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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의 정원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8
김혜정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2월
평점 :
🌹미래인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재혼, 입양, 조손, 이주배경, 동성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솔라의 정원》은 그 중에서도 '그룹홈'을 운영하는 이솔라와 그의 양딸 이희아를 조명하고 있다.
루리의 《긴긴밤》(문학동네)에서 수컷 펭귄 두 마리가 가정을 이룬 점을 아무렇지 않게 녹인 것처럼 이 소설도 여러 형태의 가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솔라와 양딸 희야부터 베트남으로 떠난 엄마를 찾으려는 혜림,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피해 그룹홈에서 사는 아진, 부모님을 여의고 복지사로 사는 해리 이모까지 등장하며 다양한 형태의 삶을 보여준다. 흔히 말하는 부모와 자식의 구성인 정상가족보다 더 다양한 구성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며 자연스레 이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온다.
가족이란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주고 돌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꼭 혈연이 아니라도 가족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우리 같은 가족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최근 탄핵 집회의 자유 발언 중 이주노동자 2세의 연설이 큰 화제가 되었다. 현장에서 직접 들으며 눈물이 솟구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다양한 사람을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무조건 혐오하고 배척하는 게 아닌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환대하는 존중하는 미래를 위해서 청소년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솔라의 정원》은 그룹홈 안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소설인 만큼 명확하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존재하는데 대부분 솔라의 입을 통해 등장한다. 인생과 철학, 문학에 통한 솔라가 사랑과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가끔은 너무 과하지 않나 싶다. 희야가 스스로 깨달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솔라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건 성인 독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과하다는 거지, 청소년 독자 입장에선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초반에 비해 후반의 내용은 굉장히 슬펐다. 솔라의 뒤를 밟는 희야를 따라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읽었다. 기차 안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읽었다. 글과 문학으로 위로받고 해답을 찾으려 한 솔라의 끝은 굉장히 솔라다웠다. 그 사이에 희야가 부쩍 성장한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이별은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준다.
내가 어릴 때도 청소년 소설 중엔 죽음과 이별을 다루는 작품이 많았다. 이경혜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바람의아이들)도 그 중 하나로 나의 죽음과 현재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하게끔 만들었다. 《솔라의 정원》은 나와 가까운 이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음속에 그를 어떻게 간직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