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의 친구들 문지아이들 40
롤랜드 하비 그림, 앤 콜리지 글, 이상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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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들을 읽어보면 갑자기 작아지고 커지고 하는 내용이 많다. 어린이들에겐 이런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이 생기고, 무한상상의 날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에밀리의 친구들>이란 제목만 보면 에밀리가 어린이일 것 같지만 사실 에밀리는 할머니다.




평화로운 푸른 골짜기에 마을이 하나 있고 시골집 맨 끝집에 에밀리가 살고 있다.




부엌 화덕에 커다란 냄비에 뭔가를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에밀리는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친구들과 얘기하고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림을 보면 우유배달부가 에밀리의 집을 방문한 것이 보인다.




그 다음 페이지를 보면 우유배달부가 잼을 담아놓는 작은 병에 갇혀 있는 것이 보인다. 에밀리는 언제든지 우유배달부와 놀고 싶어서 쪼그맣게 만들어 잼병에 넣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에밀리는 우유배달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친구인 배관공과 우체부도 쪼그맣게 만들어 병 속에 넣어둔다. 그런 다음에 자신이 놀고 싶을 때면 병 속에서 꺼내 놓는데 다시 잡아서 병속에 넣는 것은 힘이 들지만 이 마저도 즐기는 약간 엽기적인 할머니다. 그러다 문제가 되서 경찰관이 나오고 에밀리는 할 수 없이 친구들을 풀어준다. 하지만 그게 끝일까? 아니다 에밀리는 친구들을 풀어준 다음 경찰관을 쪼그맣게 만들어 친구들을 대신해서 논다. 물론 잡기가 힘들지만 말이다.

에밀리는 친구들을 어떻게 쪼그맣게 만들었을까? 그에 대한 답을 본문의 그림을 통해 찾아보라고 씌여있다. 우유배달부가 방문한 그림을 자세히 보면 부엌의 바닥에 여러가지 마법에 쓰이는 것들이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화덕에 끓고 있는 것을 먹였던 것이다.

재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에밀리가 외로운 할머니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와 놀고 싶지만 다들 바빠서 놀아주지 않자 마법을 이용해서 작게 만든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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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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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속에 고통의 기억이나 억눌렸던 감정이 하나쯤은 담겨져 있는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은 마치 잔잔한 바다처럼 아무 일도 없는 듯 그대로 몸 속에 감춰져 있다가 어느날 폭풍이 휘몰아치면 그 거센 바람에 온몸을 내맡긴 바다처럼 흔들리고 울부짖게 된다. 한 차례 그러고 나면 몸 속에 담겨져 있던 감정의 찌꺼기는 해소가 되고 감정은 사라진 채 기억만을 간직하게 되는 것 같다.

장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이 소설집은 표제작인 <환상의 빛>을 비롯하여 <밤 벚꽃>, <박쥐>, <침대차> 이렇게 네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읽다보니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누군가의 죽음이다. 요즘에 많이 출판되는 일본 소설들은 감각적이고 자극적인데 비해 이 책은 참 서정적이면서 생각하게 되고, 불현듯 여러가지 과거가 내 몸을 훓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 가운데 <환상의 빛>이 가장 좋았는데 주인공 유미코가 감정을 쏟아내는 소소기 바닷가에서의 모습은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었던 한 친구를 떠올리게 했고, 그 친구의 자살 소식에 힘들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유미코와 같이 감정을 쏟았던 것 같다.

