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네테스]로 묵직한 방점을 찍었던 유키무라 마코토의 신작 역사물. 11세기 바이킹 시대를 배경으로 콜럼버스보다 앞서 미대륙을 발견했던 바이킹들의 빈란드 전설을 특유의 단단한 작화와 연출로 시작하고 있다. 여러 모로 [히스토리에]와 비교가 되며 그에 못지 않은 가독성을 1권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는 중. 얼마 전부터 같은 잡지인 애프터눈으로 옮겨져서 연재가 시작, 굼벵이스러운 발간 속도가 예정된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와아키 히토시 보다 휴재 횟수가 적으면 [현시연]과 비슷한 간격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근간 발매작중 단연 추천작.

[야왕]의 호스테스판. 따라서 [야왕]의 모든 엉성한 부분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 아직도 연재되고 있었나. 워낙 엉망진창이 되버린 스토리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바로 전까지 스토리가 대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_- 그림체도 왕창 바뀐 탓에 거부감 풀풀.

요괴대백과사전의 이상적 만화화. 거칠고 날카로우며 색기까지 배어있는 도쿠이치 미나기가 보여주는 미즈키 시게루 요괴도감풍 작화 스타일의 신세대적 발현과 더불어 이야기는 현재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중. 반년에 한 권 나올까 말까 하는 눈물나는 연재속도가 자랑거리.

개인적으로 헬무트 뉴튼의 사진은 쉣인데, 일단 이 양반 사진 속 아낙들이 워낙 두드러진 여성성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도 그렇고 이 자서전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유럽 취향과 미국 취향의 사진 구분에도 불구하고 사진 자체에서 보여지는 기본적인 서구적 베이스가 나로서는 썩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건 좀 시시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순전히 들어가는 말이나 설명에서 인심 좋게 팍팍 언급되는 섹스섹스섹스라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단어들 덕분이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이나 담담한 책이다. 말그대로 헬무트 뉴튼이 자신의 생을 되돌아본 심심한 회고록이며 그 세월 동안 수많은 여자들과 콩을 깠다고는 하지만, 까트린M과 현대의 다양한 문화영화들을 이미 접한 이들에겐 자극성만을 노리고 집어들었다간 시시하다는 말만 튀어나올 수 있다. 그저, 이 양반의 사진 속 여자들이 왜 하나같이 아프로디테형 가슴미사일을 쏴댈 것 같아 보이는지에 대한 나름의 짐작이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의 메리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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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2-22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빈랜드 사가. 오케.
(가슴에서 미사일이 나가던 로보트가 뭐였죠? 그런거 있었는데.)

sudan 2006-02-22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오케'는 재미있어보이니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이런 뜻이에요. 단연 추천작이라 하시니.

hallonin 2006-02-22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로봇이 아프로디테였죠. 마징가 애인.

배가본드 2006-02-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라타네스는 울동네 책이 안들어와서 2권에 접었고..
이건 신간인데 들어올지 모르겠넹..
요괴물이라면..반년에 한번내시는..ㅎ
3X3 EYES 작가분이 또 잡종 요괴 만화책을 내셨던뎅..그건별론가

hallonin 2006-02-2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다 유조는 웬지 그림체가 바뀐 이후론 손이 안 가더군요...

배가본드 2006-03-0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제알았음 저거 아카르타네요..처음에 재밌게 보다가 한7~8권쯤에서 무기한 공백을 가지시더니..ㅎ 신간이 나와도 건드리지 않음..브이포 벤테타가 오만과편견보다 먼저나오네용 개봉날 보러가야겠3

hallonin 2006-03-0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매권 당첨 노리고 있습니다-_- 시사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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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에 100원 이벤트에 당첨되었더군요. 로션 좀 구해볼려고 신청했었는데, 이미 구입한 다음에 이렇게 날아오더니....-_-

 

암튼 조만간 마이리뷰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장품 리뷰도 올려야 할 듯 싶습니다....-_- 개인적으로 롤랑 바르트의 [모드의 체계]를 존경하고 있었던 바....

 

그렇다고 그렇게 쓰면 다시는 화장품 이벤트에 당첨될 일은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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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2-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품 리뷰 쓰시는데 롤랑 바르트는 왜 등장하는거에요?
[모드의 체계]를 읽어보면 아는건가. 이거 원 무식해서. -_-

hallonin 2006-02-1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글을 쓰는 방법론의 문제라는 거죠. 별 거 아닙니다. 흘흘.

sudan 2006-02-1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더욱 궁금하잖아요.

hallonin 2006-02-2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별 거 없는 건데-_- 전작인 신화론에서의 분석틀을 보다 국소화하고 정밀하게 다듬은 거라고나 할까요....
 



http://pipoelo.free.fr/

 

프랑스의 드림씨어터 커버 듀오. 여자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로 만들어내는 감각이 탁월하며 아마추어 솜씨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끈하다. 색다른 감각의 드림씨어터 재해석. 사이트에서 mp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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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2-1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다 싶어 가보니 영문 싸이트...

hallonin 2006-02-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어가면 맨 위에 music메뉴가 있습니다. 누르면 음악들 주루룩 나옴.
 
