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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라 BASARA 1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원수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면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만화는 특이하다. 왜냐하면 원수의 <아들딸>이 아닌, <원수 사이인 본인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원수 남녀 사이의 관계는, 주인공 사라사의 밀알 씨앗 하나서부터 시작해서 마침내 온나라를 뒤덮는 거대한 숲에 이르게 되는 그 장대하고도 긴 혁명의 여정을 아슬아슬한 긴장감으로 멋지게 포장하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이 작품이, 서로가 원수라는 것이 밝혀진 다음에도 그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이 평범한 연애물이 아닌 대하 혁명 서사극이라는 것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랄까. 이 작품은 혁명과 사랑, 그 두가지가 함께, 그야말로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대작이며 걸작이다. 그 와중에서 두 주인공, 아니 다른 모든 캐릭터들의 성장 과정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감동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은 마지막 27권의 하야토 이야기일 것이다. 단순히 성공한 혁명, 그리고 해피 엔딩이라는 어쩌면 꿈같은 결말로 끝날뻔 한 이야기에 돌아보기 싫은 추잡한 현실, 욕심, 인간관계, 그로 말미암아 변질되어가는 혁명의 불운한 운명을 담음으로서 현실감을 불어넣어준 이 외전이 없다면 이 작품의 감동은 훨씬 줄어들었으리라. 진정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대미였다. 멋진 작품. 집에 한질 소장해두고 두고두고 음미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