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스테리와 괴담, SF와 심령물, 전자에는 혹하는데 후자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는 말하면서 대체 양자의 차이는 뭐람? 나도 잘 모르겠다.
스티븐 킹은 좋아라 읽으면서 딘 쿤츠는 여태 손이 안 가고, 은하영웅전설에는 뻑가면서 창룡전과 아루스란 전기는 읽다 말았다.
호러와 미스테리가 섞이는 건 짜장면에 고춧가루 뿌리듯 가끔 맛나게 먹지만 <햄릿>의 아버지 유령은 왠지 마땅찮은 건 왜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먹어봐야 안다는 거다.

<우부메의 여름>은 그 표지글이나 광고문구로 봐선 도통 손에 잡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 이렇게 읽고 무릎 조아려 그간의 오해를 사죄할 만큼 재밌게 읽었으니.
책의 앞머리에 들어앉은 사변적 대화는 친애하는 선배 L을 바로 연상시켜 남다르게 키득거렸고, 또 그걸 건너뛰고서는 이 책의 본래면목과 마주하기 힘들께다.
그 사변의 굽이길을 지나(가끔의 사변의 덤불숲은 군데군데 빠끔히 드러내지만) 드러나는 미스테리로서의 힘은 단단하다.
어쩌다보니 최근 몰아 읽고 있는 일본대중소설들의 저력은 이런 데 있는 듯하다.

 

(200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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