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배심원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어쩌다보니 존 그리샴의 책은 어지간히 제법 읽은 듯 싶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를 우연히 읽고 난 후부터 (아마 그즈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우연하게 읽으며  하루키와 조우했었던 듯) 적극적이진 않지만 회피하지는 않았다 식으로 이리저리 오가다 보이면 읽었던 듯.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에 꽂으려고 보니 대여섯 권의 존 그리샴 책이 모여 있는 걸 보니 돈 주고도 사 읽었던 게다.
어쩜, 제리 브룩하이머의 액션 영화를 극장 가서 보는 거와 비슷한 경우일려나.
어쨌든 일산에서 구리를 왕복하는 차 안에서 해치우며 즐겁게 읽었다.
그간 읽어왔던 존 그리샴의 소설들의 내용들은 내 기억 속에 티미하기 이를 데 없지만 대충 추려 생각해보면 대체로 '성장소설'의 틀거리로 수렴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여기 법대를 갓 졸업하여 변호사 자격증을 딴(변호사 시험을 앞에 둔) 청년이 있다.
청년은 우연히 범죄와 조우한다. 그 범죄는 청년을 유혹한다.
청년은 고민하고 방황한다(그 와중에 불우한 환경의 여인을 알게 된다).
청년은 실수를 저지르고 상처를 입지만 타고난 정의력으로 다시 일어난다.
청년은 멋드러지게 범죄를 물리치고 돈을 움켜잡는다(불우한 여인은 구원받는다).
뭐 이런 스토리.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음 이 에피소드는 영화화할려면 빼야겠군'하는 되지도 않는 참견을 머릿속에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의 경우 변호사가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아니고, 책이 다루는 사건의 진행은 십 년에 걸친다(물론 반전은 있다). 충분히 예의 존 그리샴표 대중소설이면서 나름대로 각을 잡았다. 그 성과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나쁘진 않다.

어쩜 그가 썼다는 본격 소설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 안 읽을 듯 싶다. 다른 대중소설 읽기에도 바쁜데 존 그리샴의 과외활동까지 챙길만큼 그의 팬은 아닌 듯 싶다.


(200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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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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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스테리와 괴담, SF와 심령물, 전자에는 혹하는데 후자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는 말하면서 대체 양자의 차이는 뭐람? 나도 잘 모르겠다.
스티븐 킹은 좋아라 읽으면서 딘 쿤츠는 여태 손이 안 가고, 은하영웅전설에는 뻑가면서 창룡전과 아루스란 전기는 읽다 말았다.
호러와 미스테리가 섞이는 건 짜장면에 고춧가루 뿌리듯 가끔 맛나게 먹지만 <햄릿>의 아버지 유령은 왠지 마땅찮은 건 왜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먹어봐야 안다는 거다.

<우부메의 여름>은 그 표지글이나 광고문구로 봐선 도통 손에 잡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 이렇게 읽고 무릎 조아려 그간의 오해를 사죄할 만큼 재밌게 읽었으니.
책의 앞머리에 들어앉은 사변적 대화는 친애하는 선배 L을 바로 연상시켜 남다르게 키득거렸고, 또 그걸 건너뛰고서는 이 책의 본래면목과 마주하기 힘들께다.
그 사변의 굽이길을 지나(가끔의 사변의 덤불숲은 군데군데 빠끔히 드러내지만) 드러나는 미스테리로서의 힘은 단단하다.
어쩌다보니 최근 몰아 읽고 있는 일본대중소설들의 저력은 이런 데 있는 듯하다.

 

(200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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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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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챕터에서부터 독자를 쥐락펴락한다. 긴장감을 자아내는 이 능숙함이라니.

과연 작년 일본 미스테리 소설 1위에 뽑힐 만한 작품!, 이라고 감탄하던 차

어느새 책의 3분의 2를 다 읽어간다.

뭔가 수상하다. 이정도 남기고서 ‘사라진 이틀’을 구성하기엔 너무 빠듯한데...

이거 맥거핀이 아닌가? 하고 멋대로 의심하고 있노라니 책은 끝나버린다.

이거야 원. 결론은 갑자기 아사다 지로다, 딱히 아사다 지로를 혐하자는 게 아니지만(

<프리즌 호텔>을 비롯한 몇 작품만 봐도 아사다 지로의 ‘통속성’은 충분히 인정할 하다.

