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요새 하는 (거의 유일한) 게임이다-_- 마침 네오지오 스틱을 포함하는 한정판이 플스2용으로의 컨버전으로 발매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있어서.

전설의 시작치곤 대단히 초라했던 아랑전설1.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싸움질을 일삼던 캡콤의 깡패들과는 달리 마음의 고향 사우스파크라는 배경 또한 소박했다.
아랑전설1이 처음 나왔을 때, 대다수의 게임평론가들은 그 게임이 스트리트 파이터2의 노골적인 모방작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인 밸런스를 보여준다고 혹평을 퍼부었었다. 물론 이 게임의 밸런스가 심각할 정도로 엉망이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후 대전 격투 게임이 하나의 장르로 굳어질 것이란 걸 예상하지 못한 평론가들의 결벽증적 성향이 섞인 평론에서처럼 스트리트 파이터2의 노골적인 모방작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업계 루머에 따르면 스트리트 파이터2에 참여했던 스탭들이 빠져나가서 만든 아랑전설은 이후, 하나의 장르로 굳혀질 대전 격투 게임에 있어서 스트리트 파이터2와 차별성을 갖는 영역을 실험적으로 진지하게, 그리고 버그 패치를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황급하게-_- 만들어낸 작품으로의 면모를 보이는데, 그것은 이후 아랑전설 시리즈를 다른 대전격투 게임들과 차별되게 만드는 라인이동 시스템에 정수가 담겨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을 두개로 나누고 양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전략을 풍부하게 이끌어낸다.... 이것은 분명 2D라고 하는 한정된 공간이 낳게될 2지선다형을 기본으로 하는 단조로운 전술의 탄생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가 낳은 시스템이었으며 스트리트 파이터2가 보여주던 신경전이 불러오는 루즈한 진행에 싫증을 느끼던 이들에게 대안이 될 뻔 했다.
정말 안타깝게도, 아랑전설의 밸런스는 흡사 개발단계 상태인 게임을 그대로 내놓은 게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던 것이다. 각 캐릭터들이 가진 기술상의 차이점이 전술에서 제대로 활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잘 분류가 된 것도 아니거니와 그런 탓에 돌격계 필살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무적으로 게임을 이끌 수 있었고, 그나마 기술 입력조차도 거의 제대로 되질 않는다는, 조작감 측면에서의 최악인 게임이 탄생하고 말았다. 더군다나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고작 3명. 이후 각 콘솔로의 컨버전시에선 반드시 수정되었던 캐릭터 선택에 있어서의 한정된 인원은 유저로 하여금 게임에의 재미를 대폭 떨어뜨렸다. 그렇다면 가장 야심찼던 2라인 시스템은? 도대체 존재이유가 없었다. 유저들이 사용하기엔 너무 난해했거니와 그렇게 휭휭 오간다는 것이 전술상의 다양성을 꾀하긴 커녕 게임을 번잡하게만 만들었다. 아랑전설1은 실험적이란 게 무엇인지는 알았으되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몰랐던 게임 같았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자 용호의권에 이은 100메가 쇼크 시리즈의 두번째 결과물. 진정한 전설의 시작. 또한 대전격투 게임에서 바스트모핑이 감동적으로 사용됐던 최초의 작품.
아랑전설이 전작의 오명을 지우고 오락실의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후속작인 아랑전설2에서였다. 100메가 쇼크 시리즈라는 명칭을 달고 나온 SNK 게임 마케팅의 두번째 전략상품이었던 아랑전설2는 전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게임 자체적인 성능향상과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대거 등장, 초필살기 홍보등으로 단숨에 오락실을 휘어잡았다. 또한 라인이동 시스템에는 그래픽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그 쓰임도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게 만듦으로써 비로소 제대로 된 공격 및 방어수단의 하나로 그 활용도를 대폭적으로 올렸다. 이후 캐릭터의 추가와 보다 치밀해진 밸런스 조절로 나온 아랑전설 스페셜은 어려운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SNK게임 중 몇 안되는 제대로 된 게임'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받으며 전작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갔다.

블루 마리의 표정 좀 봐라.....
아랑전설 시리즈에 좌절이 닥친 것은 3에서였다. 3는 한마디로 말해서 SNK의 실험정신이 너무 주루룩 나가버린 결과물이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무려 3라인 시스템.... 이것은 전작에서 보여준 2라인 시스템이 회피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얍실한 전개의 수단으로 쓰였던 것을 반성하여 공간이동 후의 자유성을 박탈하고 중간 라인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라인은 오로지 공격 및 회피이동의 자리로 만들어 다양한 전술을 펼치... 는 게 아니라 단순히 난해했다. 덕분에 라인 이동을 하는 순간은 공격은 커녕 얻어맞을 때밖에 나질 않았다. 그런데다 시원시원하게 펼쳐져 있던 2에 비해 3에서의 공간은 너무 협소하게만 느껴졌다. 3라인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겠으나 3라인이나, 격투의 박진감에 있어서나 3는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전작들에서 그랬듯이 SNK는 후속작에서 전작의 문제점들을 재빠르게 수정했다. 이후 외전격으로 나온 리얼바우트는 3에서의 시스템을 고스란히 가지고 오되 스토리를 따라가던 3가 가지던 루즈함을 없애기 위해 격투 이외의 징검다리에서 보여주는 인터페이스를 패셔너블하게, 그리고 속도감 있게 편집시켰고 어지럽던 3라인 시스템을 간략화하여 보다 속도감 있는 게임 진행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리얼바우트의 미덕은 비좁은 공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격투시의 격렬한 난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먹혀들어가서 리얼바우트는 성공을 거두고 아랑전설 시리즈는 가사회생한다.

