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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소년 - SF 미스터리, 4단계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유혜자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3월
평점 :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중에 ‘아이는 배로 낳는 것도 아니고, 가슴으로 낳는 것도 아니고, 어여쁜 꽃에서 아기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부모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하였으면 좋겠다’는 하늘이의 독백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루게 된 <깡통소년>에서는 아이를 주문하면 공장에서 생산하여 8살까지의 교육을 시켜서 배달해 준다. 그것도 일반적인 부모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아이’인 공부 잘하고, 착하고, 어른에게 순종적인 아이를 말이다. 발상이 너무도 독특하다.
이 책에는 바톨로티, 에곤, 콘라트, 키티라는 네 명의 중심인물이 등장한다. 바톨로티 부인은 개성이 넘치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차림을 하는 것은 상상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다 보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하게 되고 결국은 스스로 자신감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그에 비해 에곤은 전형적인 제도나 규범을 따르는 인물이다. 콘라트는 공장에서 주입한데로만 - 사회의 규범 혹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 행동하고 거기서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워 하고 판단을 거부하는 아이다. 키티는 어린이다운 호기심과 용기를 가진 아이이다. 바톨로티 부인은 키티와 에곤은 콘라트와 닮아있다.
아이들이 바라는 어른인 바톨로티 부인,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인 콘라트. 그리고 콘라트의 여자친구인 키티에 의해서 공장에서 받았던 주입식 교육과는 정반대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습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이 대목을 읽을 때면 신나할 것 같다.
그리고 깡통소년인 콘라트를 바톨로티 부인이 특별한 상황이라고 여기며 받아들이는 장면과 에곤이 아빠가 되어 주겠다고 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혈연의 관계는 아니고 부모가 결혼한 상태도 아니지만 하나의 가족을 구성해가는 줄거리도 재미있다. 굳이 가족이 한집에서 살아야만 가족인가?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라면 쉽지 않을 듯하다.
작가는 왜 콘라트를 깡통소년(깡통으로 완제품 처리된)으로 설정했을까? 깡통이라면 밀폐된 공간, 또는 통조림이 연상된다. 책에서도 인스턴트 아이라고 표현했다. 아이가 인스턴트라니... 생각하면 끔찍할 수도 있다. 깡통소년에게 주입된 그 모든 지식 혹은 규범은 마치 통조림의 그것처럼 살아있는 교육이 아닌 고루한 교육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반대로 깡통부모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그려질 것인가? 그리고 깡통소년을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나는 주문할 것인가? 또 그렇게 배달된 아이에게 나는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인가?
작품의 마지막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묻는 콘라트와 그에 대한 바톨로티 부인과 에곤씨의 반응은 너무도 인상적이다. 독자들은 콘라트에게 이야기해 줄 답을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