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때 엄마에게 참고서 사겠노라 돈을 받으면서 꼭 천오백 원을 더 받아내곤 했다. 그러면서 샀던 일신 추리문고. 그 문고를 사모으며 만나게 된 작가가 레이먼드 챈들러(일신 문고를 통해 <호밀밭의 파수꾼>도 만나게 되었다). <빅슬립> <안녕 내사랑> <기나긴 이별>을 모두 이 문고본으로 접해보았다. 그 문체, 그리고 문체가 자아내는 분위기에 매혹당했었다. 허나 이제 위의 세 작품을 제외하고 처음 만나게 되는 새로운 작품을 읽고 난 뒤 남은 <하이 윈도>와 <리틀 시스터>를 읽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 때로 전작을 읽기 보다는 그 대표작만으로 만족해야할 필요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 그래도 레이먼드 챈들러인데...하는 맘은 여전히 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