영화로도 제작된 적이 있다는 <환상의 빛>은 서른두 살이 된 유미코의 이야기다. 효고 현 아마가사키에서 소소기라는 해변 마을로 시집 온 지 만 삼년이 된 유미코는 전남편과 사별한 지 칠 년이나 되었다. 유미코의 전남편은 아내인 유미코와 태어난 지 세 달된 아들 유이치를 남겨 놓고 이유가 불분명한 자살을 한다. 일을 끝내고 집 근처의 찻집에서 차 한잔을 마신 남편은 집으로 오지 않고 전차 선로 한가운데를 전차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경적소리, 엄청난 브레이크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걷다가 치인다. 갑작스런 남편의 자살 앞에서 유미코는 습관적으로 남편에게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 그 사람에 대한 원망과 그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자책감 등을 쏟아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시간이 흘러 유미코는 바닷가 소소기에 사는 남자와 결혼한다. 바람이 유난히 거센 날 보건소에 민박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화지마에 나간 유미코는 찻집에서 서른 전후의 남자를 본다. 전 남편처럼 사팔뜨기인 그 남자를 쫓아 가와라에서 내린 유미코는 그 남자의 뒤를 쫓으면서 이슥한 밤에 흠뻑 젖은 선로 위를 걷던 전 남편의 뒷모습을 생각한다. 그제서야 유미코는 전 남편이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전남편이 죽음을 인식하게 된다. 시커면 바다, 머플러도 코트도 찢겨버릴 것 같은 바다 앞에서 유미코는 꽁꽁 감춰둔 울음을 모두 쏟아낸다. 그러다 문득 옆을 보니 재혼한 남편 다미오가 곁에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렇게 유미코는 전남편의 죽음을 두고 원인을 찾다가 결국 원인을 깨닫게 되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남편이지만 죽음을 통해서 남편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었듯이 재혼을 통해 잘 몰랐던 다미오였지만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모습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실 우리는 자신에 관해서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니 누군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안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죽음이 아니라 중간에 유미코의 유년시절 발견되지 않은 할머니의 죽음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밤 벚꽃>은 아들의 죽음을 겪은 중년부인이 가난한 신혼부부에게 하룻밤 아들의 방을 내준다. 오랫동안 늘 정원에 있었지만 신혼부부의 대화를 몰래 들으면서 비로소 바라본 벚꽃은 다른 때와는 달리 보이고, 그 속에서 분명히 알기는 어렵지만 뭔가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었던 주변의 죽음들에 관해 떠올리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죽음, 할머니의 죽음, 친구의 자살, 전날 저녁 같이 술을 마셨는데 다음날 새벽 죽음이 되어 버린 선배,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했던 사촌오빠의 죽음 등등...  모두들 소멸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대로 내 마음 속에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겠지. 이왕이면 생각하면 입가에 웃음이 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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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뱀장어의 여행 과학 그림동화 8
마이크 보스톡 그림, 캐런 월리스 글, 장석봉 옮김, 강언종 감수 / 비룡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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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여름 밤이면 엄마와 오빠는 뱀장어 낚시를 즐겼다. 옥수수를 삶고 물을 담아서 앞 바다에 조용히 배를 띄우고 낚시를 했는데 뱀장어는 낮에는 낚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언젠가 여름날 뱀장어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썰물에 물이 빠진 갯바위 사이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뱀장어 한마리.... 평소에 징그러워서 손길 한 번 준 적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 날 따라 그 뱀장어를 꼭 잡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욕망에 휩싸여 반 시간이 넘게 뱀장어와의 사투를 벌이게 되었고, 지쳐서 그만 두고 싶어졌을 무렵 내 모습을 본 지나가던 아저씨가 뱀장어를 낚아 채 바위에 패대기를 치는 걸로 결말은 났다. 내 손에 쥐어준 미끌미끌한 뱀장어를 엄마에게 건넸을 때 엄마는 이걸 왜 잡아 왔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빨래줄에 널어 놓았었다. 빨래줄에서 말라가는 뱀장어를 보면서 후회의 시간을 가졌었다. 지금도 모기 이외엔 생명이 있는 그 어떤 것도 죽이지 못하는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이 책에선 뱀장어들은 가을이면 강에서 바다로 헤엄쳐 가고 이듬해 봄이면 새끼 뱀장어들이 강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 기간 동안 뱀장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뱀장어도 연어처럼 긴 여행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뱀장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새끼 뱀장어들은 어디서 태어나는 걸까? 오늘날 사람들은 뱀장어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야생 뱀장어가 알을 낳는 모습이나 새끼 뱀장어들이 알에서 깨어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오랜 노력으로 최근에 와서야 뱀장어가 알을 낳는 장소를 겨우 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버뮤다 섬의 남쪽에 해초가 많은 따뜻한 바다 사르가소 해에서 알을 낳는 유럽산 댓잎뱀장어에 관한 이야기다. 새끼 뱀장어들은 파도를 헤치며 사르가소 해를 떠나 유럽이나 미국 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댓잎 뱀장어들이 강에 도착하려면 삼 년 동안이나 헤엄을 쳐서 가야 한다. 이들은 처음엔 투명하나 점점 몸집이 커지고 색깔은 누렇게 되어 황뱀장어가 된다. 황뱀장어의 몸은 점점 변해서 강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면 눈은 가늘게 찢어지고, 몸은 끈적끈적해지고 몸통은 뱀처럼 굵어진다. 




어느 날인가부터 황뱀장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배가 오그라들면서 길고 구불구불한 몸은 은빛과 검은빛으로 바뀌어 은뱀장어가 된다. 눈은 점점 부풀어올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처럼 변한다. 이제 강과 영원히 작별할 시간이 온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면 은뱀장어는 달빛이 비치지 않은 밤을 기다려 바닷가로 간다. 고향으로 가는 먼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소리없이 사르가소 해에 도착한 뱀장어의 몸은 마르고 상처투성이다. 뱀장어는 뱃속 깊숙이 품고 있던 알들을 바닷속에 흩뿌리고 나서 다 쓰고 버려지는 은박지처럼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물 속에서 암컷 뱀장어의 난자는 수컷 뱀장어의 정자와 만나고 새끼 뱀장어들이 다시 태어난다. 우리 나라에 사는 뱀장어는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 부근의 깊은 바닷속에 알을 낳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확실치 않아 계속 연구 중이라고 한다. 

