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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단단한 하루 - 누드 사철 제본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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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요즘 참 되는 게 없다'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발 밑이 푹푹 꺼지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는 감각이 싫어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한다. 그럼에도 나를 돌볼 수 없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런 내게 『오늘도 단단한 하루』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챙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닌 '오늘 하루'를 챙기며 나를 돌보는 이야기는 따뜻한 응원과 위로를 보내주는 듯했다. 총 6장으로 이뤄진 이 에세이는 귀여운 그림으로 우리가 흔히 하는 깊은 고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누구나 오늘부터는 마음을 달리 먹고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다. 나 역시도 '이젠 달라져야지'라는 생각만 가득한데, 작가는 그 믿음을 행동으로 옮겨, 그 행동이 내가 되도록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믿는 만큼 행동하면 된다는 아주 사소한 사실을 왜 잊고 지냈을까.

  매 챕터의 마무리에는 체크리스트가 있어 앞서 읽은 이야기를 한번 더 되새길 수 있는 배치가 참 좋았다.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본문을 술술 읽다보면 내용이 머리에 안 남을 수도 있는데, 체크리스트를 통해 핵심을 짚을 수 있는 구성이 친절하게 느껴졌다.



  또한 제본 방식이 누드 사철제본이라 책을 쫙 펼쳐서 볼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분홍색 실로 예쁘게 엮어두어 그런지 책꽂이에 꽂아도 귀여울 것 같다. 선물용으로 책을 구매한다면 고려해볼 만한 게, 물성 자체가 예쁘고 고급진 느낌이라 또래 친구들에게 주면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작가님은 30대 여성이신데, 20대인 내가 보기에는 필요한 조언과 목표라고 생각한다. 다만 작가님의 동년배나 그 윗세대에게는 당연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어 추천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제 사회에 한 발 내딛는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잘 살아보고 싶으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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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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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스를 보다, 어떤 사람이 햄 샌드위치를 액자에 넣어 미술관에 몰래 걸어두었더니 사람들이 감상하고 간다는 내용을 보았다. 이를 보자마자 바로 『예술은 죽었다』가 생각났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우리와 멀어지고, 예술이 어려워진 이유가 무엇일까?


  『예술은 죽었다』는 원앤제이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한 예술 기획자이자 작가인 박원재가 쓴 책이다. 도발적인 제목 "예술은 죽었다"를 선언하며 그 이유는 '현대 사회의 복합적인 변화와 예술계 내부의 변화가 맞물려 일어난 현상'(20쪽)이라고 말한다. 예술이 죽은 이유를 일본의 버블경제나 예술계의 엘리트주의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예술계를 잘 모르는 일반 독자 입장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니 저자의 주장에 설득되었다.

  도서의 전체적인 구조에서도 독자를 잘 설득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예술이 죽은 이유를 보다보면, "그래서 예술이 뭔데?"라는 질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때 2부에서 예술이 어떤 존재인지 저자의 해설과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저자는 '예술은 본디 삶이었고, 삶의 무기이자 목적이었으며, 몸으로부터 시작된 것'(80쪽)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소챕터마다 예술을 정의한다는 점이다. 예술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말하며 그에 걸맞는 작품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니, 저자의 주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예술이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에 "그래서 왜?"라는 생각이 들자, 저자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 이유를 설명한다. "삶과 얽힌 예술은 개인의 내밀한 경험을 집단적 공감으로 확장한다"(179쪽)고 말하며 러끄릿 띠리와닛의 음식 나눔이나 알바로 배링턴의 작업을 보여주었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2부를 읽다보면 "예술이 감상의 대상만 해당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을 땐 '3부 일상으로 돌아온 예술'에서 그 해답을 건냈다. 예술이 작품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의 순간순간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일상생활을 하는 게 모두 예술이라면, 예술은 일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하자 '삶에서 출발하되 삶을 넘어서게 만드는 것'(220쪽)이 예술이라고 한다. 마치 철학자들이 모든 반론을 고려해 엄청나게 긴 논증을 펼치듯이 내가 의문을 품은 것들이 모두 간파당해 답변을 받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만큼 저자가 예술이 살아나길 깊이 원하고 있다고 느꼈다.

  좋은 전시를 설명하며 체험형 전시나 관람자가 예술의 일부가 되는 사례를 말하자, 작년에 방문했던 미구엘 슈벨리에의 <디지털 뷰티 시즌 2> 전시가 생각났다. 



  전시 대부분이 인터렉티브 작품이었고 개중에는 로봇이 작품을 현장에서 만들기도 했다. 내가 작품의 일부가 되어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는 점이 인상적이고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이는 '작가와 관람자가 함께 열어가는 시간의 일부'(245쪽)였기에 내가 소유한 작품, 예술이 아닌 시간의 일부로 남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은 전인류가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이나, 다소 서구적인 관점에서 서술이 진행된 점은 아쉬웠다. 예술의 역사를 서술하다보면 주류의 시선에서 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저자는 예술이 죽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죽은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불사조처럼 형태와 모습이 다를지언정 우리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로 살아갈 것이다.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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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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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뇨, 아무것도』를 쓴 최제훈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뒤표지에 나와있는 것첢 최근 읽은 소설집 중에서 가장 기묘하면서 귀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겨레출판의 여러 소설집을 읽어보았는데, 『진공 붕괴』처럼 본격 장르문학은 아니면서 『셋셋 2025』처럼 신인 작가의 조심스러운 글도 아닌, 정말 일상의 틈에서 찾을 수 있는 묘한 지점들을 소설로 풀어내어 술술 읽혔다.