어쭙잖은 통속성이 아니다). 조직과 개인의 갈등을 마치 핸드헬드로 찍은 듯 생생하게 전하던

초반의 긴장감이 왠지 아깝다. 물론 결론은 납득한다. 허나 그 매조지가 아쉽다.

 

(200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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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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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도 동료로 언급하고 있는 존 더글라스는, 역시 연쇄 살인자들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다룬 책, <마음의 사냥꾼>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의 창시자로 스스로를 꼽고 있고 두 책 모두 ‘양들의 침묵’에 자신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살인자들의 인터뷰>의 경우는 ‘양들의 침묵’의 저자 토마스 해리스와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마음의 사냥꾼>은 책 앞면에 ‘양들의 침묵’ 영화 촬영장에 저자가 있는 사진을 싣고 있다).
연쇄 살인마와 FBI 행동과학연구소, 프로파일링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두 권의 논픽션은 모두 흥미로우나 현장의 밀도라는 측면에서 <마음의 사냥꾼>에 좀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살인자의 인터뷰>가 제목 그대로 희대인 연쇄 살인마들에 대한 인터뷰와 사건의 재구성이라면 <마음의 사냥꾼> 현장의 프로파일링을 생생히 보여준다.
알라딘에서 보이길래 인용한다.
<살인자의 인터뷰> 서문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 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테니까”(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의 사냥꾼>의 서문
‘비록 온땅이 가린다고 할지라도 사악한 행동은 자꾸 일어나 사람의 눈에 띄고 말지니’(셰익스피어의 <햄릿>)

 

(200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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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시티
에릭 라슨 지음, 양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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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미국의 역사를 다시 쓴 살인, 광기, 마법

 이런 문구가 표지에 걸려있으면 어쩔 수 없이 눈이 돌아간다.

표4를  좀 보자.

 1893년, 광랑의 도시 시카고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한 두 남자와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치는 욕망의 패치워크

시카고에 꿈의 도시 '화이트 시티'를 탄생시킨 시카고 세계 박람회 총감독과 살인의 성에서 수십 명을 살해한 미국 최초 연쇄살인마의 대비되는 열정을 통해 인간 본성과 욕망의 실체를 보여주는 창조적인 논픽션!

그리고 두 개의 문구.

작은 계획을 세우지 마라. 작은 것에는 사람의 피를 끓게하는 마법이 없다.

대니얼 H. 번햄, 건축가, 시카고 세계 박람회 총감독, 1893

나는 내 안에 악을 가지고 태어났다. 시인이 영감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내 안의 살의를 어쩔 수 없다.

H.H. 홈즈, 의사,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마, 1896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마'를 다룬 논픽션. 어쩔 수 없다.

바로 사서 읽기 시작한다.

'홈즈 어찌하여 약사하길 멈추고 살인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내가 궁금한 것은 이거다.

허나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책의 주인공은 홈즈도 번햄도 아닌 1890년대, 당대의 시카고, 화이트 시티.

홈즈의 쉼없는 사기와 살인 행각도, 번햄의 끓어오르는 건축의 정열도 이 '창백한 도시' 안에서

그것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

그렇기에 홈즈는 시카고를 떠나서야 그 범죄행각이 밝혀지며 그가 시카고에 세웠던 악의 성(그가 지은 호텔과 그 안의 시체 실험실 및 소각장)은 불에 타 없어지고 그는 시카고 바깥에서 사형에 처한다.

번햄 역시, 그가 총감독한 박람회장은 화재로 전소되며 노년에 유람선 여행 중 박람회 건축의 동료, 프랭크 밀레가 타이타닉 호 침몰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 45일 후 사망한다.

(실상 한 개인의 잔혹한 욕망이나 빼어난 성취와 무관하게) 압도적으로 성장하는 1890년대의 시카고라는 도시 안에서 번햄과 홈즈라는 자기의 성을 짓고 소유한 두 명의 인물과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각개의 인간들의 기록을 직조한 논픽션이라 하겠다.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주해나 뜻풀이가 거의 없이 그대로 번역돼 있다는 점.

 

 

(200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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