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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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ADHD 등 정신질환을 다룬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하미나, 동아시아),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신지수, 휴머니스트)이나, 여성학의 시선에서 바라본 장애(특히 신체장애)와 질병을 이야기한 『거부당한 몸』(수전 웬델, 그린비) 등 정말 다양한 책이 장애와 정신질환을 다룬다. 그리고 돌봄 노동을 다룬 책 『사랑의 노동』(매들린 번팅, 반비)에서는 돌봄의 비가시성과 긴축으로 빈곤해지는 돌봄 시스템 등을 사회학의 언어로 말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경험과 학문,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보면 다각도에서 장애당사자의 삶과 현재 제도의 문제 등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를 왜 읽어야 할까.

우선 이 책은 단편적인 경험이 아닌 돌봄 제공자의 시선에서 18년간 보호자이자 동반자,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다. 소아조현병 환자로서 많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며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비관적이거나 절망하는 말투가 아닌 '버티는 사람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진다.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 장애가 있거나 있지 않거나, 모든 아이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또한 이 책은 연구사례가 아닌 저자와 '나무 씨'의 삶이기에 의미 있다. '공공의 공간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창비) 현실에서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한 사람이자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안 보인다고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 구성원의 삶을 알고 이해하며 연대해야 한다.

그렇기에 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가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자취를 해보는 아주 사소한 일상을 보내는 나무 씨의 이야기는 소중하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끔 사랑과 희생으로 돌봄을 제공한 저자의 생각 역시 중요하다. 틈틈이 삽입되어 있는 저자만의 인사이트와 의학 정보는 다년간의 노력이 아니라면 얻을 수 없는 귀한 정보들임에 틀림없다.



책을 읽은 후, 언급된 '씨리얼' 영상을 찾아보았다. (영상 보기) 글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심지가 보이는 듯했다. 영상의 여러 댓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말씀을 굉장히 잘하시는데, 글로 읽을 때 그 점이 엄청난 장점으로 다가온다.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에 어느새 이만큼 읽었나 놀라기도 했다.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담담하지만 솔직하게 풀어낸 글 자체의 맛이 좋아 에세이로서의 완성도도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돌봄과 함께 자라오고 돌봄과 함께 늙어가는, 타인의 도움을 떼어놓을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그게 누구든 말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것, 그 한 발자국을 내딛을 계기가 이 책이 되길 희망한다.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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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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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실에서 볼륨매직을 하는 날이었다. 미용사가 머리를 계속 만지고 있다보니 이어폰을 사용하기도 난감하고, 화면이 뻔히 보이니 SNS도 열기 싫었다. 그럴 때면 나는 핸드폰으로 이북을 읽는 편인데, 리디 셀렉트의 메인을 둘러보다 '우주라이크소설' 카테고리가 보였다.


강렬한 서사! 오직, 리디에서만! ⟪우주라이크소설⟫ ☄️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둘러보니 김동식 작가의 책이 있었다.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동식 작가를 모르기 쉽지 않다. 공장노동자 출신 초단편소설을 쓰는 작가. 나는 김동식 작가를 딱 이정도의 수식어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라디오 일을 하면서 작가와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주로 에세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보니 오히려 작품 자체는 잘 몰랐다.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세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김동식 작가의 첫 단편집이다. 처음 쓴 단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읽었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힘이 대단했다.


  첫 번째 단편이자 표제작인 「현실 온라인 게임」은 서울이나 수도권 거주자라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이다. 여러 지하철역을 거점으로 퀘스트를 해결하는데, 이런 점에서는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초반부가 생각나기도 한다. 소설의 주 무대를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독자가 깊게 몰입해 상상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어진다. 소설을 읽으며 '나도 저런 퀘스트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희망이 피어나는 건 당연하다.


〈현실 온라인〉을 하고 있으면 내가 특별하게 느껴지거든.

  한때 게임에서 농사를 지으면 실물 농산물을 받을 수 있던 '레알팜'처럼 이 소설 속 <현실 온라인>은 즉각 입금&배송되는 퀘스트 보상과 유럽 중세풍의 스토리로 주인공에게 엄청난 효능감을 준다. 그런데 그 퀘스트의 내용이 점점 수상해지면서 주인공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이 소설의 내용은 어딘가 낯설지 않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마약 운반(지게꾼) 등의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소설 속 〈현실 온라인〉은 알바가 아닌 '게임'이라는 점이다. 퀘스트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고, 레벨업을 해서 스킬을 사용하는 게임 말이다.

​지시를 내리는 '최 팀장'과는 텔레그램으로만 소통했는데 첫 지시는 피시방에 뒀다는 서류봉투를 가져오란 거였습니다.
KBS 뉴스 / [단독] “고수익 알바에 속았다”…대포통장 부르는게 값

  넥슨 UX 분석실에서 분석한 '게임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성취와 몰입의 나비효과가 있다. 소설 속 김남우와 홍혜화도 〈현실 온라인〉을 플레이하며 즐거움과 쾌락을 느껴 몰입도가 올라간 상태다. '하룻밤에만 보상으로 10만 원 넘게 벌'며 게임을 통한 성공 경험이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 동기 부여가 되었고, 결국 무언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이 몰입하는 결말로 흘러간 것이다.