 <바닷속 뱀장어의 여행>은 무엇보다도 그림이 환상적이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페이지만 넘겨보아도 점점 변해가는 뱀장어의 리드미컬한 모습에 반하게 된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뱀장어의 신비로운 모습에 놀라고 변해가는 모습과 더불어 변해가는 색조와 투명한 뱀장어의 모습, 마치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그림에 넋을 놓고 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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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치카, 이 닦자 - 우리 몸이 궁금해 3 우리 몸이 궁금해 (비룡소)
앙젤 들로누아 지음, 프랑수아 티스달 그림, 이세진 옮김 / 비룡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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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보다 우리 아이는 유난히 이가 늦게 나고 있다. 다른 발육도 좀 늦은 편이다. 몸무게도 19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10킬로그램이다. 키는 중간 정도이다. 이는 현재 앞니가 8개, 아래 어금니가 두개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래선지 이닦기에 소홀했다. 가제수건을 쓰지도 않았고 그저 뭘 먹이고 나면 물만 먹여 헹구는 식이었다. 

며칠전에 보건소에 예방접종하러 갔다가 구강관련 교육이 있나 싶어 담당직원에게 물어보니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아이의 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상할 확률이 크다는 것, 유치라서 썩어도 쉽게 치료하지 못한 다는 것 등등을 듣고서야 부랴부랴 칫솔을 준비하고 이닦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은 다른 것. 아이는 입술을 굳게 닫고 열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책을 빌려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아이에겐 좀 어렵다. 우리 아이는 아직 말도 못하고 복잡한 설명을 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이닦기에 관해 또 이가 여러 모양을 하고 각각의 이는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어렸을 적엔 이런 책들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 닦아야 된다고 말씀은 많이 하셨지만 직접 지도해 주신적도 없었다. 어쨌든 나는 이가 엉망이라서 아이에게만은 건강한 이로 관리해주고 싶다. 그런데 이책을 보니 치과가 무섭지 않다고 표현했지만 역시 치과에 가는 것은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답을 알고 있지만 참 실천하긴 어려운 것 같다. 의술도 많이 발달하고 치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문턱이 낮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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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룡소의 그림동화 7
존 버닝햄 지음,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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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기러기들은 아주 닮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보르카는 달랐습니다. 언니 오빠 들처럼 부리도 있고, 날개도 있고, 물갈퀴 달린 발도 있었지만, 깃털이 하나도 없었던 거예요. 플럼스터 씨와 플럼스터 부인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의사 선생님을 모셔왔지요. 의사 선생님은 보르카를 찬찬히 진찰했습니다. 그러더니 깃털이 없는 것말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드문 경우인데." 그러고는 플럼스터 부인에게 할 일을 일러주었지요. 보르카에게 깃털을 짜 주라고 말입니다.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처음 부터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기러기 이야기이다. 기러기에게 깃털이 없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커다란 장애가 된다는 것쯤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장애에 관한 동화로 분류된다.

보르카의 형제는 여섯이다. 알의 모습일 때는 다른 점을 모르지만 알에서 깨어나 보니 깃털이 없다. 부모는 걱정이 되어 의사에게 보인다. 의사는 깃털이 없는 것만 빼곤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엄마는 보르카에게 회색 털옷을 짜준다. 보르카는 너무도 기뻤다. 왜냐면 밤이면 늘 오들오들 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제들은 보르카를 놀리기만 한다. 회색 털옷은 나는 연습을 하기에도 부적합하다. 물에 젖으면 마를 때까지 기다리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족들은 따뜻한 곳으로 옮겨갈 계획에 여념이 없다. 보르카만 빼고. 날이 추워지고 비가 내리자 정말로 가족들은 떠나버린다. 가족들은 보르카의 존재는 잊은 듯하다. 부모마저도 말이다.
 

보르카는 비를 피해 묵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선착장의 어느 배로 들어간다. 거기서 파울러라는 개를 만나게 된다. 보르카는 부리로 밧줄을 감기도 하고 부스러기도 줍기도 하면서 맛난 음식을 듬뿍 제공 받는다. 선장은 궁리 끝에 런던에 도착하면 큐가든에 보르카를 두고 가기로 마음 먹는다. 큐 가든은 일년내내 온갖 기러기들이 살고 있는 커다란 공원이다. 큐가든에 있는 기러기들은 보르카를 보고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보르카는 친구도 생기고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보르카의 부모에 대해 놀랬다. 사람이 아니라 기러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보통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두게 되면 그 누구보다도 부모가 걱정하고 다른 아이들보다도 더 신경을 쓰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보르카의 부모는 무심하다. 부모와 형제들에게 외면당하는 보르카가 얼마나 슬프고 외로웠을지 마음이 짠해진다.

그리고 한가지 물음표가 생긴다. 큐가든이라고 하는 곳은 어떤 곳을 상징한 것일까? 장애인 시설을 말하는 것일까 아님 그저 이상향을 그린 곳일까? 남편은 장애인 시설이라고 말한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존 버닝햄이 어려서 학교에 적응을 못해 섬머힐 스쿨에 다녔고 군대도 가기 싫어서 공익 근무 요원으로 근무한 전력으로 보아서 자신의 모습을 보르카에 투영하고 섬머힐을 큐가든으로 설정한 것일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대포알 심프에서도 그런 그림을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보면 밥을 먹는 장면에서 사람과 동물이 한 식탁에서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존 버닝햄은 나아가서 사람과 동물 모두가 격이 다르지 않고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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