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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개가 왔다
정이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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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포터 10기로 활동하며 한겨레출판의 여러 에세이를 읽어보았지만 『어린 개가 왔다』는 받자마자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코팅된 띠지만 둘러져 있던 도서와 다르게 겉표지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도 귀엽고, 제목 폰트도 귀여운데 얇은 미색 겉표지에 금박 코팅까지 되어있으니 아기자기한 느낌이 확 느껴졌다. 그리고 겉표지를 벗겨내도 초록색 원톤의 일러스트가 있어서 싸개가 없어도 에세이의 귀여운 느낌은 유지될 것 같다.




  누구나 어릴 때 반려동물을 키우자고 조르지 않는가. 나 역시 그런 꼬마였고 아버지가 지인에게서 작은 '시고르자브종'을 한 마리 데려왔었다. 말티즈를 비롯한 여러 종이 섞인 믹스견이었는데, 흰 털에 따뜻한 몸을 가진 소형견이었다. 이름은 '티코'로 소형차 '티코'에서 따온 이름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에세이를 읽으며 저자가 아닌 B와 C의 마음을 먼저 따라가게 되었다. 보호소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를 데려오자고 주장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완벽히 이해 가능하지만, "한 '개'의 일생이 왔다"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조금 이해가 간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하니포터 10기로 활동하며 한겨레출판의 여러 에세이를 읽어보았다. 몇 달에 걸쳐 여러 작가의 책을 읽다보니 한겨레출판의 에세이는 '새로운 도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주로 말한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에세이를 읽으며 나의 도전과 첫 경험들이 떠오르고, 타인이 엿보여준 인생과 나의 인생을 나란히 두고 보며 '나도 이런 다짐을 하고 살아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한다.

  교통 사고가 난 후 루돌이가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이끈 손길이나, 모견 유니가 실종되었을 때 온 가족이 찾으러 나선 이야기 같이 사람과 개가 함께하는 모험이 특히 공감되었다. 꼭 개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그런 사건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때문에 이전에 쉬웠던 일을 해내지 못한다든가, 잃어버린 기억이나 물건을 위해 온힘을 다한다든지. 개를 키웠던 추억이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나는 모든 걸 인간에 비유하는 습관이 있는데, 만약 개를 키우고 있거나 가까운 과거에 개를 키웠다면 여러 에피소드를 보며 눈물 짓기도 웃음 짓기도 할 거 같다.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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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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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자마자 책날개를 열어보았다. 나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언니'인데 삶의 두께는 나보다 오백 배는 두꺼워 보이는 저자 소개를 보고 기대가 되었다.

  20대 후반부터는 결혼 적령기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결혼 이야기를 주변 어른들이 심심찮게 하고 네 살 차이 나는 애인은 그보다 더 자주 결혼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애인과 2년 넘게 교제 중이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애인과의 미래를 그리며, 육아와 살림 노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동년배인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김수민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사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고 고민한다. 그 사이에서 발견한 외로움과 고독을 담담한 말투로 풀어낸다. 결혼 제도 안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이 콕콕 들어왔다.



  '만약에'라는 말로 나와 애인은 수많은 미래를 주고 받았다.

  자식이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이렇게 하면? 돈은 어떻게 관리할까? 살림은 어떻게 할래?

  나에게는 그저 가정에 불과한 수만 가지 상황이 저자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로 결혼 생활을 풀어놓는다. 특히 결혼 이후 타지로 거주지를 옮겨 생활하는 만큼 흔히 말하는 '커리어가 끊기지 않는 생활'이 되기 어려운 배경이니 저자의 고군분투가 더 잘 느껴졌다.


