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 조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1
E. L. 코닉스버그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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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안의...』를 읽어보니 이혼가정의 모습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벤은 일 년에 몇 번씩 재혼한 아버지의 집에 보내지기도 하고, 엄마는 재혼한 아버지의 딸에게 줄 선물도 준비한다. 벤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느꼈을 때 의논해서 대책을 강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근래에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혼한 부부는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 서로 적이 되어 다시는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우리의 모습에 비해 벤의 부모는 무척 쿨하다.

지금도 고향에서 고되게 일을 하고 계실 우리 엄마는 가끔 “이중인격 쓰네”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 우리 엄마가 말씀하시는 이중인격은, 벤과 조지처럼 내 안의 또 다른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윌리엄처럼 여기서 이 말하고 저기서 저 말하는 치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르키는 것이다.

윌리엄과 같이 치사한 행동을 하는 “이중인격자”가 아닌, 벤의 또 다른 인격 조지는 벤에게 이렇게 조언해주고 있었다.

“그저 이름이 제대로 붙어 있는 깨끗한 병에 화학 물질밖에 담을 줄 모르는, 판에 박힌, 단순한 화학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 널 경계 밖으로 살짝 빠져 나가게 해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고 싶은 거야.”

한편 나는 동화모임에 참여하고 서평을 쓰게 되면서 글쓰기에 대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십수년간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책 한 권 읽고 글을 쓰는데 남들은 어떻게 썼는가를 살펴보고 자꾸만 줄거리를 요약하려고만 하였다. 또 글을 쓰는 데 어떤 틀이 있는 것 같고 그 틀 안에 내 사고와 느낌을 가두려고만 하였다. 이렇게 낑낑대며 어려워하고 있을 때 우리 남편이 또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줄거리는 쓸 필요 없어. 그것은 학교에서 숙제하면서 충분히 연습한 거야. 줄거리가 아니라 본인의 느낌을 써. 그냥 아무렇게나 쓰는 거야” 남편의 말을 듣고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느낌을 적어 보았다. 그랬더니 내 삶의 이야기가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어떤 형식, 틀에서 벗어나면서 느끼게 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혹시 남편의 이름이 붙여진 유리병 속에 나의 글을 꼬박꼬박 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새로운 의문도 가끔 들곤 한다. 과연 내 남편은 조지처럼 착하고 고지식하다고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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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소년 - SF 미스터리, 4단계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3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유혜자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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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중에 ‘아이는 배로 낳는 것도 아니고, 가슴으로 낳는 것도 아니고, 어여쁜 꽃에서 아기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부모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하였으면 좋겠다’는 하늘이의 독백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루게 된 <깡통소년>에서는 아이를 주문하면 공장에서 생산하여 8살까지의 교육을 시켜서 배달해 준다. 그것도 일반적인 부모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아이’인 공부 잘하고, 착하고, 어른에게 순종적인 아이를 말이다. 발상이 너무도 독특하다.

이 책에는 바톨로티, 에곤, 콘라트, 키티라는 네 명의 중심인물이 등장한다. 바톨로티 부인은 개성이 넘치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차림을 하는 것은 상상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다 보면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하게 되고 결국은 스스로 자신감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그에 비해 에곤은 전형적인 제도나 규범을 따르는 인물이다. 콘라트는 공장에서 주입한데로만 - 사회의 규범 혹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 행동하고 거기서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워 하고 판단을 거부하는 아이다. 키티는 어린이다운 호기심과 용기를 가진 아이이다. 바톨로티 부인은 키티와 에곤은 콘라트와 닮아있다.

아이들이 바라는 어른인 바톨로티 부인,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인 콘라트. 그리고 콘라트의 여자친구인 키티에 의해서 공장에서 받았던 주입식 교육과는 정반대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습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이 대목을 읽을 때면 신나할 것 같다. 

 그리고 깡통소년인 콘라트를 바톨로티 부인이 특별한 상황이라고 여기며 받아들이는 장면과 에곤이 아빠가 되어 주겠다고 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혈연의 관계는 아니고 부모가 결혼한 상태도 아니지만 하나의 가족을 구성해가는 줄거리도 재미있다. 굳이 가족이 한집에서 살아야만 가족인가?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라면 쉽지 않을 듯하다.

작가는 왜 콘라트를 깡통소년(깡통으로 완제품 처리된)으로 설정했을까? 깡통이라면 밀폐된 공간, 또는 통조림이 연상된다. 책에서도 인스턴트 아이라고 표현했다. 아이가 인스턴트라니... 생각하면 끔찍할 수도 있다. 깡통소년에게 주입된 그 모든 지식 혹은 규범은 마치 통조림의 그것처럼 살아있는 교육이 아닌 고루한 교육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반대로 깡통부모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그려질 것인가? 그리고 깡통소년을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나는 주문할 것인가? 또 그렇게 배달된 아이에게 나는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인가?

