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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ㅣ 동화 보물창고 38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찰스 로빈슨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평점 :
<비밀의 화원>
사회자(엄마): 그러면 오늘은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는데요, 먼저 할머니께서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할머니: 네, 그러지요. 이 작품의 작가인 버넷은 그 유명한 소공녀와 소공자를 쓴 사람이고 영국에서 태어난 아동문학 작가이지요. 그래서 나는 이 버넷에 대해서는 직접 공부를 해 보지는 못했답니다. 우리는 아동문학은 다루지 않았었거든요. 그렇지만 나는 버넷의 소공녀를 무척 좋아해서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험 때만 되면 세라가 다락방에서 근사한 마술의 파티를 여는 장면을 꼭 읽고 시험공부를 하곤 했답니다.
아빠: 나도 어릴 때 계림사에서 나온 비밀의 화원을 읽었지만, 그때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줄을 몰랐어요. 그때에는 주인공인 메리가 이렇게 표독스럽고 못된 아이로 묘사되어 있지 않았었거든요. 아마 어린이책이라고 해서 옮긴이들이 적당히 각색을 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이 작품의 진짜 참맛을 잃어버리게 했었던 것 같아요.
소홍: 그런데 이 책을 보면 귀족이거나 부자인 사람들은 모두들 이상한 사람들로 나와 있는 것 같고, 가난하고 미천한 처지에 있는 시골의 무지랭이들이 진짜 삶의 지혜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는 것 같아요. 보세요, 메리의 부모는 자기 자식도 돌볼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콜린의 아버지는 귀족이고 부자이지만 신체적으로 불구이고 정신적으로도 불구인 것으로 그려지고 있잖아요. 콜린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그에 비해서 디콘과 디콘의 어머니나 벤 웨더스태프는 비록 가난하지만 자연과 동화할 줄 알면서 아름답고 행복하고 현명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어요. 그리고 결국 부자이지만 괴팍했던 메리나 콜린부자가 결국 미천한 디콘과 디콘의 어머니에 의해서 순화되고 치유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소은: 맞아요. 저도 책을 읽으면서 과연 콜린의 아버지같이 부자이고 귀족인 사람들이 디콘의 어머니같은 가난뱅이 시골 여인네를 이 책에서와 같이 존중하고 인정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겉으로는 자연의 품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되고 화해하는 것을 그리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부자들과 귀족들을 조롱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회자(엄마): 역시 아이들의 시각은 예리하고 급진적인 면이 있네요. 소홍이와 소은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빈부의 명암을 괴팍함과 현명함으로 대비시킨 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소려: 저는 이 책을 다 읽으면서 버넷이라는 작가가 기독교 문화권에 살면서 책의 안전한 흥행을 위해서 굳이 필요없는 찬송가 구절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해요. 26절에서 디콘이 영광송을 부르는 것을 보세요. 얼마나 어울리지 않고 어색한지 몰라요. 영국이라는 본국보다는 인도라는 먼 이국에서 이야기를 출발시켜서 신비롭고 인간의 시름에서 벗어나 있던 비밀의 화원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다가 작품에 말미에 그 모든 행복의 원인을 종교적 찬미로 묶어놔 버렸거든요. 작품 자체로 보았을 때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런 찬송가 구절이 없다면, 자칫 독자들에 의해서 이 책이 이교도적인 마법이나 신비주의 책으로 몰려질까봐 그런 것 같아요.
아빠: 하하.. 우리 아이들이 정말 날카롭고 예리하네요. 이 정도면 대학원 석사논문쯤은 몇 개라도 나올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작품 속에서의 콜린은 건강을 회복했지만, 버넷의 진짜 아들은 회복을 하지 못하고 죽었데요. 그래서 버넷의 그 슬픔이 녹아있는 작품이 이 비밀의 화원이라는 것이죠. 아무튼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착하게 아이들이 자라나 주는 것이에요.
할머니: 그렇지. 아이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나 주는 게 제일 큰 행복이고 기쁨인 것이지. 그런데 세상이 너무 비뚤어지고 각박해져서 아이들이 큰 나무처럼 쑥쑥 자라기가 참 힘들어졌어. 그래도 우리 손녀들은 눈이 초롱초롱하게 반듯하게 커나가고 있으니 내가 아무 걱정이 없다.
사회자(엄마): 우리 아이들은 피부도 하얗고 이목구비도 단정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요. 소홍이는 벌써 구구단도 다 외웠구요, 브라운 베어 노래도 흥얼흥얼 따라서 부르고 그래요. 소은이하고 소려는 옆으로 떼굴떼굴 구르면서 가고 싶은데로 마음대로 가면서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만져보면서 신나게 세상을 알아나가고 있는 중이죠.
소홍: 엄마, 근데 이제 독서토론회 빨리 끝내고 ‘Z'하고 뽀로로 보러가자.
할머니: ‘Z'가 뭐냐?
아빠: 아, 다음의 팡스 잉글리쉬에서 알파벳을 가르쳐주는 동영상이에요. 요즘 소홍이가 그것 보면서 아주 재미있어해요. 하루에 알파벳 1개씩만 보거든요.
할머니: 그럼 빨리 끝내고 소홍이 보고 싶은 거 보여줘라.
소홍, 소은, 소려: 할머니가 최고야!!!
사회자(엄마): 그럼 오늘의 ‘비밀의 화원’ 토론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뒷방으로 가서 사과를 먹으면서 팡스 잉글리쉬와 뽀로로를 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