  현재 안정된 직업이 없는 나는 결혼 전에 나의 커리어와 직업을 어느 정도 다져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퇴사 이후 로스쿨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한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대단하면서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몸 하나 건사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못 찾고 있는 내게 이 책의 저자는 책 속 '이웃집 친구 엄마'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서평단 신청을 한참 전에 한 터라, 저자가 미국 로스쿨에 합격한 사실을 모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사유리의 추천사처럼 '김수민의 머릿속에 들어가 함께 출산과 육아의 시간을 겪는 듯한 경험'이 무언지 알 거 같았다. 안방 한구석에 있는 그의 책상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며 '이런 내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그가 보이는 듯했다. 작가가 보이는 에세이라니, 나도 이런 에세이를 쓰고 싶군...



  요즘 알바도 하고 책 내지 디자인을 하고 있다보니 시간이 잘 나지 않아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46판의 작은 에세이를 읽는 건 덜 부담스러워 좋았다. 표지 디자인이 약간 무거워보여 과연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20대 여성이자 유자녀 기혼자라는 정체성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나있어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아직 내가 겪어보지 못한,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다니. 독서는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행위라는 걸 몸소 느낀 것 같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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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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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프리랜서 만화가인 저자가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살며 겪은 일화를 귀여운 만화로 그려낸 그림에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이상한 위화감이 있었는데,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깨달았다. 이 그림에세이는 '구씨집안 이야기'라는 연재만화와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덧붙인 책이었다! 제목인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 묘하게 어울리지 않던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 이야기에 약간 머리를 긁적였는데 (조금은... 공감이 안 되어서...) 가족이야기라고 하니 바로 납득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과 마케팅 전략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다. 머리에 30살을 꽂고,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말하며 '캥거루족'이라는 말을 쓰는데, 책의 내용은 그것보다 더 큰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물리적, 사회적으로 독립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찾아나서는 포부와 다짐, 그 노력이 담겨있다. 그러나 에피소드 전반에 '가족애'가 잔잔하게 드러나다보니 모종의 이유로 독립을 하려고 이 책을 펼친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흔히 말하는 정상가정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책의 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만화이기에 도톰한 종이를 썼을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얇은 종이가 팔락팔락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챕터별로 배경색을 달리해 책배도 굉장히 귀여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내용에 따라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칸수가 다른 것이었다. 네 칸만을 배치해 여백을 많이 주어 캐릭터만 강조할 때도 있고, 여섯 칸을 배치해 이야기의 전개를 한 페이지 안에 가득 담아 구체적인 스토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구씨집안 이야기'는 온라인에도 올라오고 종이신문에 인쇄되기도 했기에 배경 등에 제한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전에는 폰트도 딱딱하지만 가독성이 좋은 걸 사용했다. 이를 잘 엮어서 종이책으로 출간되며 책의 타겟이 2030 여성으로 옮겨오며 폰트도 변경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금 서체가 더 귀여워서 그림체와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전작이 『기후위기인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한겨레라 그런지 (뭔느알...?) 여러 사회문제를 톡톡 잘 집어주는 에피소드가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읽으면서 "한겨레 깔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이게 바로 출판사가 주는 이미지인 거 아닐까? 이 책이 만약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더라면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겠거니~ 하겠지만, 왠지 한겨레니까 이런 결이 잘 맞아서 이 저자와 연재를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편견일 수도)


  하니포터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작가님이지만,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해서 구희님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했다. 기후위기를 고민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분이란 걸 글과 그림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호감이 절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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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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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공 붕괴』는 표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빛이 쏟아지는 사진에 연한색으로 유광 처리가 된 제목은 은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블로그에 올릴 서평을 위한 사진을 찍을 때, 책의 내용과 주제, 그리고 표지와 어우러지는 배경을 선정하며 나름 신경써서 촬영한다. 이 책의 표지는 환상적이면서도 밝은 빛의 모습이 잘 드러나면서도 제목이 보이기 위해선 강렬한 태양빛 아래에서 찍어야 했다. 의문의 길바닥 뷰가 되었지만 제목도 표지 이미지도 잘 드러나 이 사진을 표지 사진으로 고르게 되었다.


