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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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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아무것도』를 쓴 최제훈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뒤표지에 나와있는 것첢 최근 읽은 소설집 중에서 가장 기묘하면서 귀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겨레출판의 여러 소설집을 읽어보았는데, 『진공 붕괴』처럼 본격 장르문학은 아니면서 『셋셋 2025』처럼 신인 작가의 조심스러운 글도 아닌, 정말 일상의 틈에서 찾을 수 있는 묘한 지점들을 소설로 풀어내어 술술 읽혔다.



  앞에서부터 책을 읽다가 절반쯤 읽었을 때 갑자기 '작가의 말'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분방하게 태어난 글들 사이에 인위적인 감상 순서를 정하고 싶지 않아 목차는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 이 '작가의 말'을 포함해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가나다순인데도 짧은글과 긴글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리듬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중에 「초능력」은 한 장 분량의 아주 짧은 소설인데 정말 귀엽다! 투정 부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두어 번 더 읽기도 했다.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은 「친구의 연인의 친구들」이었다. 나도 선미 씨와 같이 장미 씨의 불륜 여부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몰입하며 읽었다. 어떠한 어긋남 때문에 비밀을 껴안은 셰르파가 된 선미 씨는 언제쯤 진실을 이야기할까? 프랑스 유학파 정식 씨는 이 진실을 알게 되면 애써 재건한 정식 씨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최근 읽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에 나온 여러 이별 이야기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이 외에도 「여기는 게이바가 아닙니다」나 「타협」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타협」은 미간을 계속 찌푸리게 되긴 했지만, 마지막 신병과 선임의 대화가 맥 빠지게 웃겨서 나도 모르게 '푸핫'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군대 이야기라서 애인에게 '열 장밖에 안 되는 거니까 한 번 읽어봐!'라며 손에 책을 쥐어주기도 했다. 물론 애인은 질색팔색하긴 했지만...


  누군가가 '재미있는 단편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후보 중 하나로 넣을 것 같다. 최제훈 작가님이 나랑 잘 맞는지 장편 소설 한 권 더 읽어보아야겠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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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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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블로그 글이 뜸했다. 1년 반 동안 준비한 에세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알바가 끝나면 집에서 작업하느라 따로 서평을 남길 시간이 없었다. 에세이 원고 자체는 올초에 얼추 끝냈지만 주변에 피드백을 받고 퇴고하는 데에 시간을 꽤 쓴 데다가 혼자 디자인 작업까지 해야 했기에 그 사이에 기록하지 못한 게 퍽 아쉽다.


  그런 중에 이 책을 마주하니 '아, 조금만 더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혼자 내뱉었다. 글을 다 쓰고 책으로 펴내는 중에 만났기에 저자의 솔직하고 유쾌한 글방에 함께 앉아 글을 썼다면 어땠을지 슬쩍 상상해보았다.



  목차를 살펴보니 '퇴고 체크리스트'가 있어 당장 그 페이지부터 열어보았다. 두 장에 걸쳐 적어둔 체크리스트를 보며 나의 첫 책은 얼마나 잘 지켰는지 살펴보았는데... 저자가 세 명이라는 점과 내가 저자이자 편집자이자 마케터이자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는 걸 확실히 알아버렸다. 그래도 지금 이 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다음에 글을 쓸 기회가 있다면 저자의 글방에 한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편안한 말투로 편지 형식으로 글감을 전해주기에 책의 제목이 마치 편지 겉봉의 '받는 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미지나 색으로 꽉 찬 페이지가 있으면 보통 100g 이상의 종이를 사용하는데, 미색모조 혹은 이라이트 80g 종이를 쓴 거 같았다. (아닐 수도 있음) 얇은 종이를 써서 그런지 더 편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용 자체도 아주 가볍지 않으면서도 '화가 잠잠해질 때까지 마구 동그라미를 그려보세요'과 같은 귀여운(?) 추신 덕분에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내적 친밀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괜히 인스타그램도 들어가 저자의 게시글을 몇 개 뒤적거리기도 했다. 아마도 아주 내밀한 글방에 초대해주신 덕분이겠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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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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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사거나 고를 때 편집자와 마케터가 꼭 담고 싶은 말을 쓰는 책 뒤표지를 먼저 보는 습관이 있다.


