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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위기 돌파 경영 전략 -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디지털 전환의 기록
시라쓰치 다카시 지음, 박유미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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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서평은 일러두기가 필요할 것 같다.


  *일러두기 : 이 글을 쓴 함함은 주식과 경제와 경영 등에 관심이 없어 잘 찾아보지도 않고 대기업의 여러 소식도 잘 모르는 사람이니, 어떤 뇌피셜을 쓰더라도 댓글 등으로 정정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다.


  ...이런 나에게 갑자기 다가온 『나이키의 위기 돌파 경영 전략』이라니, 이것이 서평단의 묘미 아닐까? 예상하지 못한 책을 읽어보는 즐거움과 낯섦은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 말이다.


  나에게 나이키란 'Just Do It'과 '칼발들만 신을 수 있는 잔인한 신발 사이즈'라는 키워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만큼 큰 감흥도, 애정도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으로,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나이키의 경영 전략을 체감한 경험이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중 하나가 '나이키런클럽'이었다. '나이키런'은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내 주변 러너들은 전부 '나이키런클럽'으로 러닝 인증을 올리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나도 '운동삼아 러닝이나 해볼까' 할 때 '나이키런클럽'을 다운 받았고 몇 번 이용해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러닝화를 홍보하고 추천한 화면이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는데, '나이키런클럽'을 비롯한 여러 디지털 전략은 디지털 매출과 여성 매출을 늘리게 되었다고 한다.


  IT 기업도 아닌 신발 회사가 이렇게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낼 수 있는 건 경영진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도 강조한 점이지만 신임 CEO의 의지와 지휘가 현장에서 효과적이었던 것을 보아, 적재적소에 어떤 경영진을 앉히느냐 (올리느냐)에 따라 회사의 위기를 돌파할지, 아니면 위기를 그대로 마주할지 다를 듯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에게 나이키는 '무자비한 발볼 넓이'의 이미지가 강해, 동양인 체형엔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키의 한정판 신발이 불티나게 나가고, 가격이 미친듯이 오르는 게 아닌가. 크림(Kream) 같은 리셀 어플은 들여다보지 않는 내게도 소식이 들려올 정도면, 사실상 모두가 한정판 신발에 미쳐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책에서는 한 챕터를 '리셀 시장과 NFT 운동화'로 선정할 정도로 그 시장이 어마무시하게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말이 좋아 '리셀'이지 사실상 '웃돈 주고 사고 팔기'다. 이러한 리셀은 공연이나 기타 업계에서는 재화를 누군가가 독점하고 돈을 번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나이키는 이런 리셀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짚어주길 바랐고, 적절하게 등장했다.


나이키는 리셀 시장의 성장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정 판매한 운동화의 가격이 리셀 사이트에서 높게 책정됨으로써 나이키 브랜드의 높은 인기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또 정품 여부를 판정하는 리셀 시장의 존재가 위조품을 배제하는 데 도움을 주고, 브랜드의 신뢰성도 보장해 줍니다.

  나이키의 거점인 미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리셀 문화가 어디서 시작했는지부터 상세히 설명을 해준 덕분에 이베이와 페이팔, GOAT를 거쳐 현재 운동화 리셀까지 왔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쓴 사람이 미국인이 아니기에 들을 수 있는 배경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다녀온 《스티븐 해링턴 : 스테이 멜로》나 《그래피티의 연금술사, 시릴 콩고》에서 여러 럭셔리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와 콜라보한 제품도 같이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 이런 콜라보 역시 한정판 운동화를 많이 만들어 내는 전략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나이키의 매출 증대를 이끌어낸 경영 전략이 많았다. 신장 위구르 문제나 흑인 커뮤니티에서 어떤 태도, 메세지를 보여주었는지,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이끌어냈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많았다. 경영 전략을 고민하는 경영자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한 사람 모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어떤 태도로 위기를 헤쳐나갈지 알 수 있기도 하다!


👟유엑스리뷰어 10기로서 유엑스리뷰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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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어느새 인간관계가 고장난 사람들에 관하여
맥스 디킨스 지음, 이경태 옮김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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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엄청나게 당돌한 이 책은 SNS에서 소개글을 볼 때마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일으켰다. 다만 신간인지라 도서관에도 딱히 들어와있지 않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어보아야지 노리고 있었는데 창비에서 '독서모임 지원 이벤트'를 연 것이다!