  앞에서부터 책을 읽다가 절반쯤 읽었을 때 갑자기 '작가의 말'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분방하게 태어난 글들 사이에 인위적인 감상 순서를 정하고 싶지 않아 목차는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 이 '작가의 말'을 포함해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가나다순인데도 짧은글과 긴글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리듬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중에 「초능력」은 한 장 분량의 아주 짧은 소설인데 정말 귀엽다! 투정 부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두어 번 더 읽기도 했다.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은 「친구의 연인의 친구들」이었다. 나도 선미 씨와 같이 장미 씨의 불륜 여부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몰입하며 읽었다. 어떠한 어긋남 때문에 비밀을 껴안은 셰르파가 된 선미 씨는 언제쯤 진실을 이야기할까? 프랑스 유학파 정식 씨는 이 진실을 알게 되면 애써 재건한 정식 씨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최근 읽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에 나온 여러 이별 이야기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이 외에도 「여기는 게이바가 아닙니다」나 「타협」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타협」은 미간을 계속 찌푸리게 되긴 했지만, 마지막 신병과 선임의 대화가 맥 빠지게 웃겨서 나도 모르게 '푸핫'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군대 이야기라서 애인에게 '열 장밖에 안 되는 거니까 한 번 읽어봐!'라며 손에 책을 쥐어주기도 했다. 물론 애인은 질색팔색하긴 했지만...


  누군가가 '재미있는 단편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후보 중 하나로 넣을 것 같다. 최제훈 작가님이 나랑 잘 맞는지 장편 소설 한 권 더 읽어보아야겠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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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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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블로그 글이 뜸했다. 1년 반 동안 준비한 에세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알바가 끝나면 집에서 작업하느라 따로 서평을 남길 시간이 없었다. 에세이 원고 자체는 올초에 얼추 끝냈지만 주변에 피드백을 받고 퇴고하는 데에 시간을 꽤 쓴 데다가 혼자 디자인 작업까지 해야 했기에 그 사이에 기록하지 못한 게 퍽 아쉽다.


  그런 중에 이 책을 마주하니 '아, 조금만 더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혼자 내뱉었다. 글을 다 쓰고 책으로 펴내는 중에 만났기에 저자의 솔직하고 유쾌한 글방에 함께 앉아 글을 썼다면 어땠을지 슬쩍 상상해보았다.



  목차를 살펴보니 '퇴고 체크리스트'가 있어 당장 그 페이지부터 열어보았다. 두 장에 걸쳐 적어둔 체크리스트를 보며 나의 첫 책은 얼마나 잘 지켰는지 살펴보았는데... 저자가 세 명이라는 점과 내가 저자이자 편집자이자 마케터이자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는 걸 확실히 알아버렸다. 그래도 지금 이 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다음에 글을 쓸 기회가 있다면 저자의 글방에 한 자리를 마련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편안한 말투로 편지 형식으로 글감을 전해주기에 책의 제목이 마치 편지 겉봉의 '받는 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미지나 색으로 꽉 찬 페이지가 있으면 보통 100g 이상의 종이를 사용하는데, 미색모조 혹은 이라이트 80g 종이를 쓴 거 같았다. (아닐 수도 있음) 얇은 종이를 써서 그런지 더 편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용 자체도 아주 가볍지 않으면서도 '화가 잠잠해질 때까지 마구 동그라미를 그려보세요'과 같은 귀여운(?) 추신 덕분에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내적 친밀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괜히 인스타그램도 들어가 저자의 게시글을 몇 개 뒤적거리기도 했다. 아마도 아주 내밀한 글방에 초대해주신 덕분이겠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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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의 힌트
하승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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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사거나 고를 때 편집자와 마케터가 꼭 담고 싶은 말을 쓰는 책 뒤표지를 먼저 보는 습관이 있다.


시대를 가로지르며 연결되는 문학의 힘

어제와 오늘을 아우르는 내일의 이야기들


이 문구를 기억해두고 책을 펼쳤는데, 처음부터 정말 '어제와 오늘'이 등장했다. 하승민 작가의 「유전자」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와 '남태령 대첩'이라고 부르는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행진이 등장했다. 어제이자 오늘, 아직도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과 파란 피부,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소수자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첫 소설부터 모티프가 된 『멜라닌』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우연한 기회로 우리집에는 김희재 작가의 『탱크』가 있는데, 미루고 미루다보니 아직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잠도 가는 길」을 읽으니 원작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설핏 살펴본 세계관도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데, 장편소설은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읽어야 하는 책들을 후딱 읽고 당장 『탱크』를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소재로 한 「힌트」나 「외계인」도 금방 몰입할 수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소설이 많아 '이 작가님 소설이 꽤 나랑 잘 맞는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면에서 이 앤솔로지는 스무 권의 장편소설을 영업할 수 있는 거대한 홍보지이자,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소설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다. 앤솔로지를 자주 접해본 편이 아니라 그런지 단편집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 하니포터 10기로서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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