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뱀장어의 여행 과학 그림동화 8
마이크 보스톡 그림, 캐런 월리스 글, 장석봉 옮김, 강언종 감수 / 비룡소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적 여름 밤이면 엄마와 오빠는 뱀장어 낚시를 즐겼다. 옥수수를 삶고 물을 담아서 앞 바다에 조용히 배를 띄우고 낚시를 했는데 뱀장어는 낮에는 낚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언젠가 여름날 뱀장어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썰물에 물이 빠진 갯바위 사이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뱀장어 한마리.... 평소에 징그러워서 손길 한 번 준 적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 날 따라 그 뱀장어를 꼭 잡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욕망에 휩싸여 반 시간이 넘게 뱀장어와의 사투를 벌이게 되었고, 지쳐서 그만 두고 싶어졌을 무렵 내 모습을 본 지나가던 아저씨가 뱀장어를 낚아 채 바위에 패대기를 치는 걸로 결말은 났다. 내 손에 쥐어준 미끌미끌한 뱀장어를 엄마에게 건넸을 때 엄마는 이걸 왜 잡아 왔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빨래줄에 널어 놓았었다. 빨래줄에서 말라가는 뱀장어를 보면서 후회의 시간을 가졌었다. 지금도 모기 이외엔 생명이 있는 그 어떤 것도 죽이지 못하는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이 책에선 뱀장어들은 가을이면 강에서 바다로 헤엄쳐 가고 이듬해 봄이면 새끼 뱀장어들이 강으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 기간 동안 뱀장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뱀장어도 연어처럼 긴 여행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뱀장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새끼 뱀장어들은 어디서 태어나는 걸까? 오늘날 사람들은 뱀장어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야생 뱀장어가 알을 낳는 모습이나 새끼 뱀장어들이 알에서 깨어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오랜 노력으로 최근에 와서야 뱀장어가 알을 낳는 장소를 겨우 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버뮤다 섬의 남쪽에 해초가 많은 따뜻한 바다 사르가소 해에서 알을 낳는 유럽산 댓잎뱀장어에 관한 이야기다. 새끼 뱀장어들은 파도를 헤치며 사르가소 해를 떠나 유럽이나 미국 쪽으로 여행을 떠난다. 댓잎 뱀장어들이 강에 도착하려면 삼 년 동안이나 헤엄을 쳐서 가야 한다. 이들은 처음엔 투명하나 점점 몸집이 커지고 색깔은 누렇게 되어 황뱀장어가 된다. 황뱀장어의 몸은 점점 변해서 강에서 몇 년을 보내고 나면 눈은 가늘게 찢어지고, 몸은 끈적끈적해지고 몸통은 뱀처럼 굵어진다. 




어느 날인가부터 황뱀장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배가 오그라들면서 길고 구불구불한 몸은 은빛과 검은빛으로 바뀌어 은뱀장어가 된다. 눈은 점점 부풀어올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처럼 변한다. 이제 강과 영원히 작별할 시간이 온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면 은뱀장어는 달빛이 비치지 않은 밤을 기다려 바닷가로 간다. 고향으로 가는 먼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소리없이 사르가소 해에 도착한 뱀장어의 몸은 마르고 상처투성이다. 뱀장어는 뱃속 깊숙이 품고 있던 알들을 바닷속에 흩뿌리고 나서 다 쓰고 버려지는 은박지처럼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물 속에서 암컷 뱀장어의 난자는 수컷 뱀장어의 정자와 만나고 새끼 뱀장어들이 다시 태어난다. 우리 나라에 사는 뱀장어는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 부근의 깊은 바닷속에 알을 낳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확실치 않아 계속 연구 중이라고 한다. 

 <바닷속 뱀장어의 여행>은 무엇보다도 그림이 환상적이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페이지만 넘겨보아도 점점 변해가는 뱀장어의 리드미컬한 모습에 반하게 된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뱀장어의 신비로운 모습에 놀라고 변해가는 모습과 더불어 변해가는 색조와 투명한 뱀장어의 모습, 마치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그림에 넋을 놓고 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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