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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가레스 하인즈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사회자(아빠): 그러면 오늘은 그 유명한 오디세이를 만화식으로 쉽게 그려준 가레스 하인즈의 만화 오디세이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할머님께서 그리이스 로마의 고전에 대해서 좀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할머니: 서양 문명의 뿌리는 기독교와 그리이스로마 문화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그리이스로마 문화의 유명한 문학작품들 중에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그리고 아이네아스가 있어요. 이 중에서 일리아드는 트로이전쟁을 그려내고 있고, 오디세이는 그리이스군이었던 오디세우스의 귀환여정을 그리고 있으며, 아이네아스는 멸망당한 트로이의 귀족이었던 아이네아스가 트로이를 탈출하여 새로이 로마를 건국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요.
엄마: 그런데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에 비해서 아이네아스는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할머니: 그건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서구문화의 실체라는 것이 서구문명의 정수라기 보다는 미국 상업문화에 의해서 마구 덧칠해진 껍데기들뿐이기 때문이죠. 아주 저속하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어요. 아마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서양문화는 헐리우드의 잡탕이거나 기독교 선전물이거나 그럴 거에요.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상업적 시각이나 종교적 시각에 의해서 굴절된 매체들에 의해서는 그 문화의 진짜 뿌리와 알맹이를 가려보기 힘들죠.
소홍: 서양문화나 서구문명의 실체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은 무척 재미있게 보았어요. 책장도 쉽게 쉽게 넘어갔구요. 그림이 순정만화처럼 이쁘지는 않았지만 뭐 어쨌든 이야기 내용들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디세우스라는 사람이 좀 불쌍하게는 생각되지만, 그 사람은 원래 다른 나라 사람들, 그러니깐 트로이라는 도시를 침략하기 위해서 쳐들어갔던 사람 아닌가요? 그렇다면 저는 좀 벌을 받고 혼이 나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나쁜 짓이잖아요.
소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오디세우스는 나쁜 사람이에요. 꾀는 많아서 트로이의 목마라는 것을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다른 나라를 불지르고 약탈하기 위한 것이었잖아요. 본인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니깐 결국 그 부하들도 욕심꾸러기들이고, 결국 그래서 트리나키아 섬에서는 오디세우스의 말도 안듣고 헬리오스 신의 소도 잡아먹은 것이라고 봐요. 결국 끼리끼리 모였다고 봐야죠.
엄마: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리이스군은 침략군이었고 트로이는 침략을 당해서 멸망을 당한 것이죠. 물론 그리이스와 트로이 사이에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기는 있었지만, 어쨌든 침략군은 침략군인 것이죠. 우리가 임진왜란 때의 일본의 유명한 장군이나 영웅을 칭찬할 수 없는 것처럼요.
할머니: 그런 면에서 저는 우리 소홍이와 소은이 소려가 트로이의 입장에서 영웅이었던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도 꼭 읽어보았으면 해요. 아이네아스는 멸망 당한 나라의 유민들을 이끌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온갖 시련과 고통을 감내해 나가거든요.
사회자(아빠): 아주 재미있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때요, 소려도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한 번 말해 볼까요?
소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자들이나 구걸하는 사람들을 제우스의 이름으로 찾아온 것이라고 하면서 관대하게 대해야 한다는 장면을 보면서는 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불쌍하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소홍: 그런데 저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생각이지만, 신의 이름으로나 신의 뜻이기 때문에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 책에서 또 마음에 안드는 점이 모든 것이 신이 갖고 노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러한 신의 장난에 말려들어 버둥거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기본 구도죠. 저는 신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상상과 바램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마치 아톰이나 킹콩처럼 말이죠. 저는 신의 뜻에 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아름답고 고상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불쌍한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싶어요.
엄마: 오디세이는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문학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대적이지 못한 여러 관념들과 사고방식들이 뒤섞여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래도 이런 고전작품들에 대한 기본 교양이 있어야만 새로운 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지식과 지혜가 생길 수 있다고 봐요.
소은: 그래서 저도 언젠가는 한문 뿐만 아니라 라틴어와 희랍어도 배워볼 생각이에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사귀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의 원줄기와 뿌리까지 파헤쳐보고 싶어요.
소려: 저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이과쪽 공부를 많이 하고 싶지만, 인문적인 기본소양을 허술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빠도 라틴어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는데, 제가 공부할 때 다시 아빠를 끌고 다니고 싶어요. 책가방도 아빠가 들게 하고, 도시락도 준비하게 하고..ㅋㅋ
사회자(아빠): 하하.. 아빠는 사실 라틴어의 맛만 보았지, 제대로 공부했다고 할 수는 없단다. 너희들이 고등학생쯤 되었을 때 아빠가 라틴어하고 희랍어 배우는 강좌에 꼭 같이 데리고 갈게. 그런데 그러려면 다른 학과 공부는 조금 빨리 끝마쳐야 할 것 같구나. 그런데 아마 그렇게 될 거야. 뭐 다 거기서 거기니깐..
할머니: 그래요. 이런 오디세이 만화책을 읽고 나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냥 재미있다라고 끝내는게 아니라, 서구문화의 근본뿌리를 파헤쳐 보겠다는 것과 그러기 위해서라도 라틴어와 희랍어도 배워보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겠지. 그냥 기술이나 기능을 배워서 먹고 살겠다면 몰라도, 적어도 지식인과 교양인으로서 살아가겠다고 생각한다면, 라틴어와 희랍어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어야 된다고 본다. 그렇게 깊게 공부할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한문을 어느 정도 알아야 우리말의 어휘 뜻도 좀더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자(아빠): 네, 이 정도로 오늘의 오디세이 독서토론을 마치고 이번 설에 들어온 한라봉을 먹으려고 하는데, 누가 냉장고에서 좀 꺼내올래?
소홍, 소은, 소려(일제히 신이 나서): 제가 꺼내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