풀어놓는 내면의 고백들은 깊은 통찰과 유려한 리듬으로 아름다운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통속성을 승화시키는 문학에 대한 정교한 직조는 <나는 알고 있다 이것만은 진실임을>의 월리 램을 연상시킨다.
이 책에 담긴 고통스러운 화해, 그 과정에 깊이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