시대를 가로지르며 연결되는 문학의 힘

어제와 오늘을 아우르는 내일의 이야기들


이 문구를 기억해두고 책을 펼쳤는데, 처음부터 정말 '어제와 오늘'이 등장했다. 하승민 작가의 「유전자」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와 '남태령 대첩'이라고 부르는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이 등장했다. 어제이자 오늘, 아직도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과 파란 피부,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소수자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첫 소설부터 모티프가 된 『멜라닌』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연한 기회로 우리집에는 김희재 작가의 『탱크』가 있는데, 미루고 미루다보니 아직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잠도 가는 길」을 읽으니 원작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설핏 살펴본 세계관도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데, 장편소설은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읽어야 하는 책들을 후딱 읽고 당장 『탱크』를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소재로 한 「힌트」나 「외계인」도 금방 몰입할 수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소설이 많아 '이 작가님 소설이 꽤 나랑 잘 맞는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면에서 이 앤솔로지는 스무 권의 장편소설을 영업할 수 있는 거대한 홍보지이자,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소설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다. 앤솔로지를 자주 접해본 편이 아니라 그런지 단편집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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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개가 왔다
정이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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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포터 10기로 활동하며 한겨레출판의 여러 에세이를 읽어보았지만 『어린 개가 왔다』는 받자마자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코팅된 띠지만 둘러져 있던 도서와 다르게 겉표지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도 귀엽고, 제목 폰트도 귀여운데 얇은 미색 겉표지에 금박 코팅까지 되어있으니 아기자기한 느낌이 확 느껴졌다. 그리고 겉표지를 벗겨내도 초록색 원톤의 일러스트가 있어서 싸개가 없어도 에세이의 귀여운 느낌은 유지될 것 같다.




  누구나 어릴 때 반려동물을 키우자고 조르지 않는가. 나 역시 그런 꼬마였고 아버지가 지인에게서 작은 '시고르자브종'을 한 마리 데려왔었다. 말티즈를 비롯한 여러 종이 섞인 믹스견이었는데, 흰 털에 따뜻한 몸을 가진 소형견이었다. 이름은 '티코'로 소형차 '티코'에서 따온 이름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에세이를 읽으며 저자가 아닌 B와 C의 마음을 먼저 따라가게 되었다. 보호소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를 데려오자고 주장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완벽히 이해 가능하지만, "한 '개'의 일생이 왔다"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조금 이해가 간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하니포터 10기로 활동하며 한겨레출판의 여러 에세이를 읽어보았다. 몇 달에 걸쳐 여러 작가의 책을 읽다보니 한겨레출판의 에세이는 '새로운 도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주로 말한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에세이를 읽으며 나의 도전과 첫 경험들이 떠오르고, 타인이 엿보여준 인생과 나의 인생을 나란히 두고 보며 '나도 이런 다짐을 하고 살아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한다.

  교통 사고가 난 후 루돌이가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이끈 손길이나, 모견 유니가 실종되었을 때 온 가족이 찾으러 나선 이야기 같이 사람과 개가 함께하는 모험이 특히 공감되었다. 꼭 개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그런 사건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때문에 이전에 쉬웠던 일을 해내지 못한다든가, 잃어버린 기억이나 물건을 위해 온힘을 다한다든지. 개를 키웠던 추억이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나는 모든 걸 인간에 비유하는 습관이 있는데, 만약 개를 키우고 있거나 가까운 과거에 개를 키웠다면 여러 에피소드를 보며 눈물 짓기도 웃음 짓기도 할 거 같다.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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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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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자마자 책날개를 열어보았다. 나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언니'인데 삶의 두께는 나보다 오백 배는 두꺼워 보이는 저자 소개를 보고 기대가 되었다.

  20대 후반부터는 결혼 적령기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결혼 이야기를 주변 어른들이 심심찮게 하고 네 살 차이 나는 애인은 그보다 더 자주 결혼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애인과 2년 넘게 교제 중이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애인과의 미래를 그리며, 육아와 살림 노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동년배인 저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김수민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사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고 고민한다. 그 사이에서 발견한 외로움과 고독을 담담한 말투로 풀어낸다. 결혼 제도 안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들이 콕콕 들어왔다.



  '만약에'라는 말로 나와 애인은 수많은 미래를 주고 받았다.

  자식이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이렇게 하면? 돈은 어떻게 관리할까? 살림은 어떻게 할래?

  나에게는 그저 가정에 불과한 수만 가지 상황이 저자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로 결혼 생활을 풀어놓는다. 특히 결혼 이후 타지로 거주지를 옮겨 생활하는 만큼 흔히 말하는 '커리어가 끊기지 않는 생활'이 되기 어려운 배경이니 저자의 고군분투가 더 잘 느껴졌다.


  현재 안정된 직업이 없는 나는 결혼 전에 나의 커리어와 직업을 어느 정도 다져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퇴사 이후 로스쿨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한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대단하면서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몸 하나 건사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못 찾고 있는 내게 이 책의 저자는 책 속 '이웃집 친구 엄마'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서평단 신청을 한참 전에 한 터라, 저자가 미국 로스쿨에 합격한 사실을 모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사유리의 추천사처럼 '김수민의 머릿속에 들어가 함께 출산과 육아의 시간을 겪는 듯한 경험'이 무언지 알 거 같았다. 안방 한구석에 있는 그의 책상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며 '이런 내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그가 보이는 듯했다. 작가가 보이는 에세이라니, 나도 이런 에세이를 쓰고 싶군...



  요즘 알바도 하고 책 내지 디자인을 하고 있다보니 시간이 잘 나지 않아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46판의 작은 에세이를 읽는 건 덜 부담스러워 좋았다. 표지 디자인이 약간 무거워보여 과연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20대 여성이자 유자녀 기혼자라는 정체성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나있어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아직 내가 겪어보지 못한, 그리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다니. 독서는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행위라는 걸 몸소 느낀 것 같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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