  위와 같은 글에서, 달성하지 못한 목표일수록 계속 아른거리고 생각나는 심리현상,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에 게임에서 이탈하지 못한다고 한다. 김남우도 고급 퀘스트 두 개를 실패하고, 어떤 보상이 있을지 계속 생각이 나고 홍혜화를 통해 퀘스트를 수행하려는 짓까지 벌이게 된다.

  이 소설은 굉장히 몰입도 높은 게임 시스템으로 사람을 어떻게 조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 반전까지 술술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 단편집의 표제작으로서 '레벨업'을 향한 열망을 가장 잘 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작품은 마지막 단편인 「내일을 부르는 키스」였다.  타임루프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 〈엣지 오브 투모로우〉, 웹소설 『리셋팅 레이디』, 『유월의 복숭아』 등 정말 많은 콘텐츠에서 사용하는 소재인데, 이 소설에서는 '키스'라는 장치를 통해 타임루프를 통제할 수 있게끔 해두었다.

  중반까지 전개는 매우 빠르게 흘러가 주인공 부부가 미친듯이 많은 부를 쌓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모습을 몰아치듯 보여준다. 석상의 저주를 생각할 틈도 없이 폭풍 같은 이야기가 지난 후,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다음날로 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싹하면서도 처참한 마음이 든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급박한 전개에 숨도 못 쉬고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 홍혜화의 선택까지 예측 불가한 이야기가 정말 흥미진진했다.

  단편집 전체에 깔려있는 '레벨업'을 향한 욕망은 노골적이고 원초적이다. 그리고 대가가 필요하다. 어쩌면 추하거나 무거운 소재가 될 수 있던 이야기를 저자는 아주 재치있게 풀어낸다. 술술 읽히는 필력만으로도 이 소설은 5점짜리인데, 통찰력 있는 결말까지 빼놓을 게 없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으며 저자의 다른 책이 몹시도 궁금해졌다. 초단편소설은 어떤 매력이 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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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미래 - AI라는 유혹적 글쓰기 도구의 등장, 그 이후
나오미 배런 지음, 배동근 옮김, 엄기호 해제 / 북트리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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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 전 친구들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갤럭시 워치 7의 Galaxy AI가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자동응답을 추천해주면, 내가 골라서 답을 보내는 기능이다.



  AI의 메세지를 본 친구들은 나의 프로필로 말하지만 '누구냐'며 '진짜 함함'을 찾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편집을 거치지 않은 AI의 글은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효율적이고 간편하고 시간을 아껴준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지금껏 챗GTP 등을 경계했는데, 나는 왜 AI를 거절했는가 돌이켜 보았다. 첫 번째로 책에서 언급했듯이 환경문제가 가장 컸다. AI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슈퍼 컴퓨터가 필요한데 그를 식히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진실성 문제가 있다. AI는 출처 없는 정보를 마치 진실인 것 마냥 허위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를 모두 대처할 수가 없기 때문에 AI는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저자는 인간의 쓰기부터 시작해 AI의 발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전개는 우리가 왜 이 AI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지, 인간에게 있던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러한 내용 전개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던 쓰기의 중요성과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했던 지점을 모두 보여준다.

  현재 나는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해 이 서평을 작동하고 있다. 이런 것처럼 AI는 맞춤법 검사, 음성 인식, 단어자동완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정부 기관 등에서 사용이 금지된 딥시크처럼 아직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를 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큰 우려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이 AI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그리고 인간의 쓰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지 논의하고 있다.

  인간의 쓰기는 나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부터 타인에게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쓰기는 많은 훈련과 연습으로 이뤄내는 것이며 이것이 AI에게 모든 쓰기를 외주 맡기는 것에 대해 경계할 수밖엔 없는 이유다.
  책에서 간단한 기사 작성이나 단순한 번역 등 쉽게 지루함을 느끼거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쓰기를 AI에게 맡겼을 때 효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시에 인간의 뇌는 그것보다 더 깊은 사고 분석에 쓰는 방향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것은 마치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장애물 달리기를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인간은 최소한의 쓰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선 아주 기본적이고 소소한 쓰기부터 해야 되는 것이다. 그 밑바탕이 갖추어지지 않은 채 고도화 된 글을 쓸려는 거는 욕심이다