  마침 내가 속해있는 독서모임은 돌아가면서 책을 고르는 규칙으로, 4월 모임은 내가 고를 차례였다. 지난 모임이 끝나갈 때쯤 이야기를 꺼내니 다들 좋아해주신 덕분에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해 당첨이 되었다. 우리집으로 온 다섯 권의 책을 정성스레 포장해 각자 댁으로 보내드리고 두근거리며 모임을 준비했다.


  내 책상 위에 놓인 이 책을 보더니 애인이 '이게 뭐야?'라며 묘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독서모임 책이라고 하니 뻔한 소리만 있을 거 같다며 일반화가 아주 많이 되어있을 거 같아 자긴 별로라는 거다. 아직 책을... 펴보지도 않았는데...! 나 역시 책을 읽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영국 남자가 쓴 거라는데 우리나라랑 얼마나 비슷할지 봐야할 거 같아'라고 가볍게 넘어갔다.

  모임 중에도 나온 이야기로, 이 책은 제목으로 '어그로'를 너무 잘 끌었다. 원제인 'billy no - mates(외톨이 빌리)'를 직역한 '외톨이 동현' 같은 제목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뭇 남성들을 '긁'었을까 싶다. (근데 긁혔을 거 같기도 하고...?)


  제목 이야기를 이어보자면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라는 문구와 소개 카드뉴스 등을 보았을 때, 기존에 내가 읽었던 젠더 문제를 다룬 『보이지 않는 여자들』 같은 엄청난 연구와 자료가 포함된 사회과학 도서일 것이라 예상했다. 게다가 마케팅 포인트가 '광장에서 없어진 2030 남자', '고독사하는 남성 노인' 등이었으니!

  그런데 왠걸. 첫 시작부터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할 반지를 사러 간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가. 오케이,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신랑 들러리'에 세울 친구가 없다는 걸로 생각이 뻗어나가더니 작가의 인간 관계를 같이 살펴보게 되는 게 아닌가!!!!!!!


  예상과 다른 흐름에 휩쓸리듯 책장을 넘겼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에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라고 쓰여 있던 걸 간과했던 탓이었을까, 온갖 유머의 향연에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가끔은 빵 터지기도 하며 읽었다. 꽤나 무거운 제목에 찌질하고 외모 콤플렉스 있는... 중학교 교실에서 개그캐로 통하는 어정쩡한 남자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가 이해할 수 없던 남자의 언어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남자들에겐 농담이 전부이며, 전부가 농담이다. (중략) 농담은 남성관계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이며, 상대방을 밟고 위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에서 무력을 과시하는 것과 같다.

  농담을 가장한 무례한 말을 하거나 괜한 데를 쑤시는 건, 그들이 농담에 관대한 것이 아니라 농담으로 위계질서를 잡기 때문에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이해했다. 남성관계에서는 그게 통할지 몰라도 복수의 성이 섞인 공간에서 그렇게 구는 사람들이 있어 짜증이 났다.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그래서일까, 저자 맥스 디킨스도 농담을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내뱉는 바람에 이 책의 몰입도가 종종 깨졌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거나 연구 결과에 대해 말할 때, 혹은 인터뷰이와 대화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저자는 야한 농담을 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린 것처럼 음담패설을 뱉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남성 독자들이 끝까지 읽지 않기 때문이었을까? 초반에는 깔깔 웃다가도 나중에는 '아저씨 제발요!!! 그만!!!'이라고 책에 쓸 정도로 너무 과해서 조금 짜증이 났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공동저자로 '나오미'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오미의 구구절절 맞는말 대향연에 전부 밑줄을 치다간 책이 형광펜으로 물들 수도 있다. 독서모임에서 이 페이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생각난 건데, 최근 '기획육아'라는 말이 신혼부부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분유 주기가 육아의 전부가 아니라 신생아 접종 시기는 언제인지, 현재 개월수에는 뭘 먹여야 할지, 어떤 육아용품이 좋은지, 어린이집은 어디로 갈지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에 필수적인 노동도 육아의 한 부분이고 이것을 '기획육아'라고 부른다. 이러한 '기획육아'는 대부분 여성(엄마)가 담당하며,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간과 정신을 쓰면서 힘들어하지만 배우자(공동육아 당사자)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특징이다. 단어가 생기며 가시화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야 그 기획육아의 어려움을 알고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책에서도 이러한 감정노동의 결핍은 남성우정의 문제의 핵심에 있다고 말한다.


