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무락 꼬무락 동심원 17
노원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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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네살배기 소홍이는 책에 대한 나름의 취향이 있다. 우선 책크기가 손에 꼭 들어오는 작은 책들을 선호하며, 요즘들어서는 시리즈물을 좋아한다. 여러 권 책꽂이에 꽂아두고 하나씩 빼서 살펴보면서 흐뭇해한다.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나오는 동심원 시리즈는 소홍이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다. 매월 한권씩 새로운 책을 보면서 책등의 색깔이 이번달엔 어떤지, 표지의 그림이 어떤지, 다음엔 어떤 색이었음 좋겠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꼬무락 꼬무락>은 봄의 느낌을 잘 살린 연두색의 표지가 눈길을 끌며 왠지 기분 좋게 만든다. 소홍이가 책을 독차지 하고 있어서 잠잘때 읽어주겠다고 꾀어서 겨우 읽게 되었다. 짧지만 그 속에 긴 여운을 느끼게 하는 시어들이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잠자리에서 읽으니 읽어주는 이의 목소리도 차분해지고 그래선지 아이도 조용히 듣고 있다.

1부, 아주 작은 웃음이라도와 2부, 네 마음 속에 쏙!, 3부, 아이, 따뜻해로 나뉘어져 있는데 아이뿐만 아니라 온가족이 돌려봐도 손색이 없다.  한껏 시라는 고유한 영역을 맛본 듯 하다.




어머니


맑은 날은 저만치 있다가
흐린 날은 가까이 와 있다.
찬바람 부는 날은 더 가까이


시장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 파는 
우리 어머니.


시장에서 물건을 파시는 어머니를 둔 아이의 마음을 담은 시다. 밖에서 일하시니 추운 날이나 궂은 날이면 아이의 마음에도 어머니가 걱정이 되리라. 어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둔 덕에 나도 어렸을 적 부터 지금까지도 날이 궂으면 부모님이 제일 먼저 걱정이 된다. 추운 날, 얼마나 힘이 드실지....





빈자리


너를 위해 
가슴 한쪽 비워 둔 자리
먼지가 쌓이기 전에
빨리 앉으렴.

너를 잊지 못해
애태우는
빈자리의 소망.


빈자리라는 시인데 시어보다도 노란 그림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특히 커다란 의자가 빈자리를 더욱 커보이게 하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애를 태우게 한다.

 


이른 봄


풀잎들이 뾰족뾰족
말을 걸어온다.
어디 있다 나왔는지
- 잘 있었니?
하고 봄을 한 아름 쏟아 낸다.

봄 들판은 온통
풀잎들의 푸른 말뿐이다.


따뜻한 봄 기운에 여기저기서 새싹들이 돋아 날 것만 같다. 새싹은 대지에만 움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속에서도 움튼다. 따뜻한 봄바람에 내 마음도 흥이 나고 절로 기분이 좋아져 봄을 한 아름 쏟아 내고 싶다. 내 속에서 나온 말들도 푸른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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