  이 책은 인간의 쓰기와 AI를 어떻게 잘 미래로 가져갈 것인지 고민하고있다. 이는 ChatGPT와 딥시크 등 여러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며 사소한 업무부터 중요한 기회감 메일 등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책의 내용이 조금 어렵고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저자는 친절하게 용어 풀이에 지면을 할애해 놓았으니 나처럼 일반적인 수준의 사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앞으로 AI에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진 알 수 없지만, 인간을 보조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AI를 연구하려는 움직임도 분명 존재한다. 나아가는 미래에 뒤쳐지지 않고 과학기술과 공생하는 날을 상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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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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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날, 펭귄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다. 투실투실한 귀여운 펭귄의 영상을 볼 생각에 신이 났지만, 약육강식의 원리로 돌아가는 펭귄의 삶을 알며 조금은 엄숙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천적에게 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펭귄 부부, 아이를 잃고 남의 새끼를 훔쳐오는 암컷, 새끼 펭귄의 첫 수영까지 펭귄도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김금희의 《나의 폴라 일지》 속 세종 기지도 낭만적이면서 치열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옷을 입고 태극기를 들고 있는 대원들의 사진이 아닌, "서로 다른 종이 공생하는 지의류"처럼 더불어 살고 있는 곳이라는 걸 보여준다.


남극에서 내 시간은 여행도 취재도 연구도 아니라 '사는 것'이었다. 관계를 만들고 대화를 나누고 호의, 기쁨, 감동과 경이, 긴장. 때론 불안과 불쾌 같은 순간순간의 감정을 지닌 채 하루하루 일상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렇기에 그리움은 더할 것이었다.

흔히 '남극에 다녀온 사람의 에세이'라고 하면 자연의 신비로움, 남극 동식물의 생태계 등이 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책을 열었는데 의외로 '사람 사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국경도, 화폐도 없이 간식거리가 최고의 선물이 되는 곳이 남극이다. 게다가 생활방식은 또 어떤가. 2인 1조로 외출하고, 맡은 구역은 함께 청소하는 등 공생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누구보다 외로울 틈 없는 곳이 남극인 것이다.

그리고 멋지고 환상적인 남극의 풍경은 발을 딛고 서는 순간 위험이 도사리는 험지가 된다. 수십 킬로그램의 짐을 지고 걸어가는 장면이나, 백두봉을 등산(이자 클라이밍)할 때는 거센 바람이 나의 뺨을 때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런 험난한 여정도 여과없이 보여주며 치열한 남극의 생활을 보여준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다보니 큰따옴표로 대화를 생생하게 전달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었다. 보통 산문에선 저자가 관찰하고 느낀 점들이 주로 서술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의 입으로 말해야 하는 정보가 많다보니 이렇게 서술한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소설 읽듯이 술술 읽혔고, 잘 모르던 라디오졸데, 옆새우 등을 가볍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폴라 일지》를 읽으니 저자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 쓰는 문학은 어떤 감성일지 기대를 하며 책을 덮었다.


🐧하니포터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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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의 정원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8
김혜정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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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재혼, 입양, 조손, 이주배경, 동성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솔라의 정원》은 그 중에서도 '그룹홈'을 운영하는 이솔라와 그의 양딸 이희아를 조명하고 있다.

루리의 《긴긴밤》(문학동네)에서 수컷 펭귄 두 마리가 가정을 이룬 점을 아무렇지 않게 녹인 것처럼 이 소설도 여러 형태의 가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솔라와 양딸 희야부터 베트남으로 떠난 엄마를 찾으려는 혜림,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그룹홈에서 사는 아진, 부모님을 여의고 복지사로 사는 해리 이모까지 등장하며 다양한 형태의 삶을 보여준다. 흔히 말하는 부모와 자식의 구성인 정상가족보다 더 다양한 구성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며 자연스레 이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온다.


가족이란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주고 돌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꼭 혈연이 아니라도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우리 같은 가족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최근 탄핵 집회의 자유 발언 중 이주노동자 2세의 연설이 큰 화제가 되었다. 현장에서 직접 들으며 눈물이 솟구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다양한 사람을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무조건 혐오하고 배척하는 게 아닌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환대하는 존중하는 미래를 위해서 청소년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솔라의 정원》은 그룹홈 안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소설인 만큼 명확하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존재하는데 대부분 솔라의 입을 통해 등장한다. 인생과 철학, 문학에 통한 솔라가 사랑과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가끔은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희야가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솔라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건 성인 독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과하다는 거지, 청소년 독자 입장에선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초반에 비해 후반의 내용은 굉장히 슬펐다. 솔라의 뒤를 밟는 희야를 따라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읽었다. 기차 안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읽었다. 글과 문학으로 위로받고 해답을 찾으려 한 솔라의 끝은 굉장히 솔라다웠다. 그 사이에 희야가 부쩍 성장한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이별은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준다.

내가 어릴 때도 청소년 소설 중엔 죽음과 이별을 다루는 작품이 많았다. 이경혜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바람의아이들)도 그 중 하나로 나의 죽음과 현재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게끔 만들었다. 《솔라의 정원》은 나와 가까운 이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음속에 그를 어떻게 간직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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