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I LOVE 그림책
릭 윌튼 글,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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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은 예쁘다. 첫째 아이도 예쁘고 둘째 셋째 쌍동이도 예쁘다.

 예쁠뿐만 아니라 복도 많이 가지고 태어났다. 우리집 아이 아빠는 일주일에 4-5일은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시장이나 봐오다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만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온다.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아이들의 아빠의 신세에 대해서 못마땅해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세상의 그 어떤 아빠보다도 자애롭고 현명한 아빠와 그만큼 더 많이 같이 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게 얼마나 큰 복인가?
 
아이들의 아빠는 남들에게서 제값보다 더 싸게 물건을 사와서, 다시 남들에게는 제값보다 더 비싸게 팔아넘길 수 있어야 성공했다고 뻐길 수 있는 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차라리 집에서 애나 키우고 가르치는게 가장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첫째 아이는 만 세 살이 되기 전에 아이 아빠가 한글 읽기를 죄다 가르쳐 버렸다. 그래서 만 40개월이 된 우리 첫째 아이는 요새 초등학생들이 읽을 만한 '소공녀'를 읽고 있다. 이러니 '누구네 아빠 한글영재 레시피' 라는 책만 펴내도 크게 떼돈을 벌 수 있으련만, 아이들의 아빠는 그런 것 보다는 오늘도 어제도 첫째 아이의 공주놀이를 위한 드레스와 개구리 목욕치마를 세탁기의 울빨래로 돌려서 정성스럽게 말려놓는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렇게 예쁘기도 하고 아빠복을 왕창 타고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사랑받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랑과 복을 부모들에게 돌려줄 줄도 알고 또 그만큼 사회적으로도 제정신이 있는 따듯한 인간으로 키워내야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렇게 키워내기 위하여 엄마 아빠는 한 손에는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란 책을 들고, 또 한 손에는 '회초리'를 들고 오늘도 내일도 아이들 속으로 뛰어들어갈 것이다. 

  


착하고 예쁘게 굴면 칭찬해 주고 보듬어 줄 것이지만, 떼쓰고 말 안듣고 심술부리면 순간의 주저도 없이 회초리를 휘둘러야 한다.

찰싹!  "한 대!"
찰싹!!  "두 대!!"
찰싹!!  "세 대!!" 

그리고 한 마디를 더 질러박아둔다. "너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때는 더 혼날 줄 알아!!" 

아이들을 매 없이 키우겠다는 것은 숟가락 없이 밥을 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이다. 결국에는 얼굴과 옷에 온통 밥풀과 반찬국물만 엄청 묻히고 아이를 엉망진창으로 아예 망쳐놓을 것이다. 

하기에 조그마한 감정의 기복과 고저도 없이, 의도한 대로 계획대로 상황에 맞게 회초리를 휘두르며, 제자리가 아닌 곳으로 튀어나온 아이의 못된 마음은 다듬어내고, 그 상처 자국에는 다시 따뜻한 위로와 애정의 반창고를 붙여준다.
그렇기에 회초리를 든 날의 맨 마지막 의식은, 훌쩍이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는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라는 책을 차분하고 다정한 음성으로 읽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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