남성은 셔츠를 다리미질할 책임뿐만 아니라, 우정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책임도 여성에게 위임해버린다. 나자는 삶에서 여자를 개인 회사의 인사담당자로 대한다.

(중략) 나는 나오미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친구관계가 생겼다. 내가 나오미 한명과의 관계라는 상품을 구입하면 열다섯개 정도의 관계가 서비스로 딸려오는 느낌이랄까? 결과적으로 내가 지금 가장 자주 만나는 남자들은 나오미의 여사친들의 남편이나 남친들이다. (중략) 그런데 문제는 여기엔 도덕적 해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내가 사교적 창의성(쉬운 말로 내 파트너의 노동!)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그룹을 구축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하지 않는다.

  진짜로 개열받지 않는가???????????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며느리가 시댁 어른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챙기고 대리효도를 해주면 남자들은 거기서 우리 마누라 잘하지 ㅎㅎ 이러고 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저자는 '엣큥 이런 게 문제였쟈낭 >_<'하는 태도라 상당히 열받긴 하나, 그 나름대로 열심히 현장 연구도 하고 여러 사례도 가져오며 꽤 괜찮은 사회과학 도서라고 생각한다. 그놈의 섹드립만 10분의 1로 줄이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 모임에서도 모두들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해서 '나만 느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이 책의 결론은 생각보다 허무하고 맥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쪽에 걸쳐서 '잉잉 난 친구가 없어'라고 할 정도로 남자들은 친구 만들기 (그러니까 있는 인연 유지하고 새 인연 강화하는) 작업이 얼마나 먼 이야기인지 알게 된다. 제목에 이끌려 읽어보고 싶어진다면 꼭 여러 사람의 서평을 잘 찾아보길 바란다... 그래도 내용은 좋다, 잘 찾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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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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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책을 읽든, 나는 목차나 차례부터 유심히 보는 편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엿볼 수 있으면서도 그 시점에 다다를 때까지 큰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호랑골동품점』은 차례부터 심상치 않았다.


서막. 호랑골동품점 영업 시작 전 [닫힘]

1. 19세기, 영국 브라이언트앤드메이 성냥

2. 19세기, 그림자인형 와양쿨릿

3. 1977년, 체신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

4. 1950년대, 럭키 래빗스 풋

5. 17세기, 짚인형 제웅

6. 연도 불명, 콩주머니

후일담. 호랑골동품점 영업 시작 [열림]


  익숙한 성냥이나 공중전화기부터 낯선 와양쿨릿이 제작연도와 함께 나열되어 있는 차례를 보며 골동품점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근사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 기대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흥미진진한 기담들을 만나게 되었다.


  백호와 귀신이 등장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로 출발한 소설은 동묘나 을지로 어딘가 있을 법한 골동품 거리로 자리를 옮기며 여러 사람과 마주한다. 총 여섯 가지 골동품이 등장하며 각 물건에 이끌린 사람들이 이야기 한가운데로 자리한다. 콜센터 근무를 하며 부조리함에 맞서 싸우지 못한 김규리, 인성과 성품이 나쁜 김택구, 소중한 두 친구를 잃은 정지운, 폭력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길용, 괜찮은 척 삶을 살아가는 채주연, 아빠에 의해 엄마를 잃은 소하연, 그리고 이들과 연관된 여러 사람들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냥 악인도 아니며 마냥 선인도 아닌 이들은 호랑골동품점의 골동품과 만나 신이한 일을 겪는다. 기담 형식으로 각기 다른 사건이 전개되며, 그 과정에서 호랑골동품점의 주인 이유요와 주변인물이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들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데, 으스스한 호러의 문법을 취하고 있지만 마냥 다크하지만은 않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의 힐링 버전이랄까?


  특히 인상 깊었던 장은 「17세기, 짚인형 제웅」이었다. 42세 직장인 여성 채주연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외로움'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소설 전반에 걸쳐 '외로움'에 대해 다루는데, 이는 호랑골동품점 주인 이유요도 포함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야기한다. 채주연은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딸은 미국에 유학 가있는, 그야말로 '완전한 혼자'였다. 그 외로움은 불교의 아귀처럼 배고픔으로 치환되어 끊임 없이 먹으면서 괴로움을 달래려한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호랑골동품점에서 돈을 주고 훔친(?) 짚인형과 교류 아닌 교류를 하며 그 증상은 나아지는 듯했으나, 소중한 딸에게 영향이 가자 외로움을 택한다. 그저 외로웠을 뿐인 채주연은 이유요에게 같은 처지였던 짚인형 제웅 원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이해하게 된다. 채주연과 원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장은 끝난다. 앞으로는 서로 정을 나누며 허기 같은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까? 궁금증이 남는 마무리였다.