리얼바우트 스페셜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블루마리의 대폭적인 디자인적 변경이었다. 마이를 뛰어넘는 격렬한 바스트모핑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기름진 디자인으로 눈길이 가지않던 그녀의 환골탈태.
리얼바우트 스페셜은 기본적으로 전작의 방향성을 계승하면서 3라인을 이전의 2라인으로 줄여서 보다 단순하고 간편한 게임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전작에선 공격 또는 강제이동->공격의 수단으로만 쓰였던 라인이 아랑전설2에서처럼 다시금 하나의 공간으로 인정받고 이동후 자유성이 보장되었다. 실상 아랑전설 시리즈가 추구해 온 라인이동 시스템은 여기서 그 활용도의 용이함을 제대로 인정받고 시스템 자체로도 가장 안정적인 모양을 띄게 된다. 또한 더 화려해진 그래픽과 난타의 쾌감은 전작에 이은 성공을 얻어냈다.

스토리나 대사 따윈 필요없다! 오직 격투와 폭렬뿐. 그것이 리얼바우트2의 모토.
뭔가 틀어진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된 것은 리얼바우트2에서였다. 리얼바우트 시리즈 특유의 성질들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라인이동 후의 자유성을 박탈하여 보다 격렬한 게임으로 만들어진 리얼바우트2는 그러나 시리즈의 매너리즘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지적해왔지만 라인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회의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여기서부터였다. 과연 이렇게까지 만들어졌는데, 라인이동이라는 아랑전설의 전통이 필요하긴 한 걸까? 이 작품은 리얼바우트 시리즈에서의 상업적 실패작이었고 SNK의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아랑전설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새 시리즈가 나오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아랑-MOTW는 그런 고심 끝에 탄생한 작품이었다. 시대를 20년 후로 훌쩍 뛰어넘은 시점에서, 전작들과 겹치는 캐릭터는 오직 테리 보가드 하나뿐인 이 게임은 네오지오라는 게임기가 가진 성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해 본 작품(당시 시점에서 10년도 넘은 보드로 만든 게임이 캡콤의 신보드인 CPS3로 만들어낸 스트리트 파이터3와 비슷한 퀄리티를 재현해냈다)으로 태어났다. 화려한 그래픽과 묵직한 타격감, 아랑전설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라인이동 시스템의 과감한 폐지와 새로운 시스템들의 도입을 통한 심리전의 강화, 그리고 시리즈를 멤도는 매너리즘의 타파를 목적으로 태어난 이 게임은 여러 측면에서 스트리트 파이터3와 비교되었고, 또 상당히 흡사한 게임이기도 했다. 그리고 똑같이 망했다.

아랑-MOTW는 포켓게임기와 3D 게임에서의 실패로 SNK가 빠찡코 회사와 우리나라의 기판 회사로 지분이 팔리기 전에 만들어낸, 전통 스탭들의 열정이 담긴 멋진 작품이었다. 그것은 아랑전설이라고 하는 시리즈가 살아나기 위해 펼쳤던 필사적인 과감함이었으며 동시에 전통적인 양식을 고수하는 2D 대전 격투 게임의 여명을 장식하는 화려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상업적 실패를 불러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사의 KOF 시리즈가 추구하던 화려하고 정신없는 연속기가 유저들에게 체질화된 결과였으니, 일반 유저들은 스트리트 파이터3에서 느꼈던 불만을 MOTW에서도 그대로 느끼게 된다. 그들의 눈으로 보기에 이 게임은 너무 느리고 무거웠다.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에서조차 연속베기의 개념을 도입한 마당에 MOTW의 시스템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후 SNK의 게임은 같은 기판으로 MOTW에서 보여줬던 그래픽을 재현해내지 못하고, 결국 KOF시리즈도 삼미의 나오미기판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후속작의 제작이 예견되었던 월화의 검사와 아랑전설 시리즈, 특히 새로운 이야기의 예고편 정도만 전개된 되다만 스토리인데다 소수 매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MOTW를 끝으로 아랑전설 시리즈는 시대를 풍미했던 시절과는 안녕을 고하고 역사 속에 푸욱 묻혀버리게 된다.

아아....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