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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책을 받자마자 책날개를 열어보았다. 나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언니'인데 삶의 두께는 나보다 오백 배는 두꺼워 보이는 저자 소개를 보고 기대가 되었다.
20대 후반부터는 결혼 적령기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결혼 이야기를 주변 어른들이 심심찮게 하고 네 살 차이 나는 애인은 그보다 더 자주 결혼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애인과 2년 넘게 교제 중이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애인과의 미래를 그리며, 육아와 살림 노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동년배인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김수민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사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고 고민한다. 그 사이에서 발견한 외로움과 고독을 담담한 말투로 풀어낸다. 결혼 제도 안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이 콕콕 들어왔다.

'만약에'라는 말로 나와 애인은 수많은 미래를 주고 받았다.
자식이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이렇게 하면? 돈은 어떻게 관리할까? 살림은 어떻게 할래?
나에게는 그저 가정에 불과한 수만 가지 상황이 저자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로 결혼 생활을 풀어놓는다. 특히 결혼 이후 타지로 거주지를 옮겨 생활하는 만큼 흔히 말하는 '커리어가 끊기지 않는 생활'이 되기 어려운 배경이니 저자의 고군분투가 더 잘 느껴졌다.
현재 안정된 직업이 없는 나는 결혼 전에 나의 커리어와 직업을 어느 정도 다져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퇴사 이후 로스쿨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한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대단하면서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몸 하나 건사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못 찾고 있는 내게 이 책의 저자는 책 속 '이웃집 친구 엄마'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서평단 신청을 한참 전에 한 터라, 저자가 미국 로스쿨에 합격한 사실을 모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사유리의 추천사처럼 '김수민의 머릿속에 들어가 함께 출산과 육아의 시간을 겪는 듯한 경험'이 무언지 알 거 같았다. 안방 한구석에 있는 그의 책상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며 '이런 내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그가 보이는 듯했다. 작가가 보이는 에세이라니, 나도 이런 에세이를 쓰고 싶군...
요즘 알바도 하고 책 내지 디자인을 하고 있다보니 시간이 잘 나지 않아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46판의 작은 에세이를 읽는 건 덜 부담스러워 좋았다. 표지 디자인이 약간 무거워보여 과연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20대 여성이자 유자녀 기혼자라는 정체성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나있어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아직 내가 겪어보지 못한,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다니. 독서는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행위라는 걸 몸소 느낀 것 같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