로버트 크럼의 아메리카 미친 세계와 그 적들 1
로버트 크럼 지음, 김제민 옮김, 김수박 글씨쓴이 / 새만화책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67년부터 95년까지의 작업들 중 미국에 대한 것을 골라서 수록한 크럼의 노골적인 구토물인 [아메리카]에 실린 이야기들 중 1970년대에 만들어진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현대 미국에 대한 비판이 2000년대인 오늘날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은 보는 이를 흥미롭게 만든다. 미국인들의 과소비 성향, 환경오염 문제, 비대해진 매스미디어와 생각 없는 군중, 나태와 폭력성, 인종차별과 배금주의 등등은 30여년이 지난 2005년의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 일맥상통한다. 변한 게 없다.

크럼의 만화는 비틀려진 미국과 그 안의 인간성들에 대한 노골적인 환부절개를 그림에서부터 필설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보여준다. 왜소한 중년들, 과장된 세미드레스의 청년들, 멍청한 마초들,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거대한 여자들과 [재즈싱어] 포스터를 옮겨온 것 같은 희화화된 아프로 아메리칸들, 머릿 속에 돈 생각만 하는 유태인 등등. 이것은 그의 직설적인 화법과 결부되어 노골적인 캐리커쳐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분명 이런 접근법을 섬세하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비록 세련되진 못하더라도 그의 만화의 목소리는 작가가 위치한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토를 이용하여 소위 풍자적 '이죽거리기'의 기법이 자극적으로 발현된 근간의 성과들의 원류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불안과 혐오, 적대감은 과장법을 통해서 우스꽝스러워지고 또한 그 망상 자체로 경계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그의 만화의 시의성은 그가 보여준 정치적 의도성과 표현상의 방법론에서도 동시대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크럼의 개성적인 작화로 빚어진 복잡미묘한 캐릭터들(을 이루는 선들)과 묘사로 인해 묵직한 방점을 찍어놓는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크럼만의 독특한 작화는 천박하고 지저분하며 자신이 경멸하는 요소들을 입자단위로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혐오감을 미학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성과인('카프카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그의 만화 속 인물들은 멍청하다고 표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거나 절망밖에 안 보이는 내일을 안고 불안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군상들뿐이다. 모순이 생활화 되어 있으며 그 사실에 아무런 거리낌도 느끼지 못하는 현대 미국의 인간들은 그의 눈엔 일종의 미치광이들이다. 물론 여자의 무릎 장딴지에 환장을 하는 크럼이란 작가도 그에 못지 않은 미치광이라, 그의 만화는 미치광이가 미치광이들을 욕하는, 스스로도 모순의 굴레에 잡혀있음을 부정하지 않는 자기비하적 잔인함의 경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간 히피문화의 상징으로 대접받아왔으며 실상 그자신도 60년대의 히피붐과 함께 올라 온 작가인 줄로만 알려져 있던 크럼은 이 작품에서 그 '히피'들도 여지 없이 '까'버린다. 사실 사회주의자에서부터 액티비스트, 기업가와 자유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측면에서 그의 비판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거의 없는데 이것은 그의 정치적좌표가 무정부주의적 공산주의(그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죽이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에 가깝다는 것을 고려해보자면 그에게 있어선 소위 정치적 의지라는 것 자체가 불순한 것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대안은? 크럼은 스스로 오들오들 떠는데도 바쁜 사람일지 모른다. 그의 정치적 희망은 인간의 자발적인 공동체 수립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꿈에 가까운지는 그의 만화들이 줄기차게 보여주는 폭력적 절망감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마치 자신의 우툴두툴한 그림처럼 타고난 원죄를 씻어내려고 계속해서 떨고 있는 그에게(그래서 계속 죄를 짓게 되는) '그럼 넌 어쩔 건데?' 라고 묻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일일 수도 있다. 커트 보네것이 그를 좋아하는 게 이상할 거 하나 없다.

 

- 일전에 김수박의 만화를 소개한 포스트를 올릴 때, [아날로그맨]의 그래피티적 성향을 생각하면서 떠올리려고 했던 작가가 마츠모토 타이요와 바로 이 크럼이었다. 김수박의 만화가 보여주는 연출과 작화들은 크럼의 무덤덤함이 보다 매끈해진 그림을 타고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데 마침 그는 이 작품집에서 글씨쓴이로 참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관련 포스트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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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17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알찬 리뷰군요.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구요. 김수박, 이라니 첨 듣는 만화가인데, 궁금합니다. 땡스투도 못 하고 산 <하나오>를 오늘 받았는데, 애니북스에서 나온 표지 중에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캣츠비> 표지 보고 홀랑 깼거든요. 갑자기 마츠모토 타이요, 하시니 생각나서. <새만화책> 잡지도 보셨어요?

hallonin 2006-02-17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오는 결국 오늘, 저도 샀습니다. 문화상품권 받은 걸로-_- 좀 더 숙고해보고 리뷰 지를까 생각중. 핑퐁만큼의 박력과 충격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뒤로 갈수록 즐거워지더군요. 컷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만화책은 아직 못봤고.... 지금 확인해봤는데, 위에 얘기한 김수박도 작가로 참여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마츠모토 타이요가 새만화책에서 언급이라도 됐나요?

blowup 2006-02-1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오. 위의 글에서 마츠모토 타이요 이야기 하셔서, <하나오> 샀단 걸 말씀드린 거구요. 새만화책은 로버트 크럼 책 나온 출판사라서. 연결고리가 모호했군요. ㅋㅋ
타이요의 다른 책들도 다 출판되면 좋겠어요.

hallonin 2006-02-1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런 거군요.
음, 마츠모토 타이요 만화의 상업성이 보장되어야 내줄텐데.... 하나오도 뭐, 그리 썩-_- 팔리는 것 같진 않더군요. 철콘근크리트가 정식판으로 나올 날은 요원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