  이 외에도 마음이 안타까웠던 정지운의 공중전화기나 이유요에게 초코우유로 스며든 소하연의 이야기까지 정말 다채롭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특히 이유요의 외로움까지 해소가 될 기미가 보이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책 소개글의 '힐링 호러 소설'이라는 장르가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오싹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약 2시간 만에 주파할 정도로 술술 읽히는 것 역시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였다. 영상화가 되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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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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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난 신혜우 식물학자를 만난 적 있다. 라디오 조연출로 일할 때 『이웃집 식물상담소』 소개와 함께 식물세밀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기억 때문에 이번 책도 역시 식물 이야기가 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조금 더 저자의 사유가 돋보이는 에세이였다. 작년 독서모임 마지막 책이었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새와 풀, 즉 자연이 이별하는 모습과 저자가 주변인과 이별하는 장면을 병렬로 보여주며 마음을 저릿하게 했던 책인데, 이 책 역시 숲속에서 만난 여러 식물의 형태나 움직임에서 저자의 생각으로 뻗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봄이 온 만큼 각 계절에 어울리는 내용을 읽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내려놓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니. 나도 주변을 이렇게 관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질투심이 들면서, 멋진 숲속을 거닐며 드는 생각을 잘 정리해 글로 엮을 수 있는 부지런함에 감탄했다.


  더 좋았던 점은 200쪽이 넘는 두께지만 글이 술술 읽힌다는 건데, 페이지가 금방 넘어가며 읽을 이야기가 빠르게 떨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나의 폴라 일지』를 읽을 때는 남극을 탐험하는 두근거림과 균류나 미생물을 표현하는 용어들이 낯설어 무언가 모험을 떠나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처럼 익숙한 풍경에서 시상을 찾아내듯 나만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흐름이 느껴졌다. 특히 아버지 이야기가 나올 때는 머나먼 이국에서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로 들며 괜히 나도 마음이 찝찝했다.


숲에 사는 다른 생물들과 다른 게 없는, 지구에 살아가는 한 생물인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지구에서 하나의 연결고리이고 나의 말과 행동, 남겨놓게 되는 모든 것이 나와 내 주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할 사람도, 내 주변을 행복하게 살 사람도 나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멋진 공원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비록 나는 집구석에 읽었지만, 다음에는 식물원에 들고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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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 띵 시리즈 25
임진아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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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나요?


평소 음식의 맛이나 식감을 깊게 고민하는 일은 잦지 않다. 그 대신 ‘점메추(점심 메뉴 추천)’를 외치며 학교나 회사 주변의 적당한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상황별/종류별 점메추 도표’를 만들어 72개의 메뉴를 추천 받는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타인이 추천하는 목록에서 찾을 수 없다. 가장 좋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호불호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목길에 살던 어린 시절, 땡땡이를 치고 친구들과 보낸 시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가게에서 함께하며 켜켜이 추억을 쌓은 음식만이 ‘최애 음식’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점메추’의 고민보다 깊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음식과 맛을 담은 띵 시리즈의 스물다섯 번째 주제는 ‘팥’이다. 임진아 작가의 『팥 : 나 심은 데 나 자란다』는 “팥소가 적당히 든 팥빵 같은” 책으 로, 팥 이야기와 저자의 추억이 함께 담겨있다. 임진아 작가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 쿄』 등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소재로 글을 써온 만큼, 이번 책에서도 팥을 향한 애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수업을 빼먹고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에 가 먹은 팥빙수의 추억을 이야기 하며 “그런 종류의 즐거움을 여전히 겪고 싶어 하는 어른”이 된 이유로 “나 심은 데에는 결국 내 가 자라난”다는 말을 전한다. 제목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단순히 팥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는 것 이상으로 독자로 하여금 ‘나는 무엇을 심었기에 내가 자라났을까’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여러 형태의 팥을 즐기고 사랑하는 저자가 부러워진다. 더불어 앙꼬절편에 딸기를 넣어 먹으며 행복과 위로를 느끼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이번 주말에는 ‘점메추’에서 벗어나 ‘최애 음식’을 찾아 헤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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