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집 동화 보물창고 45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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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우리집 첫째 아이에게 이 책이 아빠가 읽으려는 책이라고 말해주니, 우리 첫째는 자기가 책을 들고 가서 심각한 표정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30분쯤이나 지났을까? 얼마나 읽었느냐고 물어보니 헨젤과 그레텔까지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보니 11p, 13p, 27p,30p, 32p,34p 가 접혀져 있었다. 왜 책을 접었느냐고 물어보니 기억해 두기 위해서라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슬픈 이야기라고 자기 소감을 이야기 해주었다.

 

나중에 내가 다시 읽어보니 5살짜리 꼬마에게는 슬픈 이야기 보다는 무서웠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림형제의 동화집은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들을 묶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섬뜩하리만큼 적나라하고 잔인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백설공주의(사실은 새끼 멧돼지의) 허파와 간을 먹는다는 얘기도 그렇고 아이들을 숲속에 내버린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들은 끝나지만, 그 과정에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계략과 술수가 난무하고 신체절단도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꼬마재봉사 이야기의 경우는 결국 사기꾼의 이야기인데, 꼬마재봉사가 상징하는 것이 당시의 힘없는 민초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서나마 사기와 계략으로 특권지배층을 타고 앉으려는 민초들의 바램이 형상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우리 나라의 전래동화와 비교해 보면, 은혜갚은 두꺼비나 흥부놀부전과 같은 은혜 갚는 이야기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마도 독일지역에서 살던 민초들의 삶이 우리네 조상들의 삶보다 더 팍팍했었거나, 독일지역의 봉건지배층들이 더 인정사정이 없었던가 보다.

 

어쨌든 이와 같은 '고전'들을 '재출간' 해주는 '보물창고'측에 대단히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난다.

특히 소년소녀 아동문고판이 아닌 어른용 도서로 제대로 번역된 책을 펴내주셔서 지금까지 그 맛을 다 느껴보지 못한 여러 작품들을 새롭게 감상하고 있다.

 

특히 소공녀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이나 아동문고에서는 사라가 학생에서 하녀 신분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묘사되거나 표현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물창고의 온전한 책을 읽어보니, '불행에 빠진 어린 학생조차 거두어 준다'는 민친의 가식을 위하여 사라는 신분은 학생이되 만능조교 내지는 깍뚜기심부름꾼으로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똑같이 지붕밑 다락방에 기거하고 있었어도 베키는 하녀 신분이었기에 교실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사라는 심부름 호출에 불려나가면서도 일단 수업시간에는 교실에 들어가서 어린애들의 공부를 도와줬고, 또 일이 끝난 늦은 저녁시간에는 빈교실에서 책을 펴고 독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학생에서 하녀신분으로 급락했다는 것이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어른의 입장에서는 학생이면서도 부엌 주방장의 심부름꾼 노릇을 해야 했던 사라의 처지가 훨씬 더 미묘하게 심금을 울려주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제대로 번역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것이고, 그래서 보물창고와 푸른책들에게 독서를 애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깊이 깊이 감사드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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