  뒤표지에는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정보라 작가의 추천사가 있다. 저자인 해도연은 잘 모르더라도 추천사를 어떤 사람이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책을 향한 기대감은 달라지기 마련인데, 정보라 작가의 추천사를 먼저 읽으니 '정교하고 장엄'한 해도연의 작품 세계가 매우 기대되었다.


  첫 번째 소설 「검은 절벽」은 필립 K.딕 상을 받은 『데드 스페이스』가 생각이 났다. 광활하고 새카만 우주를 배경으로 인공지능과 이러쿵저러쿵하는 내용은 여러 매체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지만, 해도연 소설은 그 안에서도 사랑을 뒤섞어 두었다. 그리고 단편 소설답게 내용에 공백을 두어 읽는 사람이 상상할 여지를 충분히 준다. 이 소설 역시 SF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읽으면 훨씬 몰입이 잘 된다.


  "지구라는 유한한 땅 밖으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살인, 사랑, 광기가 뒤엉킨 압도적 서사"


  뒤표지에 쓰인 마케팅 문구처럼 전반적으로 인간미가 넘치면서 서늘한 기분이 느껴지는 소설집이었는데, 그 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소설은 「콜러스 신드롬」이었다. 웹툰 「똑 닮은 딸」의 명소민이 생각나는 초반 전개에 의아하기도 했고, 재호가 영화 〈어바웃 타임〉의 톰처럼 스윗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재호는 그냥 미친놈이었다. 미친놈.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도 나오지만 시간을 멋대로 오가다보면 여러 시간선이 생긴다. 이는 『유월의 복숭아』처럼 웹소설에도 등장하는 타임루프물에서 지적하는 '시간여행의 어두움'이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시간여행자는 알지만 바뀌어버린 당사자는 모르는 그 간격에서 서사가 생기는 게 정설이다. 이 소설은 시간여행의 객체인 유슬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다. 당찬 유슬이 윤하를 그에게서 놓아준 이후, 한 챕터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이기적인 남자가 파괴한 여러 생명을 생각하며 씁쓸해지는 기분이었다. 비슷한 이미지로 「마리 멜리에스」 역시 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며 감정만이 구원하는 이야기에 찌릿찌릿한 느낌이었다.


  총체적으로 말하자면 과학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쓴 SF 소설은 새로운 재미였다. 설정은 채우되 서사는 비우며 상상할 여지를 많이 준 점도 좋았다. 다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은 많이 읽다보면 얼추 패턴이 보이다보니 SF 입문자라면 나보다 훨씬 즐겁게 읽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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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 건설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삶, 투쟁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외 기획, 이은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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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부터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현 시국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삶을 말하며 다양성과 교차성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단체는 뭐니뭐니해도 '민주노총'이지 않았을까.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습니다!


  광장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가장 앞선 곳에 위치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보며 그들의 삶과 투쟁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까이는 급식부터 마트, 배달, 화물, 건설까지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노동자가 셀 수 없이 많았고, 그들의 투쟁은 지속 중이었다.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는 우리가 밟고 서있는 건물을 짓는 건설노동자의 이야기다. '건설노동자'에는 중년 남성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여성은 물론 92년생 청년, 각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이 일하고 있으며 이 책에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을 읽다보면 거대한 건물을 손수 짓는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그러나 자부심만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없는 노릇. 사측이 쥐고 있는 돈과 고용 가능성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쉽게 항의할 수 없다. 그래도 노동조합 차원에서 말할 때는 들어주나 싶더니,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때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버렸다.


왜곡된 보도 때문에 건설노조를 깡패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언론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거죠.

우리 마음이랑 정반대 분위기가 형성된 게 요즘 제일 힘들어요.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169쪽


  현장의 문제점과 그들의 노동은 노가다가 아니라며 외치는 건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앞으로 이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건설노조 탄압을 몰랐던 과거가 부끄러워지면서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증언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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