작품의 마지막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묻는 콘라트와 그에 대한 바톨로티 부인과 에곤씨의 반응은 너무도 인상적이다. 독자들은 콘라트에게 이야기해 줄 답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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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헤엄이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5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5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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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기 어려운 뱀장어...‘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여름방학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내곤 했던 고향마을이 떠오른다. 아마 그해는 중학생 시절이었을 게다. 어느 날 오후 썰물이 되어 바다 속에 숨어있던 갯바위가 제 몸뚱이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을 즈음 동네 아낙들은 ‘갯것’을 하러 집을 나선다. 물론 아낙뿐이겠는가. 아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물이 빠지고 있는 갯바위 틈에서 나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뱀장어 한 마리를 만났다. 게으름을 피운 것인지 아님 다른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이 녀석의 운이 억세게 나빴던 것이다. 나는 이 녀석을 본 순간 동물적 충동을 느꼈다. 평소에 낚시질 가서 고기를 잡아도 물리는 재미만 느낄 뿐 잡힌 생선은 만지기 싫어 남에게 빼달라고 했던 내가 그날따라 징그러운 그 녀석을 꼭 내 손으로 잡고 말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두 손으로 홱 잡으려는데 얼마나 미끄러운지, 또 어찌나 꿈틀대는지 잡고 놓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오기가 발동했는지도 모른다. 나와 뱀장어의 사투는 십여분을 넘기고 있었고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하신 이웃집 아저씨가 뱀장어를 순식간에 잡아 바위에 철썩 던져버리는 바람에 우리의 대결은 결국 아저씨의 승리로 끝이 나 버렸다. 재수가 억세게 나빴다는 것으로 이후 뱀장어의 운명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헤엄이』를 보면서 바닷가에서 이십여 년을 살았던 내가 고향을 떠올린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땅위에 인간만이 아닌 여러 동식물이 살아가듯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선 그런 모습을 판화 기법을 사용해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엔 가재를 만난 장면을 보면서 헤엄이가 도대체 얼마나 작을까를 상상했고 아주 작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내가 생각했던 가재가 아니라 킹크랩이었다. 뱀장어도 우리 고향의 작은 뱀장어가 아니라 더 길다란 뱀장어 같다. 이 그림책이 전하는 내용은 헤엄이가 친구들을 잃는 슬픔을 겪고 나서도 절망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만났을 때, 과거의 슬픈 경험을 교훈삼아 비록 약하지만 뭉치면 산다는 지혜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친구들과 겉모습이 달라도 소외당하지 않고 상생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같다.


『새앙쥐와 태엽쥐』나 『프레드릭』의 그림은 사실 끌리지 않았다. 그러나 『헤엄이』는 멋지게 표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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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어디쯤 왔을까? - 제7회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상 수상작
고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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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만 17개월된 아이가 있다.

돌전부터 동네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날 우연히 이 책을 빼더니

가슴에 꼭 껴안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대출했는데 너무 좋아한다.

아직 어려서 책의 위아래 방향도 알지 못하고 뒤집어서도 보고 끝부터 넘기기도 하고

(처음에는 잘 넘기지도 못했다) 그랬다. 20여일 집에 놓고 보다가 다시 반납하고

나중에 몇번 다시 빌려다 줬는데 항상 너무나 좋아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표지에 제7회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상 수상이라고 되어 있다.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담은 종이백을 들고 놀이터를 지나 바삐 집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넘기면 소표지 들어가기 전에 아이가 현관문앞에서 곰인형을 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아이가 아빠에게 전화해서 언제쯤 오는지 올때는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한다.

아이는 곰돌이 인형에게 기뻐하며 아이스크림 사오면 같이먹자고 한다.

그리고 다음장면 부터는 현재 엄마에게 아빠는 어디쯤 왔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나오고

엄마는 청소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요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아이가 상상하는 장면이 그려지는데

아빠가 여러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탑처럼 길게 쌓아서 회사에서 나오는 모습, 버스에 타고 있는 모습,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는 모습, 놀이터를 지나는 모습 등이 보인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동물들까지도 눈길을 사로잡는 길다랗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는 아이..

그러나 정작 아빠가 들어오셨을때 아이는 잠들어 있다. 물론 곰돌이 인형도 같이..

아이는 꿈속에서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냠냠 냠냠 거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세식구가 아이스크림을 서로 먹여주는 모습이 나오는데 너무 흐믓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은 아이가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는 마음이 상상과 더불어 밝고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여

실감나는 표정들로 어른 뿐만이 아닌 어린 아이에게도 시선을 사로 잡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과 더불어 아빠가 오실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오길

기다리는 아이의 바램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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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책을 읽는다 - 심리학자가 읽어 주는 판타지 문학
가와이 하야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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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하야오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가와이 하야오는 심리학자다. 평론가가 아니지만 심리학자의 시점에서 책을 바라보고 글을 써서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전에 <어린이책을 읽는다>를 읽으면서 그가 쓴 책을 거의 읽어보지 않은 탓에 그 책을 읽어보고 난 후 다시 읽어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쉽게도 다 읽어보지는 못하고 기억나는 것은 에리히 캐스트너라는 작가를 알게 된 점이다. <판타지 책을 읽는다>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딱 한 권이 나와 있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

처음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관해 알게 되면서 그가 판타지를 쓸거란 생각을 못했던 터라 <사자왕 형제>는 좀 독특하게 다가왔고, 참으로 강렬해서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어졌었다.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에 우리의 삶은 끝이 나버릴 것만 같은데 이 책에선 죽음 이후의 세상,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인상 깊었었다. 작가 역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었나 보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을 남을 통해서 소개받는 것도 재미있다. 가와이 하야오는 책의 줄거리와 느낌들을 적어내려가서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도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힘을 가진 것 같다. 영혼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나역시 요즘 몸이 